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인사 풍향계]구광모 회장의 '인재 사랑'…'순혈주의' 깬 영입 인재들은 지금⑦신학철·홍범식 그룹 '믿을맨' 부상…외부영입이 또다른 인재 부르는 '선순환'
정명섭 기자공개 2024-11-28 16:24:13
[편집자주]
LG그룹의 2024년은 녹록지 않았다. 화학(배터리 포함)과 디스플레이 사업의 실적 부진으로 그룹의 수익성이 2년 연속 저하했다. 동시에 배터리 설비 투자와 중소형 OLED 관련 투자 등으로 재무부담은 커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정책적 불확실성이라는 변수에도 대응해야 한다. 더벨은 LG그룹의 올해 말 인사를 조망하고 2025년을 이끌어갈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6일 14: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인재 사랑'은 남다르다. 차세대 리더 영입을 위해 직접 뛰는 총수로 유명하다. 2018년 그룹 4대 회장에 취임한 이후 첫 해외 출장이 인재 유치 행사 현장 방문이었을 정도다.구 회장이 지금껏 영입에 관여한 임원급 인력만 100명 이상이다. 구 회장은 인재를 중시하는 그룹 인사원칙을 계승하면서도 순혈주의 타파, 젊은 인재 전진 배치 등 본인 만의 인사 혁신에도 적극적이었다. 영입 인재들은 각 계열사에서 핵심 인재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사장급 영입 인재, 구광모 '믿을맨'으로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에 합류한 사장급 외부 인재는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과 홍범식 LG유플러스 CEO 내정자 2명이다. 현시점에서 두 인재의 영입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부회장은 구 회장이 취임한 첫해인 2018년 11월 LG화학 CEO로 내정됐다. 2019년 3월 정기 주총을 통해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됐다. 당시 LG그룹이 2010년 KT 출신의 이상철 부회장을 영입한 이후 CEO급에서 외부 인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인 최초 3M 수석부회장 출신인 신 부회장은 글로벌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의 비중을 낮추고 3대 신성장동력(친환경 소재·전지 소재·신약) 중심으로 사업재편에 나선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3연임에 성공했다.
구 회장이 취임한 이듬해 1월 영입된 홍 CEO 내정자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에서 글로벌디렉터, 한국 대표 등을 역임한 '전략통'으로 LG그룹에는 ㈜LG 경영전략팀장(사장)으로 합류했다. 경영전략팀은 이후 경영전략부문으로 개편됐다.
그의 영입 또한 신 부회장 영입만큼 재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두 인물 모두 해외 기업, 외국계 회사 출신으로 국내 대기업 특유의 사내 정치 문화와 거리가 멀고 LG에 아무런 뿌리를 두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LG그룹의 경우 지주사에서 근무하려면 그룹 사정을 잘 알아야 하고 총수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했던 만큼 임직원 대부분이 내부 출신이었다. 이를 두고 구 회장이 그룹 내부를 잘 아는 것보다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 기업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분석력과 투자를 결정하는 추진력 등을 중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 내정자는 LG그룹 합류 이후 구 회장의 핵심 참모 역할을 맡았다. 구 회장의 현장경영에 자주 동석했고 2022년 초부터는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등기돼 그룹을 대표해 LG 통신계열 사업들을 관리해왔다. 베인앤컴퍼니에서 아태지역 정보통신·테크놀로지 부문 대표를 역임할 당시 IT 분야 사업 비전, 전략 수립 등의 프로젝트를 이끈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이후 홍 내정자는 LG CNS 이사회 기타비상무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또다른 구 회장의 최측근인 권봉석 ㈜LG 대표이사 부회장이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이사회 의장, LG화학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임하고 하범종 경영지원부문장(사장, CFO)이 LG생활건강 이사회 의장과 LG디스플레이 기타비상무이사, LG경영개발원 기티비상무이사를 맡는 점을 고려하면 홍 내정자의 그룹 내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알 수 있다.
홍 내정자가 LG유플러스 CEO로 이동하게 되면서 그가 이끈 ㈜LG 경영전략부문은 권 부회장 산하로 이동했다. 계열사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는 신설된 경영관리부문이 맡게 됐다.
◇전무급 영입 인재들도 활약중...부사장 승진자 배출하기도
구 회장 체제 이후 합류한 전무급 이상 인재들도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홍락 LG AI연구원 CSAI(최고AI사이언티스트), 황성걸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 이석우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장, 황규별 LG유플러스 CDO(최고데이터책임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 CSAI는 구글 AI 연구조직 '구글 브레인' 출신으로 세계 10대 AI 석학으로 손꼽힌다. 그는 그룹 AI 연구조직인 LG AI연구원이 설립된 2020년 말 영입됐다. 주요 그룹 중 독립적인 AI 연구 조직을 만든 것도 처음이었지만 새로운 C레벨 직책까지 만들어 외부 인재를 영입한 건 당시로선 꽤 파격적이었다.
이 교수의 영입은 신의 한 수였다. 이후 글로벌 수준의 AI 석학들이 LG그룹에 합류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LG그룹은 2022년 3월 국내 AI 분야의 최고 석학으로 꼽히는 서정연 서강대 교수를 LG AI연구원 인재육성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같은 기간 미국 일리노이대 이문태 교수도 영입(LG AI연구원 어드밴스드 머신러닝 랩장)했다. 그는 스탠포드대와 코넬대를 거쳐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의 초빙교수로도 활동해왔다. 글로벌 AI 최신 연구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전문가로 잘 알려졌다. 그는 현재 LG AI연구원에서 초거대 AI 선행 기술과 기계학습의 향후 발전 방향과 관련한 연구를 주도해왔다.
이 CSAI는 그룹 AI 기술개발을 주도한 성과를 인정받아 입사 3년 만인 작년 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서 위원장도 아직 LG AI연구원에서 인재 육성 고문을 맡고 있고 이 교수도 이번 인사에서 임원(상무)으로 승진했다.
◇실력 갖춘 인재라면 성별·경력·출신 '무관'
구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주도할 젊은 인재를 과감하게 전진 배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나이와 성별, 출신과 무관하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적극적으로 기용한다.
올해 정기인사에선 여성 임원 7명이 승진해 그룹 내 여성 임원은 총 65명이 됐다. 이는 그룹 역사상 가장 많은 숫자다. 구 회장이 취임한 첫해(2018년) 여성 임원은 29명이었다.
2021년 말 인사에선 2명의 여성 CEO가 선임되기도 했다. 이정애 코카콜라음료(LG생활건강 자회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LG생활건강 CEO에 올랐고 박애리 지투알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CEO에 올랐다. 4대 그룹 상장사 중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전문경영인이 CEO에 선임된 건 두 사람이 처음이었다.
올해 인사 이후 1980년대생 임원은 5년 전보다 3배 늘어난 17명이 됐다. 이는 상무 층의 연령을 두텁게 해 중장기적으로 CEO 후보 풀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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