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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공백·실적 부진' 태광산업, 공동대표 '돌파구' 오용근 부사장 신임 대표 내정…사업재편·신사업 발굴 중책

정명섭 기자공개 2024-12-03 09:13:23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9일 16: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 경영인인 이호진 전 회장의 공백이 길어진 태광산업이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시작한다. 석유화학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오용근 지원본부장(전무)을 전진배치했다. 업황 둔화로 인한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사업구조 재편, 신사업 발굴 등에 힘을 쏟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태광그룹은 29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오 본부장을 부사장 승진과 동시에 공동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기존 성회용 대표이사는 경영 전반에 대한 업무를 총괄하고 오 대표는 생산·영업 현장 관리와 신사업 발굴 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대표는 사내에서 섬유와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 구매, 기획뿐 아니라 재무와 인사, 신사업 발굴까지 다방면에서 역량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65년생(59세)으로 서울대(화학교육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은 현대석유화학이었다. 나프타와 에틸렌 등 기초화학제품 제조와 판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오 대표는 1991년 태광산업으로 이직했다. 태광산업이 경주·신평 등지에 공장을 신설한 데 이어 광진섬유공업을 흡수합병하며 화학섬유 산업에 주력하던 시기다.


그는 2007년 석유화학팀에서 근무할 당시 유가 급등으로 인한 에너지 관련 산업의 팽창을 내다보고 발전기 등 대형 생산 설비 구축을 추진해 석유화학플랜트 이익 증대에 기여했다. 이는 오 대표가 2008년 그룹의 요직인 기획팀장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섬유사업의 품질 고급화와 신수종 사업 발굴, 원가절감 등을 추진해 2014년 기획실장(상무)에 올랐다.

오 대표는 2016년에 퇴사했다가 7년 만인 2023년 기획총괄(전무)로 태광산업에 합류했다. 이 전 회장이 직접 연락해 재입사를 권했다는 후문이다. 오 대표는 올 초부터 태광산업 지원본부장과 대한화섬 대표이사를 겸임했다. 대한화섬에선 신제품 개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했다. 본사와 공장, 연구소 핵심 인력들이 참여하는 TF는 고기능성 소재와 친환경 소재 중심의 사업 다각화 전략을 기획해왔다.

오 대표는 이전 경영진이 보류한 모다크릴 가발사 사업을 재개하기도 했다. 모다크릴 섬유는 사람 머리카락과 비슷해 주로 가발 제조에 쓰인다. 태광산업은 10여년 전부터 모다크릴 가발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 등을 진행해 왔으나 지난해 판매 부진, 품질 미흡 등으로 사업 보류를 결정했다. 오 대표는 현장 기술진과 난상 토론을 거쳐 문제점을 고쳐 최근 수율과 품질 등을 개선했고 최근 아프리카향 첫 선적에 성공했다.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의 복귀 전까지 공동 대표체제로 실적 저하 등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태광그룹은 2022년부터 10년간 총 12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계획한 바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작년 8월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후 경영복귀를 준비해왔으나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과 관련한 분쟁이 촉발하면서 복귀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오너 공백 기간에 경영 전반을 책임져 온 그룹의 2인자였다. 태광그룹은 김 전 의장이 계열사 경영진에게 150억원대 부당대출을 지시했다며 김 전 의장을 고발했다. 김 전 의장은 이에 맞서 이 전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고발했다. 재계 일각에선 이 전 회장이 올해 안에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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