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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금호터미널 분리를 반대하는 이유 경영진 면접 거부 ·· "금호터미널 빼면 입찰 무의미"

배장호 기자공개 2011-05-02 11:13:07

이 기사는 2011년 05월 02일 11: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통운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는 문제로 매각 당사자들간 이견으로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대한통운 유력 인수후보 중 한 곳인 롯데가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롯데는 내달 13일 본입찰에 앞서 지난 27일 예정됐던 대한통운 경영진 면접(Management Presentation)을 거부(boycott)했다. 명목상 "매각 구조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경영진 면접 참여는 무의미하다"는 것이지만, 실제론 "금호터미널을 이번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면 입찰을 포기하겠다"는 일종의 경고로 해석된다.

롯데가 금호터미널 이번 대한통운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반대하는 직접 이유는 금호터미널을 이번 딜에서 제외하면 롯데가 대한통운 인수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롯데는 대한통운을 인수한 후 대한통운이 보유 중인 18개 터미널(직영 7개소, 위탁운영 7개소, 지분소유 3개소, 임차 1개소)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마트 부지 추가 확보가 절실한 롯데로선 비교적 노른자위로 분류되는 부지를 한번에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롯데는 대한통운 주력 인수주체로 롯데쇼핑이 나서기로 내부 조율을 마친 상황인데, 금호터미널이 이번 인수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롯데쇼핑이 이번 인수 딜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할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

롯데는 또 2008년 금호아시아나의 대한통운 인수 당시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던 주주로서, 금호터미널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대한통운 주주 이익을 해치는 행위로 보고 있다.

금호터미널 제외를 원하는 포스코, CJ와 달리 롯데는 전달 예비입찰에서 금호터미널에 대한 별도의 밸류에이션까지 산정, 예비입찰 가격에 반영했었다. 2000억원대에 불과한 금호터미널의 장부 가치를 6000억~8000억원대까지 가치를 별로로 인정해 준 결과 롯데의 제시가격은 포스코와 CJ를 압도했다.

결국 포스코와 CJ가 롯데를 이기기 위해서는 더 높은 가격을 쓸 수 밖에 없다. 경영 실패로 대한통운 매각 주도권을 사실상 산업은행에 넘겨 준 금호아시아나가 금호터미널을 시장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장부가격에 되찾을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딜에서 금호터미널 처리 문제가 금호아시아나 의도대로 될 경우 산업은행이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롯데가 대한통운 딜에서 금호터미널을 포함시키길 원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금호터미널 존재 자체의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금호터미널은 금호아시아나 그룹 모태인 금호고속(금호산업 고속사업부)의 사업 영위를 위해 필수적인 자산이다. 롯데는 만약 금호터미널을 빼고 대한통운을 인수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가 그간 대한통운에 기여해 온 매출분이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여긴다.

지난해 기준 대한통운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기여받은 매출액은 4000억원 수준. 이 중 1000억원 가량은 박삼구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회장간 불화로 금호석유화학 등 화학 계열사들이 계열 분리돼 나가면서 이미 떨어져 나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로선 금호터미널을 쥐고 있지 않으면 금호아시아나가 그간 대한통운에 기여한 매출을 모두 거둬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롯데에겐 금호터미널이 일종의 볼모가 되는 셈이며, 이는 포스코와 CJ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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