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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카르텔' 끊으려면 thebell note

이돈섭 기자공개 2024-10-24 08:17:55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3일 07:3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외이사 시장은 수요자 중심이다.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널려있는데 사외이사를 찾는 기업들은 마땅한 인물이 없다고 한탄한다. 그 간극을 메우고자 각종 협회와 이익 단체에서 인력뱅크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기업이 내부 추천이나 외부 서치펌 등을 통해 후보군을 꾸리고 있다.

거꾸로 기업이 줄을 서는 경우도 있다. 국회의원이나 장·차관, 판·검사, 기업 임원 등으로 일한 경우 러브콜을 보내는 기업이 많아 자기 입맛에 맞는 곳을 고르기도 한단다. 한 후보자가 모 기업 이사회 러브콜을 받아 수락 여부를 고민하던 찰나 주총에서 그 기업 이사진에 맞설 주주추천 이사 후보로 나설 것을 요구받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저명 인사만을 기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2000개가 훌쩍 넘는 상장사가 사외이사를 2명씩만 기용해도 4000명 이상 필요한 데다 현행법상 한 사외이사가 두 곳 이상의 기업 이사회에서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후보군이 아무리 적다고 하더라도 증명이 되지 않는 전문가를 부를 수는 없다.

기업이 낯선 사외이사 후보자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체크하는 부분은 전문성 보유 여부와 이해관계 상충 여부. 교수 집단은 이러한 요구를 대부분 만족한다. 다년간 연구로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학계에 주로 몸담고 있다 보니 다른 기업에 재직하고 있지 않은 이상 이해관계 상충 문제에서도 완전히 자유롭다.

그런데 후보자 면면을 검토한 결과 정량·정성 평가 결과에 차이가 없는 경우는 어떨까. 결국 기업 이사회와 학연이든 지연이든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 있는 후보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사외이사 후보는 여러 곳 추천을 받아 꾸린다손 치더라도 최종 결정은 이사진 '사람' 손에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수 입장에서 기업 이사회 진입은 네트워크를 쌓고 이사 보수도 챙길 수 있는 데다 현장 경험도 쌓을 수 있는 기회다. 그렇다 보니 사외이사 배출이 잦은 서울 소재 유명 대학 경제·경영대 안에는 선배 교수가 후배 교수의 이사회 진입을 끌어주고 후배 교수가 선배 교수를 추천하는 문화가 존재한다. 같은 분야 동료 교수들 사이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사외이사 교수 네트워크 안에 들어가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펼쳐지기 마련이고 이는 어떤 형태로든 일종의 카르텔로 작용해 결과적으로 기업 이사회 역량 확대 시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기업이 공과대학 교수나 전·현직 기업 경영진 등으로 기용 범위를 확대하거나 이사진 성별과 국적을 다양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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