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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크래프톤]단일 컨트롤타워 대신 '다층협력체계' 구축⑤'전략본부·뉴프론티어팀' 협업…회사탐색 기회확대, 투자 위험완화 취지

박동우 기자공개 2023-03-24 07:23:53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0일 17:0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래프톤의 투자 체계는 단일 컨트롤타워를 두지 않는 대신 '다층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기업개발·전략본부, 이사회 의장 직속조직인 뉴프론티어팀 등이 협업하는 모양새다. 다층 협력의 취지는 광범위한 신사업 회사들을 탐색할 기회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면밀한 검토를 통해 투자 실패 위험을 낮추는 취지도 반영됐다.

◇초기 '장병규 의장' 주도, '배그 이후' 펍지 투자조직 두각

크래프톤은 출범 초기에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투자 업무를 총괄했다. 2007년에 장 의장은 지금의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와 의기투합해 크래프톤(당시 블루홀)을 설립했다. 박 대표는 온라인 게임 신작 개발을 총괄했고, 장 의장은 외부 자금을 유치하고 지분 매입 여부를 검토하는 데 매진했다.

장 의장이 투자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자처한 건 과거에 쌓은 커리어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는 1996년에 네오위즈를 창업한 뒤 온라인 채팅 플랫폼 '세이클럽'을 선보여 성공을 거뒀다. 2000년대에는 검색 엔진 업체 '첫눈'을 세운 지 1년 만에 네이버에 지분을 팔면서 설립 자금을 회수하는 성과를 실현했다. 인수·합병(M&A)과 신사업 탐색의 노하우를 체득한 만큼 크래프톤에서도 장 의장이 투자를 진두 지휘하는 건 필연적이었다.


사세 확장을 계기로 기업 발굴을 담당하는 주체는 다변화됐다. 2020년에 계열사 '펍지'는 투자총괄본부를 운영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흥행을 거두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린 대목과 맞물렸다. 펍지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2016년 말 9억원에 불과했으나 이듬해에는 347억원, 2019년 말 1013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자연스레 성장 잠재력이 뚜렷한 기업을 찾아 여윳돈을 집행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당시 투자총괄본부장을 맡은 임원은 손현일 펍지 CFO였다. 손 CFO의 경력에는 '글로벌'과 '투자은행(IB)'이라는 키워드가 녹아들었다. 2004년에 온라인 게임 서비스 업체인 북경동방호통과기발전유한공사 경영관리본부에서 자금 운용 전반을 책임졌다. 이후 신한은행 프로젝트금융부, 중국공상은행 서울지점 투자금융부 등에 몸담으면서 △항공 △해운 △천연가스 △발전 등의 플랜트 투자 실무를 경험했다.

크래프톤이 펍지를 흡수한 2020년 12월 이후에도 손현일 본부장이 한동안 투자 조직을 이끌었다. 기존 투자총괄본부는 두 회사의 합병을 계기로 크래프톤 산하 기업개발(Corporate Development)본부로 재편됐다. 기업개발본부는 2021년에 '투자본부' 명칭으로 간판을 바꿨다.


◇'글로벌' 중요성 대두, '전략' 위상 제고

손 본부장이 조직을 총괄하던 시기에 크래프톤의 투자 기조는 변화를 맞았다. 국내 게임 개발사 위주로 실탄을 집행해 자회사로 편입하던 경향에서 벗어났다. '글로벌 진출 확대'로 초점을 맞춘 경영 기조에 부응해 해외 기업을 물색하는 데 집중했다.

게임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인도 등 신흥국 시장에 포진한 기업들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판단했다. 게임과 연관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들로 자금 투입 범위를 넓혔다. △노드윈게이밍(이스포츠 기업) △로코인터렉티브(온라인게임 중계 플랫폼 운영사) △프라틸리피(웹소설 감상 앱 개발사) 등의 지분을 잇달아 사들였다.

손 본부장은 2021년 하반기에 인도법인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 확장에 힘쓴 공로를 인정 받은 덕분이었다. 국외 사업 안정성 확립에 기여할 적격자라는 평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투자 실사를 거치면서 현지 기업 내부 사정을 잘 아는데다 CFO를 역임하면서 자금 통제를 둘러싼 전문성도 겸비한 대목이 강점으로 부각됐다.

현재 크래프톤 투자본부는 '기업개발·전략(Corporate Development & Strategy)본부'라는 명칭을 달고 활동 중이다. 박혜리 본부장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박 본부장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로 근무하면서 산업 분석력을 갖췄다. 2018년에 펍지에 영입돼 성장 전략 수립을 총괄하면서 크래프톤과 연을 맺었다.


최근 크래프톤은 다양한 부서간 협력을 바탕으로 투자를 추진하는 기조를 채택했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수익 창출원을 찾을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군에 포진한 회사를 물색하는 데 단일 조직만 활용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대두됐다.

올해 이사회 의장 직속기구로 뉴프론티어팀을 설치한 배경과 맞물렸다. M&A, 지분 투자 등을 주요 업무로 설정한 만큼 기업개발·전략본부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부서다. 여기에 자금 투입의 타당성을 심의하는 배동근 크래프톤 CFO도 투자에 관여하는 주축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사내 여러 주체가 상호 협력하면 다양한 분야에 포진한 기업을 찾아낼 기회가 늘어난다"며 "검토하는 딜(Deal)에 내재된 위험 요인을 다층 분석하면서 투자 성공 가능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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