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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근성이 필요하다

박창현 기자공개 2011-08-10 08:27:21

이 기사는 2011년 08월 10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근성'은 투자은행(IB)이 갖춰야할 덕목이다.

실력자들이 즐비한 IB업계에서 절박함과 치열함은 IB들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모 증권사의 기업공개(IPO) 담당 임원이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받지 못하자 발행사를 찾아가 입찰 참여 기회를 달라며 드러 누웠다는 얘기가 마냥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은 이유다.

그런 면에서 삼성증권은 몹시 점잖은(?) IB조직을 가졌다는 평가를 듣고있다. 큰 무리를 하지 않고 주어진 인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정 수준의 목표치를 꼬박꼬박 채우는 모범생의 행보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의 리그테이블도 이를 증명해 준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ECM 부문에서 지난 2009년(2위) 잠깐 두각을 나타내더니 지난해(12위)는 물론 올해 상반기(15위)에도 10위권 입성에 실패했다. DCM에서도 수년 째 10위권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M&A의 경우 지난해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올해 들어 하나 둘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 수준이다. 리테일 · 자산관리 사업 부문에서 '삼성' 브랜드를 활용해 국내 최고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업계는 삼성증권의 가장 큰 약점으로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삼성'이라는 큰 우산 아래 안주하면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집념과 끈기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 내부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제를 인식한 삼성증권은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변화의 칼을 뽑아들었다. 약점으로 지목됐던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사업부가 커버리지 업무를 담당하는 형태로 조직을 개편했다.

원래 대기업 중심 마케팅을 전담했던 커버리지사업부는 기업금융1사업부로 이름을 바꿨고, DCM사업부는 기존 채권 발행 업무 외에 미들캡 커버리지 업무를 추가해 기업금융2사업부로 재편됐다. ECM사업부는 기업공개(IPO) 업무만을 전담하기로 하면서 이름도 IPO사업부로 변경했다. IPO사업부는 거래실행(Execution) 업무 외에도 소싱 업무도 직접 맡게 됐다.

이전 조직의 경우, 커버리지사업부를 통해 딜소싱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업부들은 영업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생존을 위해 스스로 딜을 찾아야만 한다. 특히 커버리지를 주업무로 맡게 된 1사업부와 2사업부는 치열한 내부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배고픔을 모르는 맹수는 발톱이 무뎌지기 마련이다. 삼성증권은 그 어떤 증권사도 갖지 못한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지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냥감을 향한 맹렬한 투혼이다. 그 지독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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