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채 선호 심화…RBC때문에 특수채 ↑·수익증권·외화유가증권↓…대형사·소형사 희비갈려
이 기사는 2011년 08월 17일 11: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RBC가 도입되면서 자산운용의 고유색이 사라졌다."
영업전략과 자산규모에 따라 차이를 보이던 보험회사의 자산운용 전략이 2010 회계연도 들어 사라져 버렸다. 대신 안전자산 편입이라는 획일화된 투자전략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지난 4월 도입된 위험기준 자기자본제도(RBC)가 불러온 변화다.
새로 도입된 RBC제도에선 자산운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위험을 세분화하고,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대해선 그렇지 않은 자산보다 더 많은 요구자본(Required Capital)이 부과된다.
요구자본이 늘어날 경우 보험사는 요구자본 증가분만큼 가용자본(Available Capital)을 늘려야만 기존 지급여력비율 수준으로 RBC비율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가용자본을 늘리기가 만만치 않다. 때문에 보험사들은 가용자본을 늘리는 대신 요구자본 산출에 유리한 안전자산 편입에 매달렸다.
업계 관계자는 "RBC제도 도입으로 보험사 자산운용 포트폴리오의 안전성은 제고됐지만, 회사별 고유색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 안전자산 편입이 대세로
RBC제도에선 자산 종류와 대차대조표상 분류, 만기에 따라 위험계수가 차등 적용된다.
유가증권에선 국공채와 특수채(일부 제외)가 위험계수 0%의 무위험 자산으로 분류된다. 반면 주식은 8~16%, 회사채는 0.8~6%의 위험계수가 적용된다.
RBC제도 도입 준비기간이었던 2010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보험사의 자산운용 전략은, 위험계수가 낮은 자산은 늘리고 위험계수가 높은 자산은 줄이는 것이었다.
실제 생명보험사의 2010 회계연도 유가증권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특수채, 수익증권, 외화유가증권의 비중 변화다.
특수채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생보사는 지난 한해 13조7948억원어치를 추가로 사들였다. 전체 유가증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6%로, 전년대비 2.82%포인트 늘었다.
반면 수익증권과 외화유가증권 비중은 전년 대비 각각 1.66%포인트, 1.76%포인트 줄어든 6.0%와 8.5%를 기록했다.
주식의 경우 위험도가 가장 높은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0.42%포인트가 늘었지만, 이는 삼성생명의 계열사 주식 보유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전년 대비 주식증가분(2조3872억원)을 제하면, 생보사의 주식 비중은 전년대비 0.67%포인트 감소한다.
손해보험사의 투자전략도 생보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손보사의 2010 회계연도 유가증권 자산 중 전년 대비 가장 큰 비중변화를 기록한 것은 주식과 회사채다. 주식 비중은 전년대비 1.33%포인트 줄어든 반면 회사채 비중은 1.18%포인트 늘어났다.
주식은 내다 판 반면 회사채는 위험계수가 낮은 AAA 등급(0.8%) 위주로 투자한 때문이다.
◇ 흥국·미래·KDB 등 국공채 집중매입…삼성·대생은 주식비중 늘려
투자전략의 차이는 없었지만 자산규모나 자본, 포트폴리오 운영전략에서 차이가 컸던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RBC제도 도입 부담감은 천차만별이었다.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은 이전부터 유가증권 내 국공채 비중이 높았고 자본여력도 충분했다.
RBC제도 도입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만큼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은 주식비중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렸다. 삼성생명은 주식 비중이 전년 대비 0.6%포인트 늘었고, 대한생명이 2.6%포인트나 증가했다.
예상위험은 커졌지만 주식시장 호조 덕분에,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은 매도가능증권 주식 평가이익으로만 각각 11조9391억원, 3236억원을 챙겼다.
반면 흥국, 미래에셋, KDB생명 등 상대적으로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지는 중소형사들은 대형사들과 달리 RBC비율 제고에 매달려야 했다. 이 때문에 국공채 매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RBC비율 165.4%를 기록했다. 주식과 수익증권, 외화유가증권, 기타유가증권을 모두 줄이고 국공채를 늘려 간신히 이룬 수치다.
미래에셋생명(166.4%)과 KDB생명(195.13%)도 다른 자산은 줄이고 국공채만을 늘렸다. 그 결과 운용자산이익률은 업계 평균(5.92%)을 밑돌 수 밖에 없었다. 미래에셋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 중반, KDB생명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비해 삼성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6%를 넘고, 교보생명도 6%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공채 등 안전자산 비중이 높았던 대형사들은 수익성 높은 주식 등에도 일정부분 투자가 가능했다"며 "반면 외형성장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던 소형사들은 RBC비율 제고를 위해 수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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