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5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840년 아편전쟁, 1857년 2차 아편전쟁에서 잇따라 패한 청나라에는 망국의 운이 드리웠다. 더 이상 서양의 문물을 사갈시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체화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퍼졌다. 양무운동의 출발이다. 핵심 슬로건은 '중체서용(中體西用)', 즉 중국의 정신을 유지하되 서양의 기술을 적극 도입하자는 사상이다.약 1년 만에 다시 만난 박원서 유니슨 대표는 대화 도중 중체서용론을 설파했다. 박 대표는 레네테크 신재생에너지 본부장, 대우조선해양 풍력영업 그룹장 등을 지낸 풍력발전 전문가다. 박 대표의 지휘 아래 유니슨은 중국 톱티어 메이커 '밍양'과의 합작사(JV)를 추진하고 있다. 밍양이 구축한 압도적인 부품 조달 능력과 유니슨의 40년 업력, R&D 능력을 결합해 신흥 동아시아 해상풍력 시장을 선점하자는 취지다. 유니슨의 생산 공장이 있는 사천을 전진기지로 삼고, 50GW(기가와트) 대형 시장에 진출하는 그림이다.
박 대표는 "중국 회사와 합작을 한다는 이야기만 알려졌지, 유니슨이 그리는 큰 그림에 대해서는 시장이 모르는 것 같다"면서 "이러다가는 토종 기업을 중국에 넘기려는 매국노로 비춰질 수 있을 것 같은 우려감이 있었다. 유럽권 사업자들이 독식하고 있는 신흥 해상풍력 시장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중국의 거대 밸류체인을 활용해 제대로 맞붙어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중체서용을 뒤집은 '한체중용(한국의 몸, 중국의 기술)'이다.
핵심은 풍력발전의 동력원인 터빈이다. 현재 글로벌 톱티어 메이커들의 기술력은 14~15MW(메가와트) 수준의 초대형 풍력터빈까지 맞닿아 있다. 세계 1위 베스타스는 15MW를 넘어 기술격차를 벌리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더불어 국내에서 '유이'한 풍력발전 시스템 메이커인 유니슨은 10MW 터빈 개발에 돌입했다. 규모의 경제에서 열세인 탓이다. 발전기가 대형화되면서 유니슨이 끼인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셈이다.
박 대표는 위기를 돌파하고 유럽 거대 메이커에 맞서기 위해 우선 밍양과 손을 잡아 자체적으로 터빈을 대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밍양은 이미 14MW 급 제작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우수한 부품 조달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동맹을 맺는다면 유럽 메이커 대비 원가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Made in Korea' 국내 조립 터빈이기 때문에 LCR(국산부품 사용요건) 요건에도 부합한다.
한발 더 나아가 박 대표는 'K-터빈 플랫폼'까지 제언했다. 공공주도 해상풍력 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해상풍력특별법'의 통과가 올해 유력한 만큼 정부 주도로 국내 사업자들을 규합, 글로벌 수준의 터빈을 개발할 수 있는 'co-petition(경쟁+협력)'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국내 산업체를 육성하는 동시에 신흥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사대도 될 수 있다.
현재 국내를 비롯 대만,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의 바다는 풍력발전 사업자 입장에서는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다. 아세안 인구만 약 7억 명, 여타 국가를 합치면 10억 배후 인구를 가진 거대 시장이다. 베스타스, 지멘스 등의 거대 메이커의 도전도 거세지고 있다. 베스타스는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고 목포에 대규모 터빈 제조설비 구축에 나섰다. 유니슨이 구상하는 '한체중용'과 'K-터빈 플랫폼'이 글로벌 풍력발전의 지도를 바꿀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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