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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오판의 비용

최은진 제약바이오부장공개 2024-12-16 08:52:59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3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온 나라가 비상계엄 사태로 초 긴장하는 와중에 자본시장을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선 경제 후폭풍에도 마음이 쓰인다. 1%에 불과한 경제성장률에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경제인데 온마음으로 북돋아줘야 할 정치가 혼란을 가중하는 아이러니.

최고 통치자는 부재하고 혼돈을 해결할 구심점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싸우고 갈등하고 무시하고 전가하는, 국가시스템의 마비는 아노미 그 자체다. 탄핵이든 하야든 질서있는 퇴진이든, 어떡해서든 정리가 될 정치이지만 이미 망가져버린 경제, 놓쳐버린 성장의 기회는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불확실성의 장기화, 하방압력의 가중, 외국인의 외면 등 섬뜩한 헤드라인이 언론과 SNS를 뒤덮은 현재 그래서 이 리스크를 누가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과 해법을 내놓는 이가 없다. 책임질 이도 없고 답을 구할 이도 없다.

대한민국 성장의 한축이었던 반도체와 IT산업의 경쟁력은 날이갈수록 하락하는데 대응하는 법안은 불확실한 정세 속 뒷전이다. 바이오 산업을 육성한다는 대통령 한마디로 설립 논의가 이뤄졌던 바이오위원회는 자취를 감췄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도의 관계부처 합동성명에선 육성해야 할 산업으로 바이오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33년만에 삭감했던 R&D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는 점이 그나마 안도할 일일까. 그러나 이미 망가진 세포를 재생시키기 위해선 그 이상의 시간과 힘이 필요하다.

신사업 육성에 사활을 건 주요국들, 보호주의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거세지는 글로벌 무역 규제, 치열해지는 기술 패권 다툼. 모두가 자국 산업을 키우고 글로벌 성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우리의 민낯을 보면 한없이 쪼그라든다.

글로벌 강자와 비견할 기술을 가지고도 해외 경쟁사의 특허소송으로 데뷔조차 못하는 인슐린 펌프 기업 A사, 정국불안으로 펀딩이 가로막혀 임상 중단에 청산 및 매각 수순을 밟고 있는 바이오텍 B사, IPO 문턱까지 어렵게 올라왔음에도 불안한 투심으로 좌절 위기에 놓인 기술특례상장 C사까지.

공들여 힘들게 쌓아올린 기술력이라는 탑이 무너질 처지다. 국가가 나서 도와주고 밀어주고 끌어줘야 하지만 그럴 생각도, 구심점도 없다.

정당성이 있던 없던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누군가의 오판으로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 하기엔 파급이 커도 너무 크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영향은 두말 할 것도 없다. 한국의 경쟁력을 논해야 하는 자리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화두가 된다면 누가 투자를 말하고 베팅을 할까.

정치는 늘 치열했고 대립했으며 갈등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큰틀의 시스템을 망가뜨리지 않았다. 이미 후퇴한 역사와 경제에 대한 비용을 누가 감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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