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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장품제조는 지금]동력 잃은 주가,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 제기④고점 대비 40%대 하락…이례적인 사돈 경영체제 '눈길'

윤종학 기자공개 2025-03-11 07:50:31

[편집자주]

한국화장품제조는 1962년 창업이래 화장품 사업 외길을 걸어온 기업이다. 국내 1세대 화장품 브랜드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2010년 '한국화장품제조'와 '한국화장품'으로 분할한 뒤 화장품 제조기업으로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더벨은 K-뷰티 열풍을 타고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한국화장품제조의 현 상황과 당면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4일 15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화장품제조 주가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고점 이후 사실상 반 토막 난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 주가가 뒷걸음질하며 투자업계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화장품제조는 국내 기업 중에서도 드문 사돈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외부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낮추는 긍정적 요소이긴 하지만 향후 승계구도 불확실성, 소극적인 주가부양 정책 등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과 반대로 가는 주가,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

한국화장품제조 주가는 4일 장중 4.5% 빠진 4만7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영업일인 2월28일에는 500원 하락한 4만9350원에 장을 마감했었다. 한국화장품제조 주가는 2024년 11월5일 8만5600원에 거래를 마쳤던 만큼 불과 4개월만에 46%가량 주가가 빠진 셈이다.

한국화장품제조 주가 추이. <이미지=네이버>

해당 기간 동안 한국화장품제조는 역대급 실적을 경신해왔음에도 주가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 2024년 매출 1674억원, 영업이익 265억원, 순이익 229억원 등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53%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94%, 214%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화장품업계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며 조정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에도 낙폭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올해 3월초까지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주가를 보면 한국콜마는 6만9300원에서 6만300원으로 12%가량 주가가 빠졌다. 코스맥스는 오히려 15만720원에서 16만6400원으로 오히려 5.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화장품제조 주가를 보면 동종업체들에 비해서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어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패턴의 주식은 아닐 것"이라며 "재무구조 및 실적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점도 부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화장품제조는 지배구조 영역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이 매해 발표하는 ESG등급을 보면 한국화장품제조는 2022년 C등급에서 D등급으로 낮아졌다. 이후 2024년까지 D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D등급은 매우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중요 ESG리스크에 노출된 정도를 나타내는 'ESG Controversy'에서 G(지배구조) 영역에 대한 적극적인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너가 지배력 굳힌 사돈 경영체제, 승계 불확실성은 부담

한국화장품제조는 창업주 일가와 인척 관계 일가가 함께 지배하는 가족경영 구조를 가지고 있다. 1962년 공동 창업주였던 임광정, 김남용 두 집안이 사돈 관계로 맺어지며 경영권을 공유하게 되었다. 현재 임광정 전회장의 아들 임충헌 회장 일가와 그의 처가쪽인 김옥자씨 집안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김옥자씨는 김남용 전회장의 차녀이며, 김숙자 회장의 동생이다.


이후 오너 3세 경영으로 넘어가며 임 회장의 처조카인 이용준 부회장과 장남 임진서 부사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즉 공동 창업주였던 오너 1세들이 2세대, 3세대로 넘어오면서 사돈 관계를 맺고 오너가의 지배력을 굳건히 한 셈이다. 실제로 2024년 3분기 기준 임충헌, 김숙자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한국화장품제조의 지분율은 45.03%에 이른다.

동업자에서 사돈관계로 경영권을 확고히하며 큰 잡음없이 경영체재를 이어왔지만 여전히 승계구도가 불확실한 것은 부담이다. 2세에서 3세 승계가 온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4세 승계를 고민해야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오너 3세인 이용준 부회장과 임진서 부사장은 각각 1962년, 1967년 출생이다.

향후 오너 4세 경영이 임 회장 일가와 김 회장 일가 중 어느쪽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국화장품제조는 아직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에 관한 내용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3세 경영에 이르러 최대주주인 임충헌 회장측 지분보다는 사돈인 김숙자 회장측 지분이 더 많아진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2024년 3분기 기준 임충헌 회장(11.54%)와 임진서 부사장(5.62%) 및 임진욱, 임희진, 임희수 등 자식들과 조카들의 지분을 다 합치면 18.83%로 집계된다. 반면 김숙자 회장(11.21%)과 이용준 부회장(10.99%), 김옥자(2.9%), 이용진(1.1%) 등을 합치면 26.2%에 달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과반에 가까운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은 확고하지만 소액주주들을 위한 주가부양 의지는 낮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오너 4세에 대한 승계 정책 등이 공개되지 않은 점도 변동성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투자자들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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