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 재정비하는 SK㈜]'밸류업' 가로막는 현실적인 이유③지주·사업·투자 섞여 가치평가 어려워...자회사 포함 밸류업 계획 이달 말 공시
정명섭 기자공개 2024-10-22 10:43:35
[편집자주]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투자형 지주회사를 표방해왔다. 국내 대기업 지주사 중에선 처음 있는 일이었다. SK㈜의 행보는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한 행보로 평가됐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투자-엑시트-신규 투자라는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면서 SK㈜는 올해 평범한 지주회사로 돌아가고 있다. SK㈜의 성장 전략은 이대로 멈춘 걸까. 더벨은 SK㈜의 현 주소를 다각도로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6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는 내년까지 '주가 200만원, 시가총액 140조원'라는 경영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2021년 3월 SK㈜ 대표이사였던 장동현 사장(현 SK에코플랜트 부회장)이 주주들에게 한 약속대로라면 말이다.15일 종가 기준 SK㈜의 주가는 15만2400원으로 시가총액은 약 11조원이다. 목표치에 10분의 1에 못 미친다. 주가 200만원을 선언할 당시의 주가(24만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 SK㈜가 매년 투자자들에 질타를 받는 이유다.
◇명확한 기업가치 산정 어려운 SK㈜ 사업구조
'밸류업' 측면에서 SK㈜의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지주사 디스카운트와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사업구조, 대내외 불확실성 등이 대표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주사 디스카운트는 타당성 논란이 있지만 국내 지주사 대부분이 겪는 현실이다. 지주사들은 통상적으로 40~60%의 할인율을 적용받는다. 실제로 SK㈜의 주당 순자산가치(BPS)는 15일 기준 37만3938만원인데 비해 주가는 15만원선에 머물러있다. 기업가치가 약 60% 디스카운트 된 셈이다.
지주사의 경우 핵심 사업부문이 자회사로 분사해 상장하면 대체적으로 주가가 하락한다. 중복 상장은 기업가치의 더블 카운팅(중복 계산)을 뜻한다. 또 투자 성과에 대한 과실이 희석되는 점도 디스카운트를 부추긴다. 성장 사업이 자회사로 분리돼 기업공개(IPO)를 하면 그에 따른 투자 성과를 자회사의 새 주주들과 나눠야만 한다.
이외에도 지주사는 역할상 성장동력 발굴, 부실 자회사 지원 등의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하는 점도 시장에서 저평가받는 이유로 언급된다.
지주사 대부분이 겪는 할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SK㈜는 주식 수급 측면에서 불리한 면이 있다. 복잡한 사업구조 탓이다. SK㈜는 지주사이면서도 사업(SK C&C, SK머티리얼즈 등)과 투자 기능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이는 다른 대기업집단 지주사와 가장 큰 차별점이나 명확한 기업가치 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SK㈜의 투자 분야는 크게 반도체·배터리 소재(첨단소재)와 그린, 디지털, 바이오 등으로 나뉜다. 특정 섹터에 분류하기가 어렵고 포트폴리오별로 산업이 성장하는 속도가 달라 투자 성과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시기마다 소위 뜨는 사업과 지는 사업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수소, 소형모듈원자로(SMR), 대체육 등을 포함하는 그린 부문의 경우 아직 시장이 커지지 않아 SK㈜가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크게 하락한 상태다. 바이오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에 바이오와 그린 투자는 최창원 의장 체제 돌입 이후 속도조절 대상에 올랐다.
반대로 첨단소재 포트폴리오는 SK하이닉스와 수직계열화 체제를 이루면서 현시점에서 성공적인 투자 성과로 평가받는다. 투자업계가 SK㈜의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산정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에 SK㈜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을 달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밸류업 계획 발표, '자회사 밸류업' 계획까지 포함
SK㈜는 이르면 이달 말에 밸류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존에 시행하던 주주환원 정책에 더해 자기주식 활용 계획, 배당정책 구체화뿐 아니라 주요 자회사들의 밸류업 계획까지 반영한 기업가치 제고방안까지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그간 배당성향을 확대해 50% 수준까지 높였다. 경상 배당수입의 30% 이상을 현금배당하고 있다. 매년 시가총액의 1%에 해당하는 자기주식을 매년 매입·소각하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다만 아직 자기주식을 1798만2352주(24.8%)나 보유하고 있어 이 중 일부가 추가 소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단기간 내에 밸류업 관전 포인트는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다. 2026년 SK에코플랜트의 국내 상장, SK팜테코의 미국(나스닥) 상장 여부가 관전포인트다. SK에코플랜트는 올 초 장동현 부회장이 부임한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SK그룹은 SK에코플랜트의 현금창출력을 높이기 위해 SK㈜의 100%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시키기도 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질소와 산소, 아르곤 등의 산업용 가스를 제조·판매 회사로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576억원, 653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25%에 달한다.
SK팜테코는 미국과 유럽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글로벌 5대 합성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SK㈜가 지분 86.6%를 가지고 있다. SK팜테코는 2023년 프리IPO로 자금을 조달할 당시 5년 내에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조건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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