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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KT]'채용비리 논란' 딛고 4년 만에 A+ 복귀①의장·대표 분리, 높은 사외이사 비율이 비결…뒤집힌 무죄판결, 리스크 '진행형'

최필우 기자공개 2020-12-01 07:29:45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5일 07:1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SG 우등생으로 꼽혀 온 KT는 지난해 풍파를 겪었다. 2018년 12월께 시작된 유력 정치인자녀 부정 채용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다. KT의 사회적 기여도와 지배구조상 감시 기능이 의심받을 수 밖에 없었다.

부정적 시선은 ESG 평가등급에 곧바로 드러났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2019년 상장기업 ESG 평가등급에서 통합등급 B+를 받았다. 줄곧 A와 A+를 오가던 KT에겐 낯선 성적이다.

올해는 4년 만에 통합등급 A+에 복귀하며 명예를 회복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사외이사 비중 70% 이상 유지 등이 대표적인 고점 획득 비결로 꼽힌다. 다만 최근 채용비리 2심 선고 공판에서 1심의 무죄 판결이 뒤집히면서 추후 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여지가 남았다.

◇전임 회장 구속·유죄 판결, 감사위원회 도마 위

KT는 KCGS ESG 등급평가 최상위권 단골 손님이다. 2007년 대상에 이어 2순위 격인 명예기업에 선정됐고 동시에 이사회 부문 우수기업으로 뽑혔다. 이듬해 명예기업 2년 연속 수상을 달성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KCGS가 ESG 평가등급을 7개(S·A+·A·B+·B·C·D)로 나눠 공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에도 KT의 성과는 두드러졌다. 2018년까지 8년 연속으로 A 이상의 통합등급 점수를 받았다. 2019년 받은 통합등급 B+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성적표다.


지배구조(G) 등급 하향이 직격탄이었다. 줄곧 A 등급 이상이었던 지배구조 등급이 처음으로 B+로 내려 앉았다. 환경 부문에서 꾸준히 A 등급 이상을 받아 왔고 사회 부문에서 A와 B+ 등급을 자주 오갔음을 고려하면 지배구조 등급 하락이 통합등급 하향에 가장 결정적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2018년 말 불거진 채용비리 논란이 등급 하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전 의원의 딸이 부정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 대상은 총 11명까지 늘었다. 이후 진행된 검찰 수사 끝에 지난해 4월 이석채 전 KT 회장이 구속됐고 같은해 10월 1심 공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재는 보석 석방된 상태다.

전임 회장이 연루된 사태는 지배구조 평가에 악재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KT는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를 두고 회계 및 업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한 인사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여부도 감사위원회가 점검해야 할 대상 중 하나다. 감사위원회가 '실세'인 회장 감시와 견제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일련의 사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게 사회(S) 등급 하향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KT 사회 등급은 2018년 A에서 2019년 B+로 내려 앉았다.

◇민영화 후 의장 8인, 모두 사외이사…사외이사 비율 70%↑

올해 KT가 통합등급 A+로 복귀할 수 있었던 건 채용비리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슈로 분류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논란이 된 인사는 2012년 입사했고 이 전 회장은 2013년 11월 사퇴해 사건으로부터 7~8년이 흘렀다. 채용비리를 걷어내면 KT의 전통적인 강점이 드러난다.

KT는 2003년 민영화 시점부터 이사회에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도입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민영화 후 초대 의장을 맡은 황주명씨로 시작해 박성득씨, 김종상씨, 윤정로씨, 김응한씨, 송도균씨, 김종구씨, 현 김대유 의장까지 총 8명이 이사회 의장직을 거쳤다. 이들 모두 사외이사로 의장직을 수행해 이사회 중심 경영의 한 축을 맡았다.


사외이사 의장 체제는 국내 상장사에 보편화되지 않은 지배구조다. 금융감독원이 2018년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 상장사 중 86%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외이사의 의장 겸임 비율은 8.7%에 불과했다. 2003년 KT의 사외이사 의장 기용이 선제적이고 파격적인 조치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높은 사외이사 비율도 고득점 요인 중 하나다. KT는 2007년 이후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을 7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 재직중인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는 각각 3명, 8명으로 사외이사 비중이 73%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은 사외이사를 3명 이상 선임하고 전체 이사의 과반수로 둬야하는 데 이 기준을 훌쩍 넘는다.

사외이사 의장 체제와 마찬가지로 사외이사 비중이 70%를 넘는 상장사가 드물어 KT는 앞으로도 지배구조 평가 상 고득점을 받는 게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채용비리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일 2심 공판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1심 무죄를 뒤집는 판결이었다. 같이 재판을 받은 이 전 회장도 뇌물공여 혐의 유죄 판결이 추가됐다. 추후 유죄가 최종 확정되고 또 한차례 파장이 일 경우 ESG 평가상 불이익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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