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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동 매직 [thebell desk]

김장환 산업2부장공개 2025-01-31 11:16:08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4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히딩크 매직. 2002년 나온 신조어다. 당시 FIFA 랭킹 40위권 한국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끈 히딩크 감독에 대한 찬사로 탄생한 말이다. 3-4-3, 3-3-3-1 등 포메이션 선택부터 선수들을 어떤 전략으로 감독이 이끄느냐가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줬다. 지난해 베스트11로 선정된 엘링 홀란, 주드 벨링엄, 후뱅 디아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즈 등 선수들이 한팀으로 뛴다고 해서 월드컵 우승을 장담할 수 있을까. 명장 없이는 승리도 없다.

기업 경영도 다르지 않다. 어떤 성향, 어떤 능력을 지닌 CEO가 지휘봉을 잡느냐에 따라 성과가 갈린다. 최근 이를 잘 보여주고 있는 기업이 LG디스플레이다. 정철동 사장이 2023년 말 부임한 지 1년 만에 반전 드라마가 쓰여지기 시작한 모양새다. 지난해 영업손실 5606억원을 기록하며 대규모 적자를 내기는 했지만 4분기 흑전이 고무적이다. 2024년 3개 분기 연속 적자만 내던 상황이었던 만큼 오랜 만에 웃을만한 소식이다.

이를 두고 '정철동 매직'이란 말이 나온다. 정 사장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LG이노텍 사장을 맡은 5년 동안 회사 매출을 두 배로 키워낸 인물이다. 당시 그에게 붙은 수식어가 바로 매직이다. 그는 LG그룹 내에서 '애플통'으로 불린다. 구광모 회장이 정 사장에게 LG디스플레이를 맡긴 것도 그가 이 같은 트랙레코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의 최대 고객도, LG디스플레이의 최대 고객도 모두 애플이다.

그가 LG디스플레이에 부임한 후 가장 달라진 건 '선수'와 '감독'의 호흡이다. LG디스플레이 취재원들을 만나보면 정 사장은 확실히 이전 CEO와 다른 소통 방식을 가진 인물이다. 현장 경영을 중시하고 엔지니어들과 스킨십도 많이 한다. 전임 사장은 직접 싸 온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때우는 일이 많았다는 게 관계자들 말이다. 전형적인 은둔형 경영자다. 외부뿐 아니라 내부 커뮤니케이션도 인색했던 셈이다.

특히 정 사장은 기술 전문가란 강점을 갖고 있다. LG반도체로 입사해 LG디스플레이에서 최고생산책임자(CPO)까지 역임했다. LG디스플레이 사장 부임과 동시에 전체 사업부장 자리를 개발그룹장 출신들로 채웠다. 기술 우선주의다. 올해 내부에 가장 강조한 것 중 하나도 'LG디스플레이만의 차별적 기술리더십 강화'다.

반면 전임자의 경영은 온통 재무에 맞춰져 있었다. CFO 출신으로 전략 쪽만 과도하게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사업전략 관련 보고서를 한 번 올리면 수정에 재수정 지시만 수차례 하는 게 다반사였다고 한다. 개발 사업부 전반 업무의 혼선을 불렀다. LCD 출구전략 시점 조절 실패도 이 탓이 컸다는 게 내부 진단이다.

물론 정 사장 능력만으로 모든 게 해결될 상황은 아니다.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다만 지난해 1조3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올해 초에는 2조원대 중국 공장 매각 절차가 끝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 사장은 자사주 1만2460주를 매입하며 책임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 정철동 매직의 현실화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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