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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못쓰면 독 되는 위원회, 아모레 경쟁사 LG생건 못넘는 '벽'③감사위원회 외 별도 규정 없어, 견제·전문성 기능에서 큰 차이

최은진 기자공개 2020-11-26 08:04:18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3일 14: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의사결정 하나하나에 기업 명운이 바뀐다. 이사회가 주주의 권익을 대변하는 통로이자 의사결정의 합리화 및 투명성을 강화하는 제도로 보호받는 이유다. 그러나 의사결정의 신속성 및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사회는 꽤 번거로운 절차다. 특히 사외이사 등 견제기능이 강화할수록 부담은 더 커진다.

이를 보완해주는 제도가 이사회 내 소위원회다. 기능별로 이사회를 분화시키고 적절한 이사를 배치해 심의 및 의결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제도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강화되면서 대그룹을 중심으로 관련 위원회가 잇따라 설립되고 있다.


법적으로 엄격하게 규정되는 감사위원회와는 달리 그 외의 위원회는 특별히 명문화 된 규정이 없다. 위원회를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따라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할 수도, 반대로 약화할 수도 있다.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 되는 셈이다.

이철송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쓴 회사법 해설서인 '회사법강의'에는 다음과 같이 위원회 제도를 평가한다. '위원회에 신주발행·사채발행 등 중요사항 등을 포괄적으로 위임할 수 있어 운영하기에 따라서는 이사회를 '허구화' 시킬 위험이 있다.'

◇경쟁사 대비 '위원회' 활성화…경영위원회서 모든 경영안건 의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0여년 전부터 소위원회 제도를 활용했다. 2006년 경영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해 운영하다가 2018년들어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추가로 만들어 위원회 수를 늘렸다. 공정거래 및 경영투명화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관련 위원회를 통해 표면적으로나마 이사회의 선진화를 꾀했다.

현재 지주사인 아모레G와 핵심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각각 8명, 7명의 이사로 6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11명의 이사로 각각 7개, 4개의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사회가 상당히 활성화 된 것으로 보여진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사회를 경영 및 리스크 관리와 그 외의 부분으로 분화했다. 경영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사내이사로만 운영하고 나머지 보수·내부거래·보상·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특히 경영위원회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을 포함한 대표이사 단 두명으로만 구성한다.

위원회마다 의결기능에 차별을 뒀다. 사내이사로만 구성된 경영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심의는 물론 의결기능까지 있지만, 그 외 위원회는 심의기능 밖에 없다. 견제가 필요한 경영과 리스크관리의 의사결정이 사내이사, 특히 대표이사의 독단으로 의결된다.

이사회 안건을 살펴보면 경영위원회에서 굵직한 현안 대부분이 다뤄진다. 올해 지주사 아모레G는 약 1600억원 규모의 강남 논현동 옛 사옥을 매각하는 건을, 핵심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은 860억원 규모의 해외 자회사 차입의 지급보증건과 450억원이 투입되는 래셔널 그룹(Rationale Group) 투자건 등이 처리됐다.

논현동 사옥 매각은 한차례 무산됐다가 재매각 작업이 추진됐고 해외 자회사 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 및 담보제공건 등은 수년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지원 의혹을 받던 사안이었다. 합리적이고도 공정한 의사결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시스템은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사회 도입의 본질에선 다소 비켜난 모습을 보인다.

사외이사가 보유한 전문성 및 역량이 경영상의 의사결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경영진들만 심의 및 의결에 참여하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으로 사안을 바라볼 수 없다. 최근 재계에 요구되는 이사회 역량 가운데 전문성 및 다양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너 중심의 편향된 의사결정은 리스크가 따를 수가 있다.

◇LG생건, 지주사·사외이사 이중견제…중대안건 이사회 처리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국내 최대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은 이사회 시스템이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진다. 아모레퍼시픽그룹과는 다르게 견제기능이 이중으로 돼 있을 뿐 아니라 사외이사의 전문성도 상당부분 개입되는 구조다.

LG생활건강은 LG그룹의 계열사이지만 대표이사인 차석용 부회장의 독립성 및 자율성이 상당부분 보장된다. 그룹에서는 물론 주주들도 그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어 권한이 쏠린다. 차 부회장은 의장직을 수행하며 이사회 내에서도 묵직한 영향력을 갖는다.

그렇다고 차 부회장이 전횡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이사회에는 사외이사 뿐 아니라 기타비상무이사로 지주사 재경임원까지 자리한다. 사외이사의 견제를 받으면서 지주사의 감시·감독까지 받는 셈이다.

사외이사는 4인이다. 경영학 박사인 이태희 교수·김상훈 교수·김재욱 고문 그리고 법률전문가인 김기영 변호사로 구성된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하범종 ㈜LG 재경팀장 부사장이 자리한다. 사내이사로는 차 부회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홍기 부사장 단 둘이다.


위원회는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만 두고있다. 따라서 주요 경영상의 의사결정도 당연히 전체 이사진이 모두 참여한다. LG생활건강이 사외이사의 역할을 단순 견제기능이 아닌 경영자문으로까지 확장해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사회를 통해 전문성을 보강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올해는 600억원 규모의 해외 자회사 LG H&H USA의 유상증자, 피지오겔 브랜드의 아시아 및 북미 사업권 취득, 자회사 오비엠랩 합병 등이 논의됐다. 모든 이사회 구성원들이 심의 및 의결에 참여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과 비교해 의사결정 절차가 번거롭고 복잡할 수는 있지만 사내외 이사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고 의결에 참여하는 만큼 투명성은 물론 전문성도 더 강화될 수 밖에 없다.


어떤 방식의 의사결정이 더 좋은 결과물을 창출하는 지는 이견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이사회에 논의되는 안건들이 모두 '중대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중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 견제와 투명성,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합리적으로 보는 이유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엎치락뒤치락 했던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의 실적은 한류열풍의 정점이자 성장의 고점으로 평가되는 2016년부터 갈렸다. LG생활건강은 사업다각화를 꾀하는 동시에 리스크관리를 통해 꾸준한 성장을 이룬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공격적인 확장정책으로 들쑥날쑥한 실적 변동성을 나타냈다.

전략의 차이 때문이지만 전략의 방향성을 논하고 최종결정되는 장(場)이 이사회다. 이사회 내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이유를 단편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사례로 분석된다.

기업지배구조 연구기관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사내이사 뿐 아니라 사외이사가 참여하며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고 논의되면서 자연스럽게 견제기능이 발동된다"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관점에서 독단적인 결정보다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장이 조성되는 게 더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창출한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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