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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스타트업 견문록] 안동서 싹튼 마일포스트, '헴프 씨드' 선두주자 노린다①대마 씨앗 활용 식음료 개발 스타트업, 원천 기술력부터 가공 설비까지 보유

안동(경북)=이기정 기자공개 2024-07-08 09:26:05

[편집자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가운데 67%가량이 수도권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불균형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않다. 과거 섬유 등 제조 산업이 크게 발달했던 대구·경북(TK) 지역은 전통 산업이 힘을 잃으면서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는 수년 전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였다. 최근 인공지능, 소재부품장비,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 받는 기업이 등장했다. 더벨이 지역 벤처 생태계 발전에 힘쓰고 있는 투자사와 함께 유망 스타트업을 찾아가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4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마(헴프)의 씨앗(씨드)을 활용해 식음료를 만드는 스타트업 '마일포스트'의 공장은 대마규제자유특구인 경상북도 안동시에 자리하고 있다. 이제는 폐장한 안동 백조공원 부지를 지나면 원룸촌 가운데 이색적인 모습으로 위치한 마일포스트를 만나볼 수 있다.

마일포스트는 2021년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여성이자 청년 창업가인 김주희 대표(사진)가 오직 헴프 씨드의 무궁무진한 가능성만을 바라보고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대구광역시와 경북도에서 활동하는 투자사들의 도움으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마일포스트는 굳이 안동에 자리를 잡을 이유가 없었다. 독성이 없는 헴프 씨드는 시중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타 지역에서도 가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일포스트가 가공에 활용하는 헴프 씨드 역시 안동뿐 아니라 수입산 비중도 상당하다. 다만 회사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대마 재배가 가능한 안동의 상징성을 고려해 공장을 설립했다.

헴프 씨드를 활용해 콤부차, 커피 티백, 에너지드링크 등 개발에 성공한 마일포스트는 현재 '헴프우유'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미 연간 약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사업성을 인정받은 상황에서 우유 판매를 통해 퀀텀점프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헴프우유 출시 임박, 대형 카페서 관심…지역서 생산된 농식물 활용

마일포스트 공장에 도착하자 김 대표가 마중을 나왔다. 처음 맡아보는 꾸릿한 냄새가 코를 찔러 대마를 가공할 때 나는 것인가 고민하던 찰나 김 대표가 "헴프 씨드를 가공하는 냄새는 이보다 훨씬 강력하다"며 "안에서 진짜 냄새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접한 헴프 씨드는 외형은 현미와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고단백 제품답게 기름진 냄새가 났다. 다만 생각보다는 강한 향은 아니었다. 김 대표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헴프 씨드를 먹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며 "아직 헴프 씨드에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마일포스트 공장 외경

마일포스트가 가공한 헴프 씨드는 식음료에 활용되기 때문에 철저한 위생을 요구했다. 모자와 가운, 신발에도 비닐을 씌우고 내부로 들어섰다. 또 입구에서 손을 씻고서야 헴프 씨드를 가공하는 기계들을 만날 수 있었다.

회사는 가공 단계별로 방을 구분하고 있었다. 가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공장 전체에서 울려퍼지는 노동요(?)였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직원들이 보다 즐겁게 일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스피커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완제품을 조립하는 과정에서는 장애인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마일포스트는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 장애인 고용 부족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안동 사회복지센터와 연계해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마지막 작업은 단순 반복 작업이 많다보니 장애인들도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시 처음 들어왔던 장소로 돌아오니 들어갈 때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헴프 씨드 가공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실제 판매하는 콤부차부터 시작해 와인과 맥주 등 그간 마일포스트가 시도했던 연구 흔적들이었다.

마일포스트 헴프씨드 가공 설비

출시 예정인 헴프우유는 먹어보지 못했다. 사실 내심 대마로 만든 우유라는 거부감도 있었다. 김 대표는 "실제 맛을 본 사람들은 기존 우유와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며 "대형 카페 등에서 마일포스트에 관심을 보여 행복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일포스트 헴프씨드 가공 설비

◇청년 사업가에겐 없는 연륜, '와이앤아처' 도움으로 극복…글로벌 진출 가능성 '충분'

마일포스트는 헴프 씨드를 자체적으로 가공할 수 있는 특허 기술과, 생산을 위한 모든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자체 생산 및 빠른 연구개발이 가능한 셈이다. 이같은 회사의 강점을 알아보고 대구와 경북지역 스타트업들이 도움을 받아 초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실제 회사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와 대경지역대학공동기술지주, 와이앤아처, 경북창조혁신센터 등에서 투자를 받았다. 또 김 대표가 안동대 식품생명공학과 석사 과정을 밝으면서 대학으로부터 '대마부산물 과제'를 수주했다.

헴프 씨드 완제품을 조립하는 마일포스트 직원

와이앤아처는 마일포스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투자사다. 김 대표는 "와이앤아처가 놓치고 있는 사업 기회를 찾아주고 다른 투자사들과 네트워킹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줬다"며 "아직 20대 후반 나이로 경험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마일포스트의 본사가 있는 대구에서 만난 조민주 와이앤아처 책임심사역은 회사의 투자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주인공이다. 그는 마일포스트가 헴프우유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라고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의견을 적극 어필해 투자 승인을 받아냈다.

헴프 씨드 완제품을 조립하는 마일포스트 직원

조 심사역은 "헴프 씨드는 영양학적으로 고부가 가치가 있지만 가공이 까다로워 개발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며 "마일포스트는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 다양한 식음료를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여성 청년 창업가가 지역 특화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글로벌 진출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국내 헴프 산업 발전을 이끌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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