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채권시장 자꾸 찔러보는 건… <2>엔화-달러화-위안화, 꾸준히 타진…차입불가 입장은 아닌 듯
이윤정 기자공개 2011-12-14 08:05:10
이 기사는 2011년 12월 14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역외 중국 위안화 채권(딤섬본드) 발행을 검토하자 삼성전자의 채권시장 복귀 가능성에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중국 위안화 뿐 아니라 일본 사무라이본드시장, 글로벌본드 시장에 대해서도 탐색을 해 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삼성전자의 무차입경영 폐기선언이 해외로부터 들려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외화조달 시장에 대해 여러 차례 조사가 반복되고 있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국내든 해외든 회사채 발행을 염두에 두고 있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할 시점이라는 면에서 다양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자금조달 루트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는 것이다.◇ 1997년 삼성전자 마지막 해외채권 발행
2001년 삼성전자는 무차입경영을 선언했다. 이후 기존에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2004년 10월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자취를 감추었다. 해외 채권시장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만기 20년으로 발행된 8000만 달러 채권이 마지막이었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삼성전자 회사채는 사실상 멸종된 것이나 다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딤섬본드 발행 환경을 조사했다는 것 자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해외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기대는 2008년부터 나왔다. 그해 9월 삼성전자가 미국의 플래시메모리카드 회사 샌디스트(SanDisk) 인수를 추진하면서 인수자금 중 일부를 외부 차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외 채권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회사채 발행 가능성이 회자됐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본드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던 당시, 삼성전자는 일본 엔화채권인 사무라이본드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예상 발행금리를 조사한 결과 한국물로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지만 동종 업계의 해외 경쟁사보다 금리가 높아 검토에 그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샌디스크 인수를 중도 철회하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 필요성도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2010년에도 해외 자금시장의 사정을 조사하며 글로벌본드 발행 여건을 탐색했다. 역시 실제 발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해외 시장을 계속 찔러(?) 보는 것 자체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해외사업 확대는 진행형으로 볼 수 있고 외화자금에 대한 수요 역시 반복적으로 생길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무차입경영을 고집하지 않고 상황만 맞으면 발행을 할 수 있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금리 때문에 접었다면 시장 좋아지면 추진?
삼성전자가 이번에 딤섬본드 발행을 검토한 이유는 대규모 위안화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지식경제부에 해외 생산라인 설립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이어 중국에 두번째 해외생산라인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승인 절차와 건설 예정지 선정에 대한 중국 정부와의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 경우 2012년 생산라인 건설을 시작해 2013년 가동에 들어갈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중국 공장 설비와 관련된 비용이 2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012년 설비투자(CAPAX)가 15조원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메모리 반도체 공장 신규 증설을 포함한 설비투자가 17조원 내외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자금 소요가 예상된 상황에서 위안화 뿐 아니라 달러 등 외화자금 조달에 대해서는 계속 안테나를 세워 놓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딤섬본드 발행을 접은 이유가 예상보다 높은 금리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이 문제가 해소되면 딜이 성사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외국 투자은행 관계자는 "걸림돌이 금리였다면 삼성전자의 채권 발행은 결국 시기의 문제"라며 "시장의 여건이 좋아지고 조달금리가 수용 가능한 범위에 들어온다면 발행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중국내 설비 투자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가 역외 위안화 자금의 유입을 승인해주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중국 공장 증설이라는 확실한 자금 투입처가 있는 만큼 금리 외에 발행을 제한할 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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