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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은 지금]뒷걸음친 비은행 수익…경쟁력 확보 과제②에셋전략부문 신설…증권·보험사 지원 본격화

김형석 기자공개 2023-03-14 07:18:06

[편집자주]

농협금융지주는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협동조합을 모태로 한 금융그룹이다. 농협금융은 2012년 출범 이후 10년간 자산은 두 배, 순이익은 5배 성장했다. 규모 확대와 함께 사회적 책임 역할도 충실했다. 농협금융은 매년 농업인 지원 등 사회적 지출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최근 관료 출신 이석준 회장이 취임하며 은행의 공공성 논란 속에 또 다른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과제와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2일 14: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당면 과제는 비은행 경쟁력 강화다. 농협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들은 지난해 주식과 부동산시장 불황과 보험업의 건전성지표 개편에 직격탄을 맞았다.

비은행 금융사들의 특성상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NH투자증권과 농협생명 등 비은행 핵심 계열사의 성장 없이는 이석준 회장이 표명한 '초일류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은 불가하다.

이석준 회장은 발 빠르게 비은행 계열사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농협생명에 자금을 지원했다. 수익률 악화를 겪고 있는 NH투자증권에 대해서는 그룹차원에서 운용전략 재편을 추진한다.

◇ 성장 기반 비은행부문 금융시장 불황에 직격탄

농협금융은 출범 초기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과제였다. 과거 신용사업을 책임진 농협은행을 제외하면 비은행부문에서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농협금융은 안정적인 은행부문의 수익과 함께 비은행부문의 성장 전략을 추진해왔다. 건전성 관리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은행부문과 달리 비은행부문은 핵심 금융사 인수 등 공격적으로 수익 극대화 전략을 내세웠다.

대표적인 비은행부문 경쟁력 강화는 대형증권사 인수였다. 2013년 매물로 나온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 성공이 대표적인 예다.

대형증권사 인수 후 행보도 발 빠르게 진행됐다. 2014년 6월 우리투자증권 인수 1년 만에 농협증권과 합병을 진행했다. 기존 우리투자증권의 상당수 임원을 유임시키면서도 빠르게 농협 DNA를 이식했다. 자회사인 NH선물을 NH투자증권 자회사로 이동시켜 증권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4년 74억원(우리투자증권 376억원, 농협증권 -302억원)에 불과하던 증권업 순이익은 지난 2021년 9315억원으로 급증했다. 당시 지분율(48.8%)을 감안한 NH투자증권의 그룹 순이익 기여액은 4347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순이익 기여액(2662억원)보다 1685억원 증가한 액수다. 같은 기간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 증가액(5560억원) 중 3분의 1가량을 NH투자증권이 책임졌다.

보험업의 규모 확대에도 성공했다. 2009년 나동민 전 보험연구원 초대 원장을 영입, 공제사업으로 편입돼 있던 보험업을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으로 분리시켰다. 출범 초기 40조원에 불과했던 농협의 보험업 자산은 지난해 말 72조475억원(농협생명 59조2594억원, 농협손보 12조788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1000억원 수준이던 보험업 당기순이익은 3317억원(농협생명 2170억원, 농협손보 1147억원)으로 3배 증가했다.

농협금융은 비은행 성장에 힘입어 지난 2020년부터 2년간 우리금융을 제치고 국내 금융지주 순이익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는 지난해 제동이 걸렸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67.4% 급감한 3034억원에 불과했다. 채권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와 부동산PF 익스포저 확대에 대처하지 못한 탓이다.

금리인상과 증시침체로 NH투자증권의 기업금융(IB)·자산운용(Trading)·위탁매매(브로커리지)·자산관리(WM) 등 증권사들의 사업영역 전부문의 역성장을 보였다.

IPO 시장 한파로 인한 대형 IPO 딜이 철회된 영향도 컸다. NH투자증권은 원스토어, SK쉴더스, 현대오일뱅크, 컬리, 케이뱅크 등의 IPO 대어 기업들의 상장주관사를 맡았지만 상장 작업이 중단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NH투자증권의 IPO 주관 총액은 지난해 기준 4393억원으로, 전년 3조6972억원에서 급감했다.

증권업의 부진은 농협금융 순익에도 타격을 입었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한 역성장이다.

비은행 계열사의 당기순이익(지분율 반영 전)은 1년 새 1조3255억원에서 7897억원으로 하락했다. 지분율을 반영한 비은행부문의 지주 당기순이익 기여비율 역시 34.6%에서 27%로 급감했다.

◇ NH투자증권·농협생명 지원 속도

농협금융은 이석준 회장 취임 후 발빠르게 비은행부문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농협금융은 올해 초 지주 내에 에셋전략부문을 신설했다. 에셋전략부문은 자산운용의 효율성과 수익성, 건전성을 지주사 차원에서 모니터링하고 협력하는 업무를 맡는다. 자금시장 경색과 같은 위기가 닥쳤을 때 계열사 간 자금 순환 역할도 책임진다.

에셋전략부문 신설은 지주 관점에서 계열사 간 공통된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이석준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계열사에 산재한 자산운용 능력을 그룹 전체로 확장해 보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사진=농협중앙회

초대 에셋전략부문장에는 길정섭 부사장(사장)을 배치했다. 길 부사장은 농협 내에서 자산운용에 특화된 경력을 갖춘 인물이다. 2008년에는 금융기획부 팀장을 맡았다. 2012년 신경분리로 농협은행이 출범하자, 농협은행에서 재무관리부 팀장과 미래전략부 팀장 등 은행의 핵심사업을 두루 경험했다. 지난해에는 농협은행의 자금운용부문 부행장을 맡았다.

에셋전략부문의 첫 임무는 NH투자증권의 운용전략 재편이다. 에셋전략부문은 지난달부터 NH투자증권 자산운용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에셋전략부문은 NH투자증권 내 운용사업부와 공동으로 오픈 포지션으로 뒀던 자체 운용자산 규모를 재배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일시적 자본잠식에 빠진 농협생명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협금융 이사회는 최근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5년, 10년 중도상환옵션(콜옵션)과 발행사가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투자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없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4000억원 중 2500억원은 농협생명 자금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당초 농협생명은 자체적으로 공모를 통해 25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모발행이 여의치 않으면서 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만을 대상자로 한 사모방식으로 변경했다. 사모사채의 만기는 30년으로 영구채 성격이다. 표면금리 연 5.524%에 5년 콜옵션 조건이 부여됐고, 부실금융기관 지정이나 경영개선권고를 받는 경우에는 이자지급이 정지되는 내용도 포함됐다. 농협금융이 발행한 영구채와 옵션 기준이 동일하다.

농협금융이 최근 1년간 농협생명의 자금을 지원한 것은 4번에 달한다. 지난해 3월 225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4월에도 3750억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지난해 9월에는 2500억원의 농협생명 영구채를 인수했다. 이번 영구채 인수까지 포함하면 1조1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출범 초부터 대형증권사 인수를 시작으로 비은행부문 성장을 기반으로 규모를 확대해왔다"며 "농협생명과 NH투자증권의 자산 규모를 합하면 110조원에 달해 전체 비은행 계열사 자산규모의 90%에 달하는 만큼 두 계열사의 성장과 건전성 관리가 향후 농협금융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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