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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알토란 'OSV' 매각 배경…"대마불사는 옛말" 강덕수 회장 OSV 경영권 매각 결단…몸집불리기 M&A 관성 급브레이크

박준식 기자공개 2011-10-26 10:34:14

이 기사는 2011년 10월 26일 10: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TX 그룹이 싱가포르 상장 계열사 STX OSV 홀딩스(Holdings Ltd) 경영권 지분을 내놓은 것은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된다. 인수합병(M&A) 전략으로 몸집을 불려왔지만 대마불사로 비춰진 관성이 시장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판단에 따라 오너가 결단을 내렸고 비로소 진지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STX는 오너인 강덕수 회장이 주택담보로 빌린 30억원의 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평범한 셀러리맨이었던 강 회장은 쌍용그룹이 외환위기로 와해되자 사재를 털어 쌍용중공업 지분을 사들였고 10년 만에 재계 14위 그룹 회장의 반열에 올랐다.

STX는 십여 차례에 걸친 크고 작은 기업 인수로 그룹 자산을 22조원(2011년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까지 불렸다. 2001년에 인수한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을 인수해 성장의 기반을 다지고 2002년 말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사들여 주요 캐쉬카우를 확보했다. 조선과 해운, 두 축의 핵심 사업을 기반으로 2008년 초까지 이어진 중국 발 대호황의 수혜를 입은 것이 폭발적인 성장의 배경이다.

STX는 그러나 2008년 말부터 시작된 금융위기의 악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물동량이 줄어들고 조선과 해운 관련 수요가 사라지면서 사업 유지에 필요한 고객주문 확보가 어려워졌다.

벌크선사인 STX팬오션은 1년에 8421억원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2008년)을 올리기도 했지만 벌크선운임지수(Baltic Dry Index, BDI)가 1만 포인트에서 2000포인트 이하로 떨어지자 힘을 잃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까지 STX팬오션은 51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중국 다롄에 생산기지를 두고 글로벌 경영을 꿈꿔왔지만 금융위기 이후 수주가 끊기고 현지 생산품질 및 노무관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선박금융 등 추가적인 신용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은행권은 STX그룹 전체에 대한 여신 총계(선박금융 등 포함)가 한때 20조원에 육박하자 자금 회수를 서두르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이 그룹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STX 그룹에 대한 심각한 유동성 논란은 이런 맥락 속에서 기존 차입금을 차환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대외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STX가 자구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수조원의 자금이 소요될 하이닉스 인수전 등에 나서자 은행권이 완전히 등을 돌릴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가 확대 재생산됐다. STX가 하이닉스 인수전에 동참하기로 했던 중동계 펀드의 출자거부로 피동적인 불참선언을 한 것도 이 그룹에 대한 불신을 가중했다.

STX는 지난 21일 증권가의 유동성 위기 루머로 계열사 주가가 폭락하자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강덕수 회장이 "앞으로 대형 M&A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계열사 구조 조정과 6000억원 가량의 전방위 자금 조달 계획을 밝힌 것이다.

여기에 구체적인 현금 확보 대책으로 STX OSV 경영권을 포기하기로 한 것은 자구책의 진정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회생기업을 사서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를 낸 후 국내외 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해온 STX가 자신들의 재무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OSV는 STX가 이전까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지목한 핵심자산이라는 점에서 그룹 내부의 심각한 결단이 전제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OSV는 최근 전 세계적인 자원 확보 전쟁의 흐름을 타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매출이 2009년 118만9500만 노르웨이 크로네(), 2010년 118만8100만 크로네로 견조한 가운데 같은 기간 EBITDA는 6억4800만 크로네(margin 5.4%)에서 13억3000만 크로네(margin 11.2%)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28억5100만 크로네에 달했다.

STX가 유동성 문제의 주원인이 된 옛 아커야즈(현 STX유럽)의 중요자산을 처분해 문제의 근원을 스스로 해결한다는 의미도 있다. 해운과 조선업으로 2008년까지 현금을 쌓던 STX는 2007년부터 시작된 아커야즈 인수 과정에서 노르웨이 하브야드와 경영권 분쟁 등이 벌어지면서 당초 예상했던 5000억원의 네 배에 달하는 2조원 가량을 매몰비용(sunk cost)으로 투입했다.

STX는 OSV 상장으로 5000억원 가량을 회수했고 남은 50.75%의 경영권 지분을 팔아 목표한 1조원 가량을 추가로 확보하면 당초 투입했던 2조원 중 75% 이상을 거두는 셈이다. 아커야즈의 또 다른 핵심사업인 크루즈 조선 사업부와 프랑스 조선소 등이 STX 계열사로 존재한다는 걸 감안하면 OSV를 매각해도 아커야즈 인수가 손해 본 장사는 아닌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STX가 시장의 신뢰를 잃은 까닭은 2~3년 전부터 자구책을 마련한다고 해놓고 자산 매각이 아닌 유상증자나 IPO 등을 선호했기 때문"이라며 "오너가 대형 M&A 중단을 선언하고 핵심 자산의 경영권을 내놓은 것은 주목할 만한 재무정책의 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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