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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웨이브' 합종연횡 필요한 이유 [thebell note]

이영호 기자공개 2024-04-16 07:56:42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5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합종연횡'은 어려운 의사결정이다. 대의명분은 좋다. 외부 강자에 맞서 후발주자들이 역량을 합치니 이보다 합리적일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난마처럼 얽힌다. 고차방정식을 풀지 못하면 협상은 백지화된다. 시도는 적잖지만 정작 성사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운 배경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트렌비·발란 간 물밑 합병 논의가 있었다. 실적 악화 속에서 도출한 고육지책이다. 물밑에서 수개월 대화가 이어졌지만 이견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협상은 무산됐다. 경쟁관계로 첨예하게 맞서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내려놓긴 어려웠다.

이후 시장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이커머스 공룡인 쿠팡이 '파페치'를 인수하며 새 경쟁자로 뛰어들었다. 쟁쟁한 이커머스 플레이어들을 모조리 따돌린 쿠팡이다. 합병 무산 여파와 함께 쿠팡 참전이 시장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가 관전 포인트다.

시장에선 또 하나의 합종연횡이 타진 중이다. CJ의 티빙과 SK의 웨이브다. 대기업이란 뒷배경에도 불구하고 양사는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선두주자인 넷플릭스의 아성은 견고했다. 글로벌 자본력을 등에 업고 사실상 OTT 최강자 자리를 굳히는 형국이다.

티빙과 웨이브도 국내 유수 방송사들과 손 잡으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거액을 투자 받았다. 토종 OTT 플랫폼으로서 유의미한 영역을 구축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은 녹록찮았다.

양사 합병 논의는 이전부터 거론돼왔다. 탄력이 붙은 건 지난해 말이 다 돼서다. 합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목표는 같으나 과정은 험난해 보인다. 기업가치 눈높이가 다르고 각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도 고려해야 하는 고난도 협상이다.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불발 가능성을 거론하는 반응도 일부 감지된다.

이번만큼은 합병이 적기 완료되길 바란다. 토종이라는 감성 때문이 아니다. 회사는 물론 이해관계자 모두가 사는 길이다. 외부에는 넷플릭스가 버티고 있고 내부에는 FI와의 이슈 역시 있다. 현 시점에서 각자도생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소비자로서도 토종 OTT가 유의미한 경쟁자로 시장에 남아있는 편이 낫다. 특정 사업자가 독점적 지배력을 가진다면 소비자는 가격 인상, 콘텐츠 질 저하 가능성 등에 무방비 노출된다. 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은 오랜 이치였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유력 대안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건강한 경쟁을 펼치는 편이 여러모로 이득이다.

이제는 합종연횡 ‘빅딜’이 나올 때가 됐다. 성공사례가 있어야 이를 참고한 더 많은 연합체가 배출되고 시장 내 건강한 경쟁도 지속된다. 협상에 임한 SK와 CJ의 마음도 아마 같을 것이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법인이 어엿한 플레이어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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