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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은행권 최초 책무구조도 배경엔 '스캔들 제로' 방침 진옥동 회장 경영 '제1원칙' 금융사고 방지…계열사 CEO 인선에서도 핵심 기준

최필우 기자공개 2024-09-25 12:55:53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4일 11: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도입했다. 금융 당국 제출 마감 시한인 연말보다 3개월여 빠른 시점에 책무구조도 기반 내부통제 시스템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연말 인사 후 책무구조도를 재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조기 도입을 꺼리고 있는 타 금융사와 차별화된 행보다.

신한은행의 선제적 내부통제 강화 행보 배경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사진)의 경영 방침이 자리한다. 과거 라임펀드 사태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는 진 회장은 취임 이후 '스캔들 제로(zero)'를 최우선 순위 경영 방침으로 내세우고 있다. 은행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은 물론 연말 계열사 CEO 인선에서도 내부통제 강화가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라임' 파고 겪은 진옥동 회장, 최우선 순위 '내부통제'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금융 당국에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고 시범 운영 참여를 시작했다. 은행권에서 책무구조도를 도입한 첫 사례다.

책무구조도는 최근 2~3년간 은행권에서 발생한 대규모 횡령 및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금융 당국이 새롭게 도입한 제도다. 내부통제 관련 경영진의 담당 분야와 역할을 명확히 기재하고 사고 발생시 임원들이 책임을 지도록 설계됐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올해 연말까지는 책무구조도를 당국에 제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의 참여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시범 운영 기간도 설정했다. 10월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제도 운영 초기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제재를 감경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다만 조기 제출 후 연말 인사가 이뤄지면 조정된 책무구조도를 다시 내야 해 참여를 꺼리는 곳이 다수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신한은행이 선제적으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것이다.

진 회장은 일찌감치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취임 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경영 방침과 책무구조도 제도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그는 '고객 중심 정도경영'을 강조하면서 그 일환으로 '스캔들 제로' 원칙을 지킬 것을 그룹 구성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금융사고를 포함해 고객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이벤트를 원천 차단해달라는 것이다.

신한은행장 시절 라임펀드 사태 경험이 내부통제 중심 경영 방침 수립으로 이어졌다. 신한금융은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및 손실 사태로 리더십이 흔들리고 그룹 차원의 성장 동력이 약화된 전례가 있다. 어렵게 조직 분위기를 다잡은 만큼 금융사고로 위기를 또 다시 겪어선 안된다는 게 진 회장의 의중이다.

◇연말 인사에도 같은 기준 적용

진 회장은 인사에 있어서도 금융사고 방지를 중시하는 원칙을 일관적으로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통제 부실을 초래하거나 조직 안팎에 잡음을 불러 일으키는 인사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승진 또는 주요 보직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하고 있다.

최근 개시된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계열사 CEO의 연임이나 교체를 결정할 때 재임 기간 내부통제 성공 여부를 우선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을 비롯한 나머지 경영 지표 평가는 내부통제 점검 다음 수순이다.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CEO들은 진 회장의 방침에 맞춰 무리한 영업 드라이브를 지양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이 순이익 1위에 오르는 등 신한금융이 리딩금융 지위를 탈환할 기회가 왔음에도 금융사고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임기 막바지 연임을 위해 무리해서 실적을 끌어 올리는 게 오히려 진 회장의 경영 방침에 어긋난다는 판단이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진옥동 회장은 취임 후 일관되게 정도 경영을 강조하고 있고 사고 발생시 인사로 책임을 묻겠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내부통제에 실패하면 실적이나 업적에 관계 없이 아웃되는 만큼 임원들이 인사철을 앞두고 매사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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