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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밸런싱 성과 '끝장토론'...SK CEO 총집결 현장 가보니 31일부터 사흘간 'CEO 세미나'…석식 이후 토의 '강행군', 최창원 의중 반영

이천(경기)=정명섭 기자공개 2024-11-01 08:42:14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1일 13: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1일 오전 6시 20분경 찾은 경기 이천 설성면에 있는 'SK매니지먼트시스템(SKMS) 연구소' 입구는 어둡고 안개가 자욱했다. SKMS 연구소는 SK그룹이 2008년에 지은 연수원. 현재 임원들의 세미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연구소가 세워진 터는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혼이 담긴 공간이다. 최 선대회장은 30여년 전 이곳에 직접 밤나무를 심어 '계원율림'이란 숲을 가꿔왔다. 계원이라는 이름은 아내 고 박계희 여사 이름의 '계'와 자녀들의 돌림자인 '원'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안개 사이로 제네시스 G90 차량이 5~10분 간격으로 쉴 새 없이 들어왔다. 이날부터 2박 3일간 열리는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 참석하는 CEO들의 차량이었다.

참석자 명단을 손에 든 보안 직원은 운전기사와 뒷좌석에 탄 인물을 세세하게 살핀 후 차량을 들여보냈다. 확인 절차가 꽤 꼼꼼하게 진행되다 보니 차량 3~4대가 대기했다.

SK그룹 CEO 의전 차량들이 31일 오전 경기 이천 설성면에 있는 SKMS 연구소 입구를 통과하고 있다.

이날 CEO 세미나 시작 시간은 7시 30분. CEO들은 동이 튼 7시가 되자 SKMS 연구소 입구를 모두 통과했다.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온 등 주요 계열사 CEO 30여명이 참석했다.

최근 신규 선임된 김종화 SK에너지 사장, 최안섭 SK지오센트릭 사장, 이상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뿐 아니라 지난 7월과 8월에 각각 선임된 김형근 SK에코플랜트 사장, 한명진 SK스퀘어 사장도 참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전날 도착해 토의 안건들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은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 부사장은 사업별 세션 중 바이오 부문에 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EO 세미나는 경영전략회의(6월), 이천포럼(8월)과 함께 SK그룹에서 열리는 3대 사장단 회의로 손꼽힌다. 올해 행사의 화두는 리밸런싱 성과 점검이다. SK그룹은 최 의장이 부임한 연초부터 계열사별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운영 효율화(O/I) 등을 추진해왔다. 사업 운영 개선을 통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에너지솔루션 등 성장 분야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룹의 내년 경영 방향성도 이 자리에서 결정된다.

SK그룹은 올해 세미나에서 CEO별 발표보다 토론 비중을 대폭 늘렸다. 평소 특정 주제를 놓고 토론하기를 즐기는 최 의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최 의장은 그룹 씽크탱크인 SK경영경제연구소의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기도 하다. 세미나 기간에는 석식 이후에도 분과별 토의가 진행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CEO 행사의 끝은 골프였지만 올해부터 이런 분위기는 사라졌다. 이 또한 최 의장이 부임한 이후의 변화다.

CEO 세미나는 연말 인사를 가늠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CEO 세미나를 마치고 약 한 달간 CEO 평가가 진행되고 12월 초 정기 인사 때 CEO가 교체되기도 한다. 현재 계열사 사장들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최 의장 체제 첫 정기인사에서 대규모 인적쇄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CEO가 바뀐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SK이노베이션 계열사를 보면 '실적 부진'과 '리밸런싱 성과 미진'을 동시에 안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최 의장이 주문한 변화에 미달한 CEO는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미 그룹 내부에선 일부 CEO들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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