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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상수지 흑자 축소의 의미 [WM라운지]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공개 2019-04-10 10:15:44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8일 10:1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2018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0.4%에 불과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는 2019년에도 미미한 흑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GDP 대비 10%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10년만의 큰 변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때문에 사람들은 중국이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상수지는 균형 수준으로 축소됐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소멸은 세계경제와 투자시장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물론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축소가 일시적, 순환적 현상이라는 견해도 있다. 수입 증가가 중국의 주요 수입 품목인 원유와 반도체의 가격 상승에 일부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축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중국의 투자는 여전히 GDP 대비 40%로 높지만 최근 저축률이 50%에서 40%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여행수지 적자 증가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 뿐 아니라 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령자들이 축적한 저축을 지출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세계경제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과잉생산의 축소로 세계 실물경제의 안정성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신흥 국가가 세계 자본시장으로 들어오면 과잉생산 문제를 야기한다. 값싼 노동력과 자본의 대량 투입으로 제조업 부문에서 싼 물건을 쏟아 내기 때문이다. 상품은 국내에 모두 팔리지 않기에 해외시장에 팔아야 한다. 자국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자본을 축적하지만 세계 시장은 상품의 초과공급 문제에 시달리게 된다. 규모가 작은 나라가 세계 자본주의에 편입될 때는 충격이 미미하지만 14억 인구를 가진 국가의 진입은 세계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다.

벤 버냉키(Ben Bernanke) 전(前) 연준의장이 2007년에 '세계적 저축 과잉(global saving glut)'을 언급했을 때,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를 가장 우려한 바 있다. 그 우려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영국, 독일, 미국, 일본 등이 산업화가 되면서 상품의 초과공급 뿐 아니라 공황을 경험한 바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국의 과잉생산 결과다. 이제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폭이 축소되고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뤄가면 세계시장에 주는 실물 경제 충격은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독일이 높은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중국에 비해 경제규모가 크지 않고 유럽 역내 무역의 문제이기에 세계경제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둘째, 글로벌 자금 흐름이 안정화된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산업화의 길을 걷게 된 중국은 2000년대에 거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로 중국은 미국 국채와 외환보유고를 늘렸다. 무역을 통해 들어온 돈이 다시 미국 국채를 사면서 미국으로 환류된 것이다. 통상적으로 무역을 통해 유입된 돈은 그 나라의 환율을 절상시키고, 국내 소비를 증가시켜 무역수지를 균형으로 가게 한다. 2000년대 중국은 그 돈으로 미국 국채를 사면서 달러를 미국으로 다시 보내버렸다. 그리고 폭탄은 미국에서 터졌다.

중국은 해외자본이 들어오면서 환율절상과 내수 증가로 국내 버블이 일어나는 경로를 차단하고, 지속적인 자본축적에 매진했다. 그러다 보니 그 충격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 미국의 장기금리는 단기금리 상승에도 하락하는 기이한 모습을 보였다. 장기금리 하락은 모기지 금리를 낮췄고 이는 주택시장에 버블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주택시장에 투기적인 파생상품까지 가세하면서 2008년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초래됐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이제 3조 달러를 넘어서 어느 정도 내·외부적 충격을 완화할 수준이 됐다. 중국은 경제규모가 크지만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외환보유고가 필요하다. 다만 과거처럼 외환보유고를 급격히 증가시킬 일은 없을 것이다. 무역수지 흑자로 인한 달러 유입은 해외여행 등의 소비를 통해 다시 유출되므로 외환보유고를 거쳐 금융시장에 흘러 들어가는 자금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2000년대 세계 자금시장을 뒤흔들었던 대규모의 자금이동은 중국 경상수지 흑자 균형으로 완화되리라 본다.

셋째, 중국시장의 규제완화가 진전된다. 중국은 향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경우를 상정할 것이다. 이 경우 중국경제가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자본이 원활하게 들어와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자금유입은 직접투자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투자 규제나 불공정한 조건들을 완화해가야 한다. 중국은 이미 3월 15일에 수정된 외상(外商) 투자법을 통과시켰다. 40년만의 대대적인 정비로 신설 조항 중에는 외국 기업에 대한 강제적인 기술 이전을 금지하는 규정이 선언적으로 마련됐다. 그 외에 금융시장 개방도 진행된다. 이는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축소에 대한 대비이자, 중국이 일방적으로 상품을 세계시장에 공급하는 체계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발을 담갔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에서 우리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축소는 세계 경제의 방향성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중국이 수출경제에서 내수경제로 경제 체질을 변화시키면서 안착할 지는 미지수다. 급속히 내수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국내 버블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경제의 불균형 요소로 작용하던 위치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중국에서 또 다른 기회가 생겨날 수 있음은 긍정적이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 CIO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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