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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사모펀드·코로나 충당금 '충분 vs 부족' 판매잔액 1.6조, 가계부채 탕감 부담 확대…4Q 추가적립 불가피 전망

이장준 기자공개 2021-10-12 07:49:50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8일 10:4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은행권의 최대 현안 중 하나는 올해 사모펀드와 코로나19 관련 충당금을 과연 충분히 쌓았는지 여부다. 만약 충당금을 적절하게 쌓지 않았다는 판단이 들면 올 남은 3·4분기 추가적인 반영이 불가피하다.

결국 올 한 해 손익과 주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리딩금융그룹 승부도 이같은 일회성비용이 발생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한 끗' 차이로 갈릴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사모펀드 피해액 가운데 환매되거나 중도 상환되지 않은 판매잔액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지원제도 조치가 내년 3월 종료되는 데다 금리 인상기에 대비해 가계부채 탕감 논의까지 이뤄지는 분위기라는 점도 부담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남은 기간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국내 19개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잔액은 18조882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19조3526억원보다는 2.4% 가량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에는 은행권이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보상액과 더불어 코로나19 불확실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으면서 잔액이 2조137억원 순증했다. 올 상반기에도 일부 은행이 추가로 충당금을 쌓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환입된 영향이 더 컸다. 반년 새 4704억원 가량 충당금적립 잔액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출처=금융감독원

그런데 당장 올 하반기에도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사모펀드 사태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 때문이다. 실제 은행들은 현재 하반기에 사모펀드 관련 추가 충당금 적립 여부 및 규모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달 말 예정인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은행들이 DLF나 라임 등 기존에 적립한 건들 외에도 판매한 다른 사모펀드에 대해 추가로 충당금을 쌓을지 고민하는 분위기"라며 "이사회 결의사항인데 아직 추가 적립이 확정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정무위원회)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사모펀드 사태 이후 관련 금융사별 피해액 중 아직 구제받지 못한 금액은 은행권 1조6537천억원에 달한다. 증권사로 범위를 확장하면 3조8488억원을 더해 금융권 총규모가 5조5025억원에 이른다.

라임, 옵티머스, 독일 헤리티지, 이탈리아 헬스케어, 디스커버리, 젠투(Gen2), 팝펀딩, 피델리스, 알펜루트, UK VAT, UK루프탑, 트랜스아시아 무역금융, 아름드리, 교보로얄, H2O 등 주요 사모펀드에 투자된 전체 금액 가운데 환매 혹은 중도상환된 금액을 차감한 금액이다.

판매 잔액이 상당한 건 금감원이 현재 환매중단 사모펀드 자산운용사에 대한 제재 절차를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가령 팝펀딩 펀드는 운용사별로 증선위를 완료하거나 제재 절차가 진행하고 있다. 알펜루트 펀드와 이탈리아 헬스케어 역시 운용사별로 제재심의위원회가 완료됐거나 제재 절차가 진행 중으로 제각각이다. 피해 규모가 확정되지 않거나 분쟁 조정 등 절차가 남은 사모펀드도 많다.

*출처=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아울러 1800조원이 넘어선 국내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이 최근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와 금리인상을 예고했고 한국은행도 지난 8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지면 은행권 리스크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출원금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역시 내년 3월 말 종료된다. 7월 말 기준 은행들의 대출원금 만기연장 규모는 78조9000억원이며 원금 및 이자 상환유예 규모는 각각 5조3000억원, 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이들 차주의 연착륙을 위해 장기·분할 상환을 지원하고 잠재 부실이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선제적 채무조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일각에서는 부채 재조정을 하는 방안까지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미 은행권에서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아둔 만큼 하반기에 추가로 적립한다고 해서 금융지주나 은행의 전체 이익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은행권에서 우수한 수준으로 충당금을 쌓아온 건 맞지만 일부 지방은행 등은 충당금적립률이 비교적 낮은 편"이라며 "사모펀드 등 분쟁 결과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스탠스를 지켜봐야겠지만 금리 상승기에 맞춰 부채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현재 충당금 규모로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3분기는 넘어가더라도 4분기에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충당금을 많이 쌓아야 할 텐데 올해 은행권 이익이 많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충분히 적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충당금 이슈는 CEO의 성과와 직결되는 손익과 주가에도 영향을 많이 미칠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 및 은행 CEO들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비롯한 수익성 지표와 상대적주주수익률(TSR) 등 주주가치 지표를 정량적으로 평가 받는다.

충당금 차이로 '리딩금융' 경쟁에서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올 상반기에도 KB금융의 연결 당기순이익은 2조4743억원으로 2조4438억원을 기록한 신한금융에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희망퇴직과 더불어 신한은행이 1분기 라임펀드 분조위 배상 건으로 532억원을 비용으로 인식한 영향이 컸다. 하반기에도 각 금융지주가 얼마나 많은 충당금을 적립하고 일회성 비용을 지출하느냐에 따라 다른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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