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thebell 경영전략 Forum]"한미 FTA 재협상 우려, 무역 다변화 필요"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무역흑자폭 늘어 관세인상 불가피"
박완준 기자공개 2025-03-21 07:11:50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0일 15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상호관세 적용이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주요 전략산업 전반에 걸친 상호관세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의 고관세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나라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지난 4년간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이 관세 인상과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재협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온 배경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해 관세율 협상 테이블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년 만에 대미 무역흑자 336%↑…FTA 재협상 '우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5 더벨 경영전략 포럼'에서 "우리나라는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2020년부터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며 "2020년 대비 지난해 무역흑자는 약 336% 늘어나 관세 인상은 불가피하며 한미 FTA도 재협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상당한 진통을 예상했다. 그는 "한미 FTA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98% 상품이 미국에서 무관세"라며 "트럼프 정부가 관세는 물론 정부 보조금과 부가가치세 등 비관세 장벽들도 감안해서 우리나라의 상호관세율을 책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부터 부가가치세를 중심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미국은 부가가치세가 없어 최종 소비자만 판매세를 내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 10%에 맞춰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부가가치세 시스템을 사용하는 나라가 미국에 관세를 매기는 나라로 판단한 탓이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 관세 정책은 중국부터 EU, 베트남부터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리나라는 33개국 중 13위 정도로 판단되며 3개의 단계로 나눴을 때 2단계에 위치해 통상 압박은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미국도 관세 정책의 강도를 높일 시 인플레이션 현상을 겪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금리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강달러 현상에 수출이 줄어들면서 무역 수지가 악화되고, 만회하기 위해 관세를 또 올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도 관세 정책의 강도를 조절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응 전략은 '다자주의'…EU 협력해 '무역 수지' 확보
이 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의 타격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다자주의를 거론했다. 미국 외 다른 국가와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다수의 동맹을 구축해 무역 다변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다자주의를 통해 확보한 동맹은 미국과 관세율 협상에서도 긍정적인 전략으로 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일본과 EU·캐나다·호주 등과 연대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가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사실상 미국의 WTO(세계무역기구) 체제 탈퇴를 의미하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이 연구위원은 다자주의 전략을 통해 미국과 관세율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U와 수출입 협력을 강화해 미국 의존도를 줄일 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무역 수지 불확실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수입 또는 수출 무역 다변화를 위해서는 산업 기술의 경쟁력은 필수"라며 "보호주의 시대에 기술력이 뒤처질 시 생존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산업 정책의 성과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적 지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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