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박빙의 재무구조…무차입 고려아연, 영풍은 부채비율 앞서MBK "재무건전성 훼손" 주장했지만…차입금 증가에도 핵심지표 안정화
고설봉 기자공개 2024-09-23 11:23:41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0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고려아연 경영진의 무능으로 지적한 또 다른 경영지표는 재무성과다. 최윤범 대표이사(회장) 취임 뒤 무리한 투자로 차입금이 증가하고 재무건전성이 악화했다는 주장이다. 이를 근거로 MBK는 영풍과 손을 잡고 지분을 확보해 경영쇄신에 나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그러나 고려아연의 재무구조는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10년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 등 주요 재무건전성 지표는 우량한 수준이다. 오히려 영풍보다 근소하게 주요 건전성 지표가 우량한 모습이다. 사실상 차입금이 없는 무차입경영을 실현할 만큼 탄탄한 저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MBK와 영풍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어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우려된다”며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손실도 늘어나는 가운데 약 12조원 가량의 신사업 투자금을 모두 차입에 의존하게 되면 부채 부담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MBK와 영풍 연합은 “경영권 방어 목적의 과도한 자사주 매입 등으로 현금력도 약화되는 등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고려아연의 부채 규모는 최윤범 대표이사 사장 취임 해인 2019년 4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110억원으로 35배나 증가했다”고 목소리르 높였다.
MBK는 특히 “최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2022년부터의 부채 규모 증가율이 눈에 띈다”며 “2021년 대비 2022년 고려아연 부채 규모는 135% 증가하며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9260억원 대비 올해 상반기 부채 규모만도 52%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MBK와 영풍 연합의 주장처럼 최근 10년 고려아연의 외부차입은 크게 증가했다. 대규모 금융기관 차입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입에 따라 재무구조가 훼손됐다는 MBK와 영풍의 주장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고려아연의 연결 부채비율은 2014년 6월 말 현재 36.50%를 기록 중이다. 최근 10년 추이를 살펴보면 매년 소폭씩 부채비율 상승세가 이어졌다. 2015년 말 13.19%에서 2024년 6월 말까지 약 23.3% 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 상승의 주요 원인은 부채총액 증가다. 2015년 말 6886억원 수준이던 부채총액은 2024년 6월말 현재 3조5618억원으로 417.25%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자본총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부채총액 증가에 따른 재무 리스크를 상쇄했다. 2015년 말 5조2194억원이던 자본총액은 2024년 6월 말 현재 9조7590억원으로 86.98%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부채총액의 증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차입금 및 회사채 증가다. 총차입금은 2015년 말 529억원에서 2024년 6월 말 1조3287억원으로 2411.72% 증가했다. 다만 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건전성 훼손은 없었다. 같은 기간 보유현금이 1조2934억원에서 2조1315억원으로 64.8% 불어나면서 순차입금 증가세를 억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5년 말 마이너스(-) 1조2405억원이던 순차입금은 2024년 6뭘 말 마이너스(-) 8028억원으로 지속적인 안정화 추세가 이어졌다. 고려아연의 순차입금비율은 2015년 말 마이너스(-) 23.77%에서 2024년 6월 말 마이너스(-) 8.23%로 일부 상승하는데 그쳤다. 여전히 외부 차입금 보다 보유현금이 많은 무차입 경영이 실현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버팀목은 자본총액이다. 자본총액의 핵심 구성요소는 자본 및 이익 잉여금이다. 자본금은 2015년 말 944억원에서 2024년 6월 말 1045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주가 상승 등으로 자본잉여금은 2015년 말 573억원에서 2024년 6뭘 말 1조6217억원으로 2730.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4조8649억원에서 7조9238억원으로 62.88% 증가했다. 탄탄한 본업 경쟁력이 갖춰진만큼 주가 상승과 순이익 증가에 따른 잉여금으로 자본항목이 탄탄해진 모습이다.
영풍의 재무건전성도 안정화 돼 있다.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 등이 잘 관리되면서 재무 리스크가 드러나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자본과 부채 등이 크게 늘거나 줄지 않고 사실상 성장이 멈춰있는 상황이다. 대규모 투자 등 재무적 활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영풍의 부채비율은 2015년 말 32.78%에서 2024년 6월 말 현재 28.99%로 3.79% 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부채총액은 27.48% 증가하는데 반해 자본총액은 44.13%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을 일부 낮추는 효과를 봤다.
다만 차입금의 순증이 눈에 띈다. 2015년 말 3161억원 수준이던 총차입금은 2024년 6월 말 현재 5444억원으로 72.22% 증가했다. 금융기관 차입금이 주를 이뤘다. 매년 외부 조달을 늘리며 부채를 키워온 것으로 평가된다.
총차입금이 늘어나는 가운데 보유현금의 증가세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이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2015년 말 2004억원의 보유현금을 갖춰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16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6월 말 보유현금은 4970억원으로 늘었지만 총차입금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면서 순차입금은 474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른 순차입금비율은 2015년 마이너스(-) 0.55에서 2024년 6월 말 1.09%로 상승했다.
차입금 증가에도 영풍이 재무구조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는 배경은 탄탄한 자본항목 덕분이다.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버팀목으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2015년 말 2조5390억원에서 2024년 6월 말 3조8408억원으로 51.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본금과 자본잉영금은 각각 18억원과 92억원으로 변동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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