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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의 '이유있는' 세컨더리 바이아웃 [thebell desk]

박창현 M&A부장공개 2024-05-23 08:02:05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2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의 기세가 매섭다. 최근 2년새 조 단위 빅딜의 상당수에 관여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세컨더리 바이아웃' 트랙레코드가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넥스플렉스, 메디트, 지오영 딜이 대표적이다.

세컨더리 바이아웃은 PE가 들고 있는 포트폴리오를 다른 PE가 다시 되사오는 딜 형태를 말한다. 세컨더리 바이아웃의 장점은 명확하다. PEF 경영 아래 관리를 받았기 때문에 재무제표나 지배구조가 깔끔하다. 한 마디로 사기당할 일이 없다. 경영권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하우스들이 딜을 하기에 번잡한 과정 없이 발 빠르게 매매 절차가 진행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허들도 만만치 않다. 우선 밸류에이션 이슈가 있다. PEF는 기업 경영권을 산 후 여러 밸류업 작업을 통해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이는 과정을 거친다. PEF가 포트폴리오를 팔쯤에는 기업가치가 최고조에 올라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미 가치 제고가 끝난 매물을 PEF가 다시 인수한다고 하면 여러 저항에 직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가치가 올라간 매물을 수년 뒤 더 높여서 팔아야 하는 부담을 짊어지고 딜을 성사시킬 수 있느냐는 꼬리표가 계속 붙어 다닐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기업가치 제고에 실패할 경우 다른 PEF의 엑시트 창구 역할을 하고, 경쟁 PE 좋은 일만 시켰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하우스 평판 하락 이슈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출자자(LP)들도 반기는 사안은 아니다. LP풀이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세컨더리는 결국 바구니 바꿔 담기 개념으로 인식된다. A펀드의 포트폴리오가 B펀드로 옮겨지는데, LP들이 A펀드와 B펀드 모두 출자자인 경우가 다반사다. 주머니만 다를 뿐 같은 돈으로 기업을 사고 파는 거라 거부감이 있다.

이런 걸림돌에도 MBK파트너스는 본인만의 길을 가고 있다. 먼저 밸류에이션 이슈에 있어 로컬 PE보다는 훨씬 운신의 폭이 넓다. 한·중·일을 아우르는 시장을 커버하고 있는 탓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한 밸류업 플랜에 특히 강점을 보이고 있다. 밸류업에 대한 자신감은 세컨더리 바이아웃을 장애물이 아닌 기회로 보는 앵글이 생기는 지점이다.

LP풀이 로컬PE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점도 딜을 원할하게 진행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중복 투자 이슈에서 자유로운 탓에 보다 적극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풍부한 실탄이 과감한 투자의 근간이 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8조원 규모의 5호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하고 있다. 세컨더리 바이아웃은 파는 PE의 가격 눈높이를 맞춰야 거래가 가능하다. 아무리 밸류업에 자신이 있더라도 실탄이 없으면 시도조차 불가능하다.

여러 허들 탓에 세컨더리 바이아웃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럼에도 MBK파트너스는 그 험한 길을 과감하게, 보다 공격적으로 걷고 있다. 최근 1년 새 세컨더리 딜에 투입하는 자금만 5조원에 육박한다. 하나의 투자 스타일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투자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MBK파트너스의 전략은 국내 M&A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돈이 마른 M&A 시장에서 확실한 바이어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본전을 넘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까. 이 스토리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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