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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시대' 보험업 데이터 활용법 [thebell note]

강용규 기자공개 2024-04-08 12:52:31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4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2년 '떠오르는 10대 기술'을 선정하며 제일 먼저 빅데이터를 꼽았다. 12년이 지난 지금 데이터의 축적과 이를 활용한 혁신은 모든 산업계를 관통하는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보험은 데이터 축적을 기반으로 한 통계의 산업이다. 신대륙 무역이 본격화된 1600년대 후반에 이미 계리사들은 원양 무역에 나선 선박의 무사귀환 확률을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분석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빅데이터 시대에서 보험업은 태생적으로 혁신과 거리가 가까운 산업이라는 말이다.

그런 보험업이 성장률 둔화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 저성장의 장기화와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 등으로 불안정한 대내외 환경 변수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산업의 강점인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 년 동안 개별회사, 업권별 협회, 금융당국 등 다양한 층위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여러가지 보험 혁신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반등을 위한 변곡점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은 왜일까.

지난해 말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의 수장인 협회장이 모두 교체됐다. 신임 협회장들은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각자 간담회를 열고 기자들 앞에 나섰다. 두 협회장 모두 보험업의 위기를 역설하면서 극복 방안의 하나로 데이터 활용을 제시했다.

다만 제시한 데이터 활용 방안에서 이전과는 다른 점이 느껴졌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통해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새로운 무언가'를 하겠다는 계획이 주류였다. 반면 이번 데이터 활용 방안에서는 그간 축적한 데이터의 문제점부터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데이터 활용의 '근본적 방향전환'이 두드러졌다.

김철주 생보협회장은 제3보험시장에서 손보사들 대비 생보사들의 경쟁력이 처지는 이유를 상품 중심으로 통계를 쌓아 온 생보업권과 담보 중심으로 통계를 쌓아 온 손보업권의 통계 집적 방식이 다르다는 데에서 찾았다.

이병래 손보협회장은 보험업권의 외부 데이터 결합 사례가 전체 금융권의 3.3%에 불과했다는 점을 들며 데이터 활용 방식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외부 데이터 보유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데이터 결합의 아이디어 모델부터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두 신임 협회장이 침체된 보험업의 반등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데이터 활용 방법부터 근본적으로 고치고 가겠다는 방식이 옳은지 그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적어도 그간 제시됐던 데이터 활용 방안에 없었던 자기반성이 있었다는 점, 이를 토대로 이전과 다른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는 점수를 주고 싶다.

저성장이나 저출산, 고령화 등 불안정한 경영환경은 이제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상수다. 과거의 성장 방식에 데이터를 얹는 수준의 데이터 활용 방안으로는 보험업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수 년에 걸쳐 검증되고 있다. 변화가 없다면 보험업은 가라앉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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