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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의지 꺾였나…주인없는 기업의 한계? [인수후보분석 - 포스코]인수가치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배포가 있나"

배장호 기자공개 2011-05-04 16:05:06

이 기사는 2011년 05월 04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의 대한통운 인수 확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초반 불던 포스코 대세론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무엇보다 대한통운 인수에 대한 포스코 수뇌부의 의지도 한풀 꺾인 모양새다.

지난 3월말 치뤄진 대한통운 매각 예비입찰에서 포스코는 주당 12만~13만원대의 입찰 가격을 제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주당 17만원대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던 롯데와는 무려 4만~5만원 가량의 가격 차이가 나, 매각측은 한때 포스코의 본입찰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의 예비입찰 제시 금액은 지난해 말 대한통운 매각을 놓고 포스코와 금호아시아나 그룹 간 개별 협상을 벌일 당시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진 주당 17만원 내외 가격과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

이러한 가격 차이는 금호터미널에 대한 각 후보별 밸류에이션 시각 차이 때문으로 판단된다. 롯데는 금호터미널의 가치를 현 시장 가격 수준을 최대한 반영한 6000억~8000억원 수준까지 인정해 준 반면, 포스코는 장부 가격인 2100억원 정도만 반영했다. 또 다른 인수 후보인 CJ 역시 금호터미널 인수 가치를 장부가로 평가했지만, 그래도 포스코보다 주당 2만~3만원 가량 높은 15만원대 가격을 제시했었다.

대한통운 딜은 지난해 말 한때 포스코와의 단독 협상 형태로 타결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올 초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인수를 매듭짓는 즈음, 이 인수에 제동이 걸리며 공개 경쟁 입찰로 전환됐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대한통운 인수에 대한 포스코 내에 모종의 입장 변화가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각 측은 기본적으로 구속력이 없는 예비입찰의 속성을 감안, 포스코의 제시 가격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대한통운 인수 의지가 이전같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몇달 사이 대한통운 인수에 대한 포스코의 입장에는 어떠한 변화가 생긴 것일까.

무엇보다 대한통운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한통운 매각 가격은 최소 주당 17만원대, 최근 확인된 롯데, CJ 등 여타 후보들의 인수 의지를 감안하면 20만원대까지도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주당 20만원의 가격은 2010년 말 기준 대한통운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기업가치(EV) 배수가 무려 30배에 육박하는 밸류에이션이다. 통상의 M&A에서는 상상하기 조차 쉽지 않은 수준이다.

최대 2조원. 절대 금액만 놓고 보면 포스코가 감당 못할 수준은 당연히 아니다. 2010년말 재무제표 상 포스코는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현금 포함)을 3조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 단기자산으로 분류돼 있진 않지만 언제든 파이낸싱이 가능한 자산만도 5조원어치가 넘는다. 금융권 차입이나 채권시장 직접 조달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가 신용등급과 맞먹는 신용등급을 감안하면 조달 비용도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포스코가 수행하는 딜이 돈만으로 모든게 해결되는게 아니란 게 문제다. 확실한 주인이 없는 대기업으로서, 국내의 재벌 중심 기업 문화 속에서 새로운 기업 지배구조 표본으로 인정받아 온 포스코지만, 조 단위 투자를 엄청난 밸류에이션을 감수하면서까지 베팅할 배포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떨치긴 쉽지 않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매각 딜 당시에도 포스코는 인수 후보 0순위였지만, 실제 입찰 결과는 한화의 승리였다. 위기를 느낀 포스코는 입찰 막바지에 경쟁자인 GS와 막판 손을 잡기까지 했으나, 입찰 당일 아침 그 컨소시엄이 깨지면서 입찰 자격을 박탈 당하고 말았다.

포스코가 왜 GS와 손을 잡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그 당시 관계한 당사자들이 속시원히 밝히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다.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 `주주들의 반대에 대한 부담` 등 몇가지 가설들이 회자되기도 했지만, 어찌됐건 포스코 스스로만의 판단으로 큰 베팅을 할 만한 기업이 못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엔 충분했다.

포스코는 2010년 국내 M&A 시장 랜드마크 딜로 기록된 대우인터내셔널 입찰에서 롯데를 제치고 승리했다. 대우조선해양 M&A 실패 이후 불과 2년만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포스코의 M&A 유전자가 변모했다"며 2년만에 달라진(?) 과감함에 주목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했기 때문에 오히려 대한통운 딜에 더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당시 포스코는 롯데를 이기기 위해 만만찮은 금액의 베팅을 해야 했다. 다행히 고가 매입 시비는 없었지만 내부적으론 베팅이 다소 과했다는 평가가 간간히 흘러 나왔다.

그로부터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포스코는 다시 통 큰 베팅 놓고 고심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롯데를 이기기 위해서는 대우인터내셔널 딜 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엄청난 수준의 프라이싱을 감수해야 한다. 이 시기 포스코는 인도 오리사주 일관제철소 건설 승인까지 받았다. 제철소 완공을 위해선 조 단위의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포스코가 진짜 달라졌는지도 두고 볼 일이다. 경영진 선임 시즌마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외풍 소문, 민간기업 이상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분위기들이 여전한 것을 보면 외부 시선은 물론 포스코 스스로도 공기업적 때가 아직 남아있는 듯도 하다.

포스코는 게다가 신경써야 할 주주들이 광범하고 다양하다. 지배주주가 없다보니 국민연금, 버크셔 헤서웨이 등 주요주주들의 목소리가 경영진들에겐 상대적으로 더 크게 들린다. 경영진에 맞서 주주 이익을 관철하려는 사외이사들의 발언권도 오너 기업들보다는 훨씬 강력하다.

이번 대한통운 인수 딜과 관련해 포스코의 일부 사외이사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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