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19일 07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F)운드리냐 파(P)운드리냐. 이달 난데없는 '발음 조심' 공문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전 직원에 하달됐다고 한다. 고객사들이 혼란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같은 이유로 앞으로는 보고서에 사업부 명칭을 쓸 때 'Foundry Business'라고 적시하라는 지시도 함께 내려왔다고 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는 한 곳 뿐인데 무슨 혼란이 있다는 건지 이해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이를 보고 있자니 삼성전자가 앞서 홍역을 치렀던 기사가 문뜩 떠오른다. 삼성 사업지원TF에 직원 보고서를 제출할 때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게 작성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최고위 경영진의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에 따른 부작용과 폐단이 삼성 안팎에서 언급되던 시점에 나온 뉴스다. 때아닌 파운드리 발음 지적도 전혀 동떨어진 맥락이라고 말하긴 어려워 보인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시한 2024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주요 원재료 매입처에서 SK실트론이 사라졌다. 전년도 사업보고서까지만 해도 포함돼 있던 공급처다. 이번 사업보고서에는 일본 섬코, 독일 실트로닉만 납품처로 쓰여 있다. 정작 공급사 제외 이슈는 아니다. 사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 웨이퍼(반도체 원판) 생산 업체여서 뺄 수도 없는 곳이다. 삼성 측은 "(납품받는 물량은 이전과 비슷하지만) 그냥 이름만 삭제한 것"이라고 했다.
배경에 SK하이닉스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을 앞지르는 기념비를 세웠다. 삼성전자가 실기(失期)한 HBM 덕분이다. 과거 한 때 파산 직전까지 갔던 회사의 성과란 점도 놀랍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위기가 이 정도 수준이라는 점도 충격적이었다. 'SK'란 이름 두자를 사업보고서에 담기에는 윗분들 눈치가 보였던 모양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봐' 1993년 6월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배경에는 '후쿠다 보고서'가 있다. 1989년부터 4년 동안 삼성전자 디자인 고문으로 일했다가 은퇴한 후쿠다 다미오가 이 회장에게 전달한 내부 진단 문서다. 보고서를 읽어본 이 회장은 극대노했다고 한다. 그동안 자신이 임원들에게 계속 해왔던 이야기가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는 점이 보고서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후쿠다 다미오가 지속해 이 회장에게 전달하려던 보고서를 경영진이 중간에서 '컷'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입니다." 정말 오래도록 기다렸던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가 마침내 나왔다. 그의 평소 이미지와는 다른 결연한 단어들이 곳곳에 쓰여 있다. 그만큼 절실해 보인다. 선대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과 비교하는 일각의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부른 성공적 결과까지 재현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이 말한 전제처럼 '경영진의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지금 삼성에 중요한 건 파운드리의 정확한 발음, SK 이름 지우기가 아니다. 일부 임원이 자신만 살겠다고 피하는 형국 아닌가. 처절하고 확실한 현실 보고, 이에 따른 기술적 혁신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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