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CJ에 관심이 가긴 하는데…" CJ, 인수금융 가능성 가장 높아…포스코·롯데도 의식해야
이 기사는 2011년 04월 15일 1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이 대한통운 인수에 뛰어든 CJ를 주목하고 있다. 자금동원력에서 밀리는 CJ가 외부 차입을 통해 인수금융을 조달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CJ는 FI(재무적 투자자)의 도움 없이 자체 자금으로 대한통운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CJ는 2010년말 기준 1조6000억원 가량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을 기록하고 있다.
경쟁사인 포스코는 연결기준으로 6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의 경우 롯데쇼핑·호남석유화학·호텔롯데 등 주력 계열사들의 현금 보유액이 4조원이 넘는다. 현금만 놓고 보면 CJ는 포스코와 롯데에 크게 밀린다.
CJ가 밑고 있는 것은 삼성생명 주식이다. CJ와 CJ제일제당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5.5%를 매각하면 약 1조원 가량의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분 매각이 잘 되지 않을 경우다. 규모가 워낙 큰데다 앞으로 주식 가치도 크게 높아진다고 보기 어려워 블록 세일로 매각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시장에선 CJ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포스코나 롯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보고 있다. 아직까진 구체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면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A 은행 인수금융 관계자는 "지금까진 세 후보 모두 인수금융을 쓰지 않겠다고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사 선정 이후엔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은행 RM들이 CJ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CJ가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은행 관계자 역시 "예상가격만큼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이를 다 투입할 수는 없어 세 후보 모두 인수 이후엔 어떤 방식으로든 인수금융을 고려할 것"이라며 "포스코와 롯데는 채권 발행 능력이 뛰어나지만 CJ는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먼저 CJ 측에 인수금융 조달을 권유하기엔 부담이 있다. 1년 전 있었던 대우인터내셔널 M&A에서 몇몇 은행들이 발빠르게 움직였다가 크게 데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포스코는 대우인터 인수자금 3조4000억원 전액을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지급할 방침이었다. 반면 롯데는 적극적으로 외부차입을 고려하면서 은행권이 롯데에 몰렸다. 산업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기업은행, 일본 미즈호은행 등 총 6곳이 자금제공을 약속하며 확약서(LOC)를 제공했다.
최종 승자가 포스코로 결정되자 은행권은 긴장했다. 포스코가 롯데 측에 투자확약서를 끊어준 은행들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기 때문. 자신들이 맡긴 자금을 경쟁자를 위해 썼다는 이유로 포스코가 예금 회수 같은 압박에 들어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의 "CJ 측이 요청을 하면 모를까, 우리가 먼저 인수금융을 제안하기가 꽤 껄끄럽다"라는 답변은 부담감의 정도를 반영한다.
은행권에서 조달 자체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C 은행 인수금융 관계자는 "삼성생명 지분 매각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엔 인수금융 자체가 필요없을 수 있다"며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채 금리가 더 낮기 때문에 은행권의 간접금융 대신 직접금융시장을 활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상했다.
신세계 같은 SI(전략적 투자자)나 PEF(사모펀드) 같은 FI(재무적 투자자)와의 컨소시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전까진 은행권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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