이 기사는 2011년 03월 11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6월 정책금융공사는 일본부품 업체 인수합병(M&A)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규모는 1000억원 수준. 표면적인 펀드조성 목적은 한국-일본 두 나라 간 경제협력 및 기업상생이었다.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업체를 인수하려는 국내 기업을 지원하는 게 주목적이었다.
공사는 국내 벤처캐피탈 및 증권사를 상대로 펀드운용사 물색에 나섰다. 같은해 9월 '한국기술투자-KTB투자증권' 컨소시엄이 심사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국기술투자의 대주주인 일본 SBI그룹의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딜소싱에 나설 계획이었다.
컨소시엄은 곧바로 투자제안서를 제출했다. 공사로부터 600억~700억원을 출자받는 구조였다. 자신들은 각각 50억원을 출자하고 나머지 자금은 외부 유한책임투자자(LP)의 매칭(Matching)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운용사 선정은 순조로워 보였다. 펀드레이징 부문에서 컨소시엄의 제안이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펀드였다면 충분히 수시출자를 통해 조성될 수 있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한달 이내 펀드가 결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공사는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 한국기술투자와 KTB증권에 제안서상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투자부문에 대한 보완을 수차례 요구했다. 이러는 사이 두달이 훌쩍 지났다. 펀드는 결국 연말까지도 결성되지 못했다.
공사가 고심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해외투자 펀드였기 때문이다. 펀드레이징은 되겠지만 투자집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펀드를 만들어 놨는데 정작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사 입장에선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일본의 기술력 있는 중소업체를 국내기업이 인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매물 발굴부터가 어렵다. 한국기업으로의 매각을 꺼리는 업체도 많다. 가격을 낮추더라도 일본기업에 팔겠다는 곳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좁혀진 한국-일본의 기술력 차이도 걸림돌이었다. 매물로 나온 중소규모의 일본회사가 최첨단 기술을 보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분야별 차이는 있지만 기술력이 향상된 국내기업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M&A건을 해외에서 찾기란 쉽지 않았다.
현재 운용 중인 '일본부품사 M&A 펀드'의 투자부진은 정책금융공사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1월 산업은행이 결성한 3000억원 규모의 이 펀드는 현재까지 주목적 투자가 거의 없는 상태다. 딜소싱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금융공사는 올해 초 운용사 선정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일반공모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펀드명은 '한·일 부품소재기업 상생펀드'. 출자규모를 1400억원으로 늘리고 운용사도 2곳을 선정하기로 했다. 대외에 적극적인 홍보도 했다.
시장의 관심은 높았다. 많은 벤처캐피탈들이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 신청마감 결과 KTB증권-SBI PE, KT캐피탈-오릭스 PE,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매지링크인베스트먼트, 리딩증권-리딩인베스트먼트-IWL파트너스 등 4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한번 고배를 마신 KTB증권이 SBI PE와 결합해 새롭게 신청했다. 증권사-벤처캐피탈-사모펀드가 묶인 리딩 컨소시엄도 풍부한 현지 네트워크를 앞세워 출자신청을 했다. KT캐피탈은 현금력이 풍부한 오릭스와 손을 잡았다.
컨소시엄 4곳은 최근 서류심사에 모두 통과했다. 조만간 국내 및 현지에서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할 계획이다. 치열한 경쟁 후 최종 GP가 선정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보다 신청업체들의 일본 내 네트워크가 크게 강화됐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이것이 투자집행 및 수익률로 연결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따라서 한일 상생펀드의 성공을 예단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공사가 이번 펀드 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이끌어 내고 있는 셈이다. 한·일 상생펀드가 향후 '펀딩-투자-수익'이란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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