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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인사코드]신한금융, '주류'와 멀수록 '대권'은 가까워진다①지주 회장은 여전히 은행장 출신 강세…은행장은 '깜짝 발탁'

조은아 기자공개 2024-08-23 14:07:13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0일 07:1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지주는 2001년 9월 국내 금융지주 2호로 출범했다. 초대 대표는 라응찬 전 회장이다. 다른 금융지주와 확연히 구별되는 초창기 신한금융의 특징은 2명의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됐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대표이사 회장은 4명, 대표이사 사장은 모두 3명 나왔다.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2명을 제외하면 모두 신한은행장을 지냈다. 또 가장 최근의 2명을 빼면 모두 1982년 신한은행의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뿌리깊은 내부 선호 기조를 엿볼 수 있다. 처음 회장에 선임될 때의 나이 역시 많게는 64세, 적게는 59세로 그리 격차가 크지 않았다. 다만 학력이나 전공, 출신지역 등에서 공통점은 찾기 어려웠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신한금 대표이사 '사장', 공통점은

신한금융은 다른 곳과 달리 2인의 각자대표 체제가 상당 기간 이어졌다. 하나금융 역시 초창기 회장과 사장이 모두 대표를 맡은 적이 있으나 3년으로 짧았다. 반면 라응찬 전 회장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대표를 지냈는데 이 가운데 8년을 3명의 대표이사 사장과 호흡을 맞췄다.

라 전 회장은 워낙 독보적인 인물이다. 한국 금융계의 거목으로 무려 50년 넘게 은행권에서 근무했다. 은행권 판도를 뒤흔들며 신한금융을 국내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일군 주역이며 '고졸 성공신화'가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단독으로 대표에 오르지 않고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안팎에서 입지가 확고했다는 방증이다. 대표 자리를 '공유'하더라도 상관이 없을 만큼 입지가 탄탄했다는 의미다. 실제 라 전 회장과 3명의 나이 차이는 적게는 5살, 많게는 10살이 났다. 3명의 직급 역시 '부회장'이 아닌 '사장'으로 유지됐다.

3명 모두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신한은행에서 행장이나 부행장을 지냈다는 점을 빼면 거의 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제를 몰고다녔던 라 전 회장과 비교해 조용하게 안살림을 챙겼다는 점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최영휘 전 사장은 행정고시 15회 출신으로 한국은행을 시작으로 병무청과 재무부 행정사무관을 거쳐 1982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이다. 부행장까지 지낸 뒤 지주 대표로 선임됐다.

이인호 전 사장 역시 1982년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2003년까지 행장을 지낸 뒤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최 전 사장이 라 전 회장과 갈등을 겪고 자리에서 물러나자 지주 사장으로 복귀했다. 신상훈 전 사장 역시 직전까지 행장을 지냈다. 다만 그 역시 라 전 회장과의 갈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늘어난 '다크호스'들…'깜짝 인사' 늘어났다

신한금융은 '신한 사태' 이후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전환 후 첫 회장은 한동우 전 회장이다. 그는 지주 회장 중 유일하게 행장 출신이 아니다. 신한 사태가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야인으로 지내던 그를 중앙 무대로 불러들였다.

신한금융 회장 선임 과정이 대체적으로 안정을 찾은 것도 한 전 회장 이후부터로 볼 수 있다. 신한 사태 이후 내홍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조직 안정을 최우선으로 여긴 영향이다. 실제 그는 신한 사태를 잘 추스르고 신한금융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른바 '주류'에서 한발 떨어져 있던 인물들이 되려 핵심으로 부상하게 된 것도 이 때부터다. 한 전 회장이 계파간 갈등으로 어수선한 내부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논란에서 자유로운 조 전 회장(당시 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행장으로 추천했다는 얘기는 적잖게 알려진 사실이다.

진옥동 현 회장 역시 처음 행장으로 선임됐을 당시 '깜짝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당시 그리 많은 주목을 받던 인물은 아니었다.

실제 2010년 이후 행장은 계열사 사장을 거쳐야 올 수 있는 자리였지만 진 회장은 이 같은 관례를 깼다. 계열사 대표 경험 없이 곧바로 행장으로 직행했다. 서진원 전 행장은 신한생명 사장을, 위성호 전 행장은 신한카드 사장을 지냈다. 조용병 전 회장도 행장을 맡기 전 신한BNPP자산운용 사장을 지냈다. 행장이 회장으로 직행하는 구조는 여전하지만 행장 선임 과정에서 '다크호스'의 등장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다만 '재일 교포'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 진 회장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행장에 이어 회장까지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 재일교포 주주의 지지가 있었다. 그는 신한금융과 재일교포 주주 사이 가교 역할의 계보를 잇는 인물이다. 라응찬 전 회장, 신상훈 전 사장 등 과거 신한금융을 이끌었던 대표 인물들 모두 그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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