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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家 오너의 변화 DNA [thebell desk]

김용관 산업1부장공개 2020-10-14 10:39:33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2일 07:4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은 스포츠 브랜딩 활동을 잘하는 기업이다.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파드리스의 메이저리그(MLB) 디비전시리즈에서 두산 로고를 보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두산 로고를 단 굴착기가 영국 디 오픈(The Open) 챔피언십의 페어웨이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소비재 산업도 아닌 중공업 중심의 제품 라인업을 갖고 있는 두산의 TV 광고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모르겠다. 수천만명의 글로벌 TV 시청자들에게 두산 로고를 각인시킨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MLB나 PGA같은 스포츠 중계의 프라임타임에 광고를 송출하는 건 잘 나가는 기업의 상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산의 위상이 느껴진다. 그런데 두산그룹이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져들면서 내년에는 TV 광고에서 두산 로고를 보기가 힘들 전망이다.

#흔히 두산그룹을 100년 기업이라고 부른다. 박승직 창업주가 종로 4가에 설립한 면포가게 '박승직 상점'의 설립연도가 1896년이니 정확히는 124년이다. '부자 3대 못간다'는 말이 있지만 무려 4세대에 걸쳐 가업 승계를 이뤄냈으니 업의 힘이 대단하다.

두산은 OB맥주로 유명했던 소비재 중심의 기업이었다. 이것도 90년대까지만 기억되는 예전의 모습일 뿐이다. 실제로 두산베어스는 알아도 OB베어스를 기억하는 90년대생은 별로 없다. 지금은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 중후장대 비즈니스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지금의 두산을 만든 몇번의 중요한 변곡점이 있었다. 첫번째는 박승직 창업주의 장남인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이 두산상회를 설립한 것이다. 두산이 현대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그는 1952년 일본의 소화기린맥주를 인수하면서 동양맥주(현 OB맥주)를 설립한다.

두번째 변곡점은 1991년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유출 사태. 당시 소비자 불매운동이 가속화되면서 두산그룹의 운명이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다. 결국 이 여파로 부도 직전까지 내몰리며 1996년 두산그룹은 비자발적인 구조조정까지 돌입한다.

네슬레, 코카콜라, 3M, 버거킹 등 계열사 지분을 잇따라 내놨다. 모체와도 같았던 OB맥주도 벨기에 인터브루에 매각한다. 그룹의 매출을 책임지는 핵심 기업을 매각하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오너는 결단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IMF 외환위기를 앞두고 막대한 자금을 쌓을 수 있었다.

또다른 변곡점은 1998년 IMF 외환위기로, 결과적으로 본격적인 중공업 중심의 기업으로 변신하는 계기였다. 당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불황 속에서 알짜기업들을 하나둘 매물로 내보내는 와중이었다. 2000년 이후에는 공기업들도 민영화 정책에 따라 M&A 시장에 쏟아졌다.

그때 지금의 두산그룹을 만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한다. 이후 고려산업개발, 대우종합기계, 미국 밥캣 등 인프라 관련 기업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중공업 DNA를 심는다.

#두산그룹이 창사 이후 최대 경영위기에 빠졌다. 두산중공업발 위기로 인해 촉발된 유동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 핵심 계열사를 잇따라 매각하고 있다.

그많던 계열사를 다 팔고 이제 남은 것은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정도. 한때 재계 10위(공기업 제외)까지 올랐던 두산그룹 입장에서 쪼그라든 사세를 보면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정부 정책에 휘둘리는 작금의 상황이 억울하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중공업 중심 기업으로 변신한지 20년만에 다시 한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전환해 이번 위기를 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원전을 포기한 두산중공업이 풍력이나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전문가들도 만만찮다. 하지만 변신하지 않으면 현재의 위기를 넘기 어려워 보인다.

그냥 느낌이지만 두산가 오너들은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DNA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 재계 오너들은 본인들이 설립한 회사들을 매각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자식을 파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그래서 때를 놓치고, 위기가 가속화되고 침몰하는 수없는 기업 사례를 봐왔다.

박승직을 시작으로 박두병, 박용곤, 박용만 등으로 세대가 이어지면서 변화 DNA가 심어진 듯하다. 4세대 오너인 박정원 회장은 어떨까?. 그도 그런 변화의 DNA를 갖고 있을지, 성공적으로 그룹 체질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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