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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배당 10년]'주식 배당' 섞은 영풍, 현금 보전 효과 노리나DPS 1만원→50원, 약 170억 절약 효과…영업현금흐름 유출 전환 등 고전 상태

김소라 기자공개 2025-03-18 08:19:12

[편집자주]

배당은 투자에 대한 직접적 보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가장 기본적인 주주환원 방식이자 신뢰 구축의 수단이다. 또 배당정책은 기업의 재무상태와 현금흐름, 성장 수준을 나타내는 가늠자로도 기능한다. 단순한 이익분배를 넘어 잉여현금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 주주와 경영진간 이해관계 일치를 도모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 THE CFO가 지난 10년간 코스피 상장사들의 배당내역과 추이 변화를 되짚고 그 재무적 배경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4일 07시50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철 금속 제련 법인 '영풍'이 올해 배당 기조에 주요한 변화를 기했다. 기존에 계속해서 유지해 오던 현금 배당 단일 정책이 아닌 주식 지급 방식을 꺼내들었다. 비중으로 보면 대부분이 주식을 통한 배당이고 현금은 일부에 그친다.

이를 통해 영풍은 결과적으로 유동성 보전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당장 현금을 대거 지출할 필요 없이 신주 발행 방식으로 갈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 영업 둔화 등 실적 부진 영향으로 재무구조가 약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을 덜 수 있는 선택이다. 주식 유통 물량 확대를 통한 주주 가치 제고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풍은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식 및 현금 배당 안건을 함께 다룰 예정이다. 1주당 지급 주식(보통주) 수를 0.0350주로 설정한 주식 배당 건과 주당 현금 배당금을 50원으로 책정한 안건 등을 상정했다. 동 주식 배당 건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될 경우 총 6만205주가 신규 발행된다. 이는 기발행 주식 수의 3.2% 규모다.

◇이전에 없던 '주식 배당' 카드…현금 지출 1억 안돼

영풍이 주식 배당 카드를 꺼내든 것은 지난 10년 여간 없던 일이다. 이 기간 영풍은 계속해서 현금으로만 배당을 지급해 왔다. 잉여현금흐름(FCF)의 90% 이내라는 큰 틀 안에서 매년 현금을 통한 결산 배당을 집행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17년 초부터 약 7년간 주당배당금(DPS)을 1만원으로 설정한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당해 예정된 배당 세부 조건을 보면 기존 흐름과는 사뭇 다르다. 단순 금액으로만 따지면 배당으로 지급 예정인 현금은 마찬가지로 배당으로 지급될 주식분 대비 규모가 상당히 작다. 12일 영풍 종가(48만8500원)를 기준으로 계산해 봤을 때 1주당 주식 배당 금액은 1만7097원 수준이다. 반면 금년도 현금 DPS는 50원으로 설정됐다. 주식 배당 금액의 약 0.3%에 그친다.

현금 흐름 측면에서 영풍은 대규모 금액을 보전할 수 있게 됐다. 주식 배당 비중을 크게 늘려 현금 지급분을 축소하면서다. 영풍이 이전과 같이 현금 배당만 집행했다고 가정하면 당해 총 172억원이 지출된다. 하지만 50원으로 책정된 현재 DPS 상에서의 현금 소요는 8600만원대에 그친다. 표면적으로 볼 때 상당한 현금 지출을 제어할 수 있는 셈이다.

◇"주식 유통량 확대 목적, 저평가 원인 해석"

관련해 영풍 측은 주식 유통량을 늘리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저평가 등 주주 가치가 억제된 상황의 배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통 주식 수라고 봤기 때문이다. 즉 신주 물량을 늘려 이전 대비 주식 거래량을 진작시키면 좀 더 '제값'에 가까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전체 배당 금액으로 봐도 기존 1만원 수준 대비 70% 더 증가한 1만7000원대로 주주 환원율 자체는 더 높다는 입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주식 유동 비율 등 시장 평가를 고려해 일종의 무상증자 효과가 있는 주식 배당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액면분할 관련 정관 변경 건 역시 이와 동일한 목적으로 주식 유동성 확대를 통한 주주 가치 제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자 심화 등 영업 분위기 악화, 단기 차입 큰 폭 확대


다만 이러한 기조 변화는 영풍 입장에서도 유리한 선택지다. 근래 영업 실적 악화 등 자체 현금 창출력이 눈에 띄게 위축된 영향이다. 아연 생산 등 제련 부문 성적과 자회사 '코리아써키트'를 통해 영위하는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판매 실적 등이 모두 내려앉았다. 지난해 영풍 연결 당기순손실은 직전년도 대비 4배 이상 악화된 3270억원을 기록했다.

덩달아 현금 흐름도 정체됐다. 영풍은 지난해 연결 영업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 수치로 전환됐다. 앞서 온기 기준 꾸준히 영업 현금 흐름을 창출해 온 점을 고려하면 내부 영업 분위기가 상당히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연결 FCF는 1년 새 약 96% 감소한 5600억원대에 머물렀다.

영풍은 외부 조달을 통해 현금을 활발히 보충하고 있다. 지난해 단기차입금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앞서 1000억원대 규모에서 전년도 5000억원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다만 순자산 등 재무 체력이 뒷받침되는 덕에 아직까지 부채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다. 연결 법인들과 계열사 등 기투자 자산 가치가 반영되는 효과가 크다. 전년 말 영풍 연결 순자산은 별도 자본총액 대비 2배 이상 큰 3조9800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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