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 리테일 스케일업]끈끈한 IB와 협업, 차별화 카드 '파인더스 피'④유기적 성장 목표, 리테일↔IB 양방향 협력
황원지 기자공개 2025-03-11 08:12:40
[편집자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리테일 시장에서 단연 눈에 띈 플레이어다. 공모, 사모펀드 판매고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개인고객 금융상품 잔고만 14조원을 넘게 키웠다. 더벨은 글로벌 운용사와의 협업, 월배당 펀드 출시, 리테일 역량 질적 강화 등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4일 15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자산관리(WM) 업계 트렌드 중 하나는 기업금융(IB)와의 연계다. PB가 관리하는 고객이 운영하던 회사의 IPO를 자사 IB로 연계해주거나, 반대로 IB에서 주관하는 괜찮은 딜을 WM고객 전용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연계를 통해 각 부문이 함께 성장하는 그림이다.한국투자증권도 부서간 협업을 통한 유기적인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리테일에서 IB로 딜을 이끌어냈을 때 지급하는 포상금인 ‘파인더스 피’를 통해 장기적인 협업을 꾀한다. 또한 한투PE 등 IB와의 연계를 통해 리테일 고객에게 전환우선주, 교환사채 등 메자닌 투자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협업 위한 제도적 뒷받침, 전사적 지원 필수
리테일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사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지점 PB들에게 금융상품 판매를 압박한다고 해서 성장이 따라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인재 영입을 통해 역량을 수혈할 게 아니라면 내부 부서들 사이의 협력이 중요하다. 실제로 리테일을 미래 먹거리로 짚고 나선 증권사들 대부분이 지난해 ‘시너지 영업’을 강조했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중요하다. 지휘부에서 각 부서끼리 도우라고 지시했다고 해서 바로 실무에서 협업이 이뤄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IB, PB 모두 본인의 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일회성 이벤트는 몰라도 장기적인 협업은 불가능하다. NH증권에서는 성과를 리테일과 IB 양쪽에 더블카운팅해주는 방식으로 협업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투자증권은 파인더스 피(Finder’s Fee)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딜을 찾은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개념이다. 리테일 조직은 상대적으로 고객 접점이 많아 회사 내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파인더(Finder)역할을 맡고 있다. PB과 관리하던 고객에게 필요한 IB 서비스를 연결해주고, 이 딜이 성사됐을 경우 파인더스 피를 지급한다. 성과급이라기보단 일회성으로 지급하는 포상금 개념에 가깝다.
단순히 IPO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한 자산가가 가지고 있는 땅에 건물을 올리고 싶어하면, 부동산 PF 팀과 연결해주는 식이다. 은퇴를 앞두고 엑시트를 고민하는 고객에게는 M&A팀과 연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개인고객그룹 내에서 IB와 접촉이 많은 건 법인금융센터다. 한국투자증권은 2019년 여의도 본사 2층에 법인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법인금융센터를 열었다. 금융센터 영업직원(RM)들이 유상증자, 채권발행, 블록딜, IPO 등 기업금융 서비스를 주로 취급하는 편이다. 다만 파인더스 피 제도는 금융센터 뿐만 아니라 전사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한다.

◇SK온, 고스트로보틱스…꾸준한 메자닌 딜 발굴
반대로 IB와 연계해 상품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IB 연계 딜은 수익성이 좋은 편이라 고액자산가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투자기회가 딜을 주관한 증권사에서만 제공되기에 신규 고객을 유치하거나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박재현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은 “한투 PE나 당사 IB와의 협업을 통해 리테일 고객에게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전환우선주(CPS)를 리테일에 공급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한화생명 자회사로, IPO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한투PE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참여해 지분 11.1%를 확보했다. 지분 인수 자금 중 일부를 리테일을 통해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비상장기업 투자기회도 제공했다. 지난해 6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고스트로보틱스 교환사채(EB)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했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에서 판매해 약 400억원의 자금을 리테일에서 조달했다. 해당 딜은 한투PE가 가져온 딜로 한투PE 측에서도 드라이파우더가 남아있었으나, 리테일 투자자에게 룸을 열어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의 신종자본증권에도 다수 참여했다. 지난해 7월 SK온이 대표적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등판해 SK온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했다. 총 5000억원 중 300억원을 한국투자증권이 리테일에서 소화했다. 이외에도 한국투자증권 IB에서 주관한 에코프로비엠 신종자본증권 딜도 리테일에 투자기회를 제공했다.
박 전무는 “2022년 1500억원 가까운 금액을 모았던 SK온 비상장주식 투자도 좋은 상품 중 하나”였다며 “올해에도 한투PE를 비롯한 계열사와 협업해 우수한 딜이 있으면 리테일에 상품화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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