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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투자금에 붙은 꼬리표 '시리즈 투자' 美 실리콘밸리 '우선주' 발행서 넘어와, 성장 단계 가늠 역할도…'투자→성장→회수' 선순환

신상윤 기자공개 2021-08-03 07:00:04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2일 09: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할 때 종종 '시리즈(Series) 투자'라는 꼬리표를 다는 경우가 있다. 특히 'A, B, C 등' 알파벳까지 붙어 순서 구분하기도 한다. 시리즈 투자란 무엇인가.

시리즈 투자란 용어는 스타트업 성지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넘어왔다고 보는 게 정석이다.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 때 발행하는 '우선주'를 구분하기 위해 첫 번째는 시리즈-A, 두 번째는 시리즈-B와 같이 붙였던 관행이 한국으로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 美 실리콘밸리 관행, 우선주 발행 순서… VC·사모펀드 등 투자자 참여

기업이 우선주나 사채를 발행할 때 순서를 구분하기 위해 '제1종', '제2종' 등을 붙이는 것과 유사하다. 스타트업은 시리즈 투자 단계에 따라 기업 가치도 평가돼 정확한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투자를 유치하는 순서라고 보면 된다. 즉, 시리즈-C 투자를 받은 기업은 앞서 시리즈-A와 B 단계의 자금을 유치한 것이다.

최근 마켓컬리로 잘 알려진 '㈜컬리'가 2500억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를 받아서 화제를 모았다. 기업은 성장 단계별로 일정 수준의 자금이 필요하다. 창업 초기에는 소규모 자본만 있어도 운영할 수 있지만 매출이 늘어나고 직원이 많아지면 그만큼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외부 투자자의 손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상장 준비도 하는 컬리는 이번 투자 유치로 사업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비상장 기업인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탈을 비롯해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다. 지난해 많은 인기를 받고 종영했던 TV 드라마 '스타트업'에선 투자사와의 관계를 일부 엿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 등이 투자하는 단계에서 시리즈라는 명칭이 붙는다. 시리즈 투자 이전에도 개인 혹은 소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경우가 있다. 이땐 엔젤투자 혹은 시드투자란 표현이 조금 더 적합하다. 엔젤투자란 엔젤(Angel)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산가들이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을 말한다.

'시드(Seed)'투자는 초기 종잣돈을 마련하는 것으로 엔젤투자와 비교해 투자금은 조금 더 많기도 하다. 최근에 쿠팡 창립 멤버이자 모바일 이커머스 1세대인 티몬 출신의 유한익 전 의장이 창업한 스타트업 ㈜알엑스씨는 시드 단계임에도 2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명확하진 않지만 이례적인 사례다.


◇ 스타트업 성장 가늠 역할…기업공개·M&A, 투자자 회수 기회

시리즈 투자는 스타트업의 성장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역할도 한다. 시리즈-A는 아이디어 단계를 넘어 개발과 시장 검증을 마친 시제품 출시를 전후해 유치하는 경우가 많다. 시리즈-B는 일정 규모를 갖춘 스타트업이 사업을 확장하거나 추가 자금이 필요할 때 유치하는 만큼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투자 규모는 앞서 알엑스씨와 같은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시리즈-A 단계에서 20억~40억원, 시리즈-B 단계에서 50억~200억원 정도로 구분(ICT 분야 기준)된다. 시리즈-C 단계 이후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단순 재무적 투자자(FI)를 넘어 경영과 재무 측면에서 성장을 위한 판단이 필요한 전략적 투자자(SI) 유치에도 나선다. 외국계 투자자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등이 대상이다.


일례로 최근 시리즈-C 투자를 마친 라스트마일 스타트업 '㈜바로고'는 800억원 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11번가와 CJ그룹을 SI로 맞아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외국계 투자자를 유치한 곳으로는 소프트뱅크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받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에듀테크 '㈜뤼이드'가 있다.

벤처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각 시리즈 투자 사이에 소규모 형태의 '브릿지 투자'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 외 기업공개(IPO)를 앞둔 곳들은 상장을 투자자와 약속하고 자금을 유치하는 '프리-IPO' 투자를 진행하기도 한다. 프리-IPO 투자자들은 상장 때 지분 매각을 조건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벤처캐피탈 등 투자자에게 피투자기업인 스타트업의 성공은 수익과 직결된다. 다만 국내에선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많지 않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인수합병(M&A) 시장이 활발해 상장 외 방법도 다양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시리즈 투자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라고 불리는 우선주 투자가 관행처럼 굳어졌다. 상환 권리와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 등이 포함된 우선주다. RCPS는 상장을 앞두곤 보통주로 전환해 상장 직후 장내 매각을 통해 차익으로 실현된다.


IPO는 창업자나 직원, 기존 주주가 아닌 외부인에게 주식을 발행하거나 매각해 지분을 분산시키고 기업 경영을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선 유가증권(코스피)이나 코스닥 등 주식 시장에 상장하기 위한 절차다. 투자자들은 투자했던 스타트업이 주식 시장에 상장할 경우 주식을 매각해 수익을 낸다. 이에 투자 계약서에는 IPO나 M&A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조항이 포함되기도 한다.

다만 IPO는 일반인들도 투자할 수 있는 주식 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는 것인 만큼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밟는다. 최근에는 기술특례 상장제도와 같이 일부 조건을 완화해줬지만 여전히 IPO는 검증된 기업들에만 열린 문이다.

스타트업은 창업부터 IPO까지 투자 유치를 통해 사업화 재원을 마련함과 동시에 외부의 평가를 받는 기회다. 특히 올해 1분기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벤처투자 금액은 전년동기대비 61.1% 증가한 1조2455억원을 기록했다. 유동성이 풍부해진 만큼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도 심화됐다. 꼬리표가 붙은 돈이 족쇄가 되지 않도록 선순환을 만드는 것 또한 창업자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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