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 표류…역마진 탈출구 오리무중 장기 국공채 금리<공시이율, 수익제고 주식시장 붕괴 '이중고'
이 기사는 2011년 08월 17일 14: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사 자산운용에 적신호가 켜졌다. 주력 투자자산인 국공채 금리가 저축보험 등의 공시이율을 밑돌면서 역마진 상황에 노출된 탓이다.
역마진 상황을 타개할 자산 분배 정책도 방향성을 잃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주식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수익률 제고도 힘들어졌다.
보험사 투자담당 임원은 "채권과 주식 어느 쪽으로도 투자 방향을 잡기가 어려워졌다"며 "신규 자산은 계속 늘어만 가는데 투자처 부재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 장기 국공채 쓸어담았더니 금리 하락
17일 업계에 따르면, 2010 회계연도(2010.4~2011.3) 한해동안 보험사가 사들인 국공채는 총 13조8267억원에 달한다.
이 중 생명보험사는 12조2608억원어치를 매입했고, 손해보험사는 1조565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국공채와 함께 특수채 매입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3월 말 현재 보험사의 특수채 보유 규모는 73조327억원으로, 전년대비 15조9831억원이 늘었다.
국공채와 특수채 투자는 대부분 장기채 중심으로 이뤄졌다.
지난 4월 도입된 위험기준 자기자본제도(RBC제도)에선 투자자산의 안전성과 함께 보험부채와 자산의 듀레이션 갭을 최소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탓이다.
금리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도 컸다. 지난 한해 출시된 생명보험사 상품 공시이율은 4.6~5.2% 수준이다.
지난해 4월 국고채 3년 수익률은 3.84%인 반면 국고채 10년과 20년 수익률은 각각 4.93%, 5.13%로, 10년 이상 장기채에 투자해야만 역마진을 피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안돼 보험사의 투자전략은 변할 수 밖에 없었다.
기준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장기채 수익률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상품 공시이율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이후 현재까지 한국은행은 총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고, 그 결과 지난해 7월 2.25%를 기록한 기준금리는 지난 6월 3.25%로 100bp 상승했다.
반면 국고채 10년물 월 평균 수익률은 지난해 7월 4.91%를 정점으로 하락해 현재 4.13%까지 떨어졌다. 5.11%를 기록했던 국고채 20년물 수익률도 4.17%로 떨어졌다.
국내 생보사들이 올해 3월 이후 판매하고 있는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이 4.8~5.2%인 것을 감안하면 장기 국고채와 저축보험의 공시이율 갭은 60~100bp가량 벌어진 셈이다.
국공채 투자전략이 역마진 위험에 노출되면서 보험사들은 올해 초부터 회사채와 대출, 부동산 등 새로운 투자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보험계약자가 투자처를 선택하고, 투자수익이 보험계약자에게 돌아가 보험사의 운용부담이 적은 변액보험 판매에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매달 3조~4조원씩 늘어나는 운용자산을 분배하기도, 리스크 감내 범주에서 수익을 얻기도 쉽지 않다.
일부 회사들은 회사채 투자가능 등급기준을 A등급까지 하향했지만 입찰과정에서의 쏠림현상으로 발행금리가 기대금리를 밑돌아 중도에 입찰을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약관대출(0%)과 주택담보대출(1.4%) 등 RBC제도에서 위험도가 낮게 평가되는 대출에 힘쓰고 있지만 영업 접근성 및 보험계약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로 인해 대출자산 증가에는 한계가 있다.
2010 회계연도 한해 동안 약관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 증가규모는 각각 2조2778억원, 1조3396억원으로, 보험사의 한달치 운용자산 증가분에 불과했다.
이전 계약에 대한 자산운용 부담만 감내하고 신규계약의 운용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변액보험 판매 강화책도 나왔지만 신통치 않다.
본사 차원에서 아무리 변액보험 판매 강화에 나서도 실제 영업채널인 설계사 조직에선 판매의 용이성으로 변액보험 보다는 연금저축 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탓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대형사 중심으로 변액보험의 수입보험료가 늘고 있지만 일반계정의 수입보험료도 같이 늘고 있어 투자부서의 부담은 계속되고 있다.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사간 외형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투자의 어려움 때문에 영업을 줄일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땅한 투자처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당분간은 이전 투자자산의 이익실현분을 처분하며 시장이 정상화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일각에선 채권금리 하락으로 보험사의 평가이익이 늘어나 호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기부채에 대비해야 하는 보험사 자산운용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금융위기 발생 이후 3년 중 지금이 가장 투자방향을 정하기 어려운 때 같다"고 말했다.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