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이탈' 삼성생명, 수수료 유인책 개편 설계사 정착률 순익과 비례…'저연차 설계사 타깃' 정착 수수료 인상
손현지 기자공개 2020-05-15 14:52:29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3일 11: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보험이 전속 설계사(FC)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다. 일반적으로 설계사 규모가 순익과 직결되는 만큼 설계사들에게 매력적인 근무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특히 저연차 설계사를 대상으로 유인책을 마련한 만큼 '젊은 조직', '설계사 육성'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달 초 삼성생명 사내망을 통해 수수료 지급 체계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경력 설계사의 경우 직전 회사에서 연소득이 1억원 이상이면 이직 후 첫 달에 한건의 보험만 판매해도 30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키로 했다.
또 저연차 설계사 대상 수수료 개편안이 파격적이다. 수수료 항목 중 '정착 수수료'를 당초에는 입사 후 최초 1년만 지급했는데 이를 2년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정착 수수료는 기본실적을 달성하면 지급되는 일종의 '고정금'이다.
아울러 수수료 금액 자체도 기존 대비 인상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연간 환산성적 30만원을 달성하면 2400만원의 정착 수수료가 지급되곤 했다. 이번 개편안을 통해 5월에 들어온 신입 설계사들부터 3600만원의 정착수수료를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신인 설계사의 도입 연령 기준도 마련했다. 만 30~55세를 신인 설계사 도입 적격 연령으로 정했다. 그중에서도 35세에서 49세까지를 타깃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했다.
이는 전영묵 대표의 '신인 양성' 의지와도 맞물려 있다. 전 대표는 사내 임직원에 보낸 CEO메시지를 통해 "전속 설계사 조직의 가동재적이 1만8000명 이하로 하락하고 평균연령은 51세가 넘었다"며 "이 추세라면 10년뒤에는 가동재적이 1만3000명, 평균연령은 60세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수수료 개편은 신입 설계사들의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저연차들이 영업 압박없이 안정적으로 고객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정착수수료를 대폭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보험업계에에서 설계사에게 기본수당을 확대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수당을 늘리면 인센티브 지급액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인센티브는 개인 사업자나 다름없는 설계사들의 영업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대면채널이나 다름없는 설계사가 벌어오는 매출의 70% 이상은 상위 10%의 설계사가 벌어온다"며 "월급 체계의 정규직이었다면 영업 동기부여가 적어 보험왕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키로 한 건 경쟁사에 능력있는 인재를 뺏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도 해석된다. 삼성생명은 보험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법인보험대리점(GA)의 성장과 손보업계의 영업 강화로 전속 판매 조직 위상이 흔들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몇 년새 생보업계 설계사 이탈이 잦아지고 있다. 삼성생명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13회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은 30%로 생보사 평균(35%)치를 밑돌았다. 1년 이상 활동하는 설계사의 비율이 10명 중 3명도 채 안 되는 셈이다.
13회차 보험계약 유지율에도 최근 3년간 꾸준히 우하향 흐름을 보였다. 2016년 85.6%에서 2017년 84.2%, 2018년 81.2%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보험계약 유지율이 81%라는 건 보험을 가입한 고객 10명 중 2명이 1년도 안돼 계약을 해지한다는 얘기다.
통상적으로 보험 설계사 이탈은 보험 소비자의 계약 담당자 변경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부당 승환계약이나 불완전 판매가 발생할 우려가 생기는데 이는 보험계약 유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설계사 이탈에는 대형 기업형 GA들의 거센 설계사 영입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피플라이프가 기본급 연 3000만원 지급 조건으로 정규직 설계사를 채용하고 있다. 또 수수료나 시책(수수료 외에 더 받는 수당)을 더 제시하면서 설계사 조직을 빼가고 있다.
문제는 설계사 감소가 실적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삼성생명 당기 순이익은 작년 한해 동안 무려 41.3%나 급감했다. 보험업계 최대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삼성생명이지만 신국제회계기준(IFRS17)도입에 따른 저축성보험 판매량 감소와 저금리에 따른 투자영업 이익 타격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국내 보험업계에서 만큼은 보험설계사를 다수 보유하는 것이 보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선 상품을 만들고 판매를 하는 주체가 보험사, 대리점 등 각각 따로 이뤄져 전속설계사처럼 운영되는 구조다. 반면 국내 보험사의 경우 전속 설계사를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 설계사 정착률이 중요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톱 생보사인 삼성생명이 설계사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다"며 "이를 시작으로 타사 변화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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