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삼양엔씨켐 줌인]반도체용 감광액 원료 국산화, 코스닥 안착①일본 장악한 시장서 균열, 소재분야 생태계 강화 기여

김혜란 기자공개 2025-02-05 08:05:52

[편집자주]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서 '소재'는 유독 취약한 분야로 꼽힌다.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실시한 2019년 당시 국산화 중요성이 잠시 부각되긴 했지만 꾸준하게 공을 들이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삼양엔씨켐은 2011년부터 반도체용 감광액(포토레지스트, PR) 원료 개발에 집중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올해 코스닥 상장을 기점으로 혁신소재 개발 포부까지 내세웠다. 더벨이 첨단소재 국산화 선단에 있는 삼양엔씨켐의 비전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3일 16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산업의 핵심은 '밸류체인'이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이 뒷받침해 줘야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며 생태계가 커질 수 있다. 특히 일본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국산화 작업은 국내 반도체 업계의 숙원 과제로 통한다. 취약한 환경에서 국산화 성과를 낸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한 편이다.

삼양엔씨켐은 반도체 노광 공정의 필수 소재인 반도체용 감광액(포토레지스트)의 재료를 국산화하면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국내 반도체 밸류체인 한 축을 자리매김하면서 코스닥에 안착했다. 기업공개(IPO)를 기점으로 혁신소재 개발을 예고하는 등 외연 확장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일본 핵심소재 수출규제, KrF·ArF·EUV 포토레지스트용 재료 국산화

노광은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회로를 그리는 작업을 말하며, 포토레지스트는 빛에 반응하는 감광 재료다. 웨이퍼에 포토레지스트를 도포하면 노광 장비가 빛을 이용해 패턴을 그린다. 이후 식각 공정에서 포토레지스트 부분을 남기고 나머지 영역을 제거하는 식으로 회로 패턴이 형성된다.

포토레지스트는 2019년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 3대 핵심 소재(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불화폴리이미드)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하면서 국산화 이슈가 부각됐다. 당시 일본이 규제했던 소재는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였다. 불화크립톤(KrF)·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던 동진쎄미켐이 일본 수출 규제 이후 EUV 포토레지스트까지 국산화하며 크게 조명받았지만, EUV 포토레지스트 원료를 국산화한 삼양엔씨켐의 성과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포토레지스트는 사용하는 노광 장비 광원의 파장에 따라 KrF(248㎚), ArF(193㎚), EUV(13.5㎚)용으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빛의 파장이 짧아야 미세 패턴을 그리는데 유리해 EUV 노광 장비가 쓰이고, 이때 EUV용 포토레지스트가 도포된다. EUV용 포토레지스트 원료도 따로 개발돼야 한다.

삼양엔씨켐은 KrF와 ArF, EUV용 포토레지스트의 재료인 폴리머와 광산발산제(PAG)를 모두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폴리머는 박막형성과 패턴형성의 기능을 담당하는 소재이며, PAG는 폴리머를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회사는 폴리머와 PAG 매출이 늘어나면서 성장세를 이룰 수 있었다. 2018년 매출액 약 433억원에서 2023년 986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약 812억원, 80억원으로 집계됐다. 폴리머와 PAG 매출 비중이 지난해 3분기 기준 53.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일본 기업이 독식한 포토레지스트 소재 시장에서 수입 대체 효과를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 세정 공정에 쓰이는 웨트케미컬(Wet-Chemical) 등도 생산 중이다.

◇반도체 소재분야 한우물, 삼양그룹 인수 후 성장 변곡점

삼양엔씨켐(옛 엔씨켐)은 2008년 설립됐다. 창업 초기엔 디스플레이용 코팅 소재 사업을 하다 2011년부터 포토레지스트 재료 쪽으로 사업 전환을 시도했다. 그해 미국 포토레지스트 기업에 폴리머와 PAG를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과의 협업을 본격화한 건 2015년부터다. 같은 해 3차원(3D) 낸드용 KrF 포토레지스트 폴리머를 개발해 국내 기업에 첫 납품하는 성과를 냈다. 삼양엔씨켐이 국산화한 포토레지스트용 재료는 국내 포토레지스트 생산 기업에 납품돼 최종적으로는 국내 메모리 제조 공정에 적용되고 있다. 3D 낸드용 KrF 포토레지스트 폴리머 만큼은 일본 제조사를 대체해 독점 공급 중이다.

삼양엔씨켐 정안공장 전경(사진=삼양엔씨켐 제공)

삼양그룹이 2021년 반도체 첨단소재 사업 진출을 위해 엔씨켐을 인수하며 성장 변곡점을 만났다. 삼양홀딩스는 창업주 지분까지 모두 사들여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해 69.4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삼양엔씨켐은 이달 3일 상장 첫날 공모가(1만8000원) 대비 0.22% 하락한 1만7960원에 장을 마감했으나 시가총액 약 2000억원을 형성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삼양그룹이 식품회사로 유명하지만 회사가 나가는 방향은 하이엔드· 바이오·반도체 쪽"이라며 "이번 삼양엔씨켐 상장에는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