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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쉰들러 우호관계 ‘이상 징후' 있나 지분 대량확보, 소송 등 의외 행보..지분 매각 가능성 ‘부담'

김장환 기자/ 문병선 기자공개 2012-01-04 16:55:02

이 기사는 2012년 01월 04일 16: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쉰들러그룹이 지난달 현대엘리베이터에 회계장부열람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관련업계에서는 쉰들러 측이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꾸준히 늘리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던 까닭에 이번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쉰들러그룹이 단순히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토대로 한 경영권 분쟁 가능성 보다는, 모종의 의도대로 뜻을 이루지 못할 경우 지분을 털고 나가버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쉰들러 "우리는 우호지분" 해명 불구, 수차례 ‘이상 행동' 의구심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주로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6년 일명 ‘숙부의 난'으로 불리는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분쟁이 있었을 때다. 그 해 5월 쉰들러는 KCC 및 관련 계열사들이 쥐고 있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를 넘겨받으면서 2대주주로 올라섰다. 이 때문에 쉰들러그룹의 행보는 범현대가와 관련돼서 해석됐다. 현대그룹과 쉰들러그룹의 새로운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2007년 한국을 방문한 알프레드 쉰들러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대량 매입한 것은 장기 투자 목적이자 상호 협력을 위한 것"이라며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사회 및 경영진을 지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종식시켰다.

그럼에도 쉰들러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인수한 이후 몇 차례에 걸쳐 다소 의문을 살만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 2010년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급속하게 늘렸을 때가 대표적이다. 쉰들러그룹은 2010년 11월22일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한국프랜지공업으로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9만5596주(2.74%)를 매입하는 등 기존 20%대 지분율을 6개월여 만에 31.57%까지 늘렸다.

당시 쉰들러의 지분매입 의도는 여러모로 의문을 샀다. 지분 매입 자체가 현대그룹과 특별한 상의 하에 이뤄진 일도 아니었고, 또 우호세력의 움직임이라기보다는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으로 이어지는 경영권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행위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한국프랜지공업이 보유중이던 현대엘리 지분 2.74%를 시가대비 20~30% 프리미엄을 주고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의혹을 부추겼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계열사 지분 매입을 통한 견제에 나섰다. 일례로 현대로지엠은 지난 2010년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7만2000주(1.01%)를 매입, 보유 지분율을 25.39%로 높였다. 이같은 방식으로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을 포함 특별관계자의 지분율을 49.23%까지 높였고, 우리사주조합분(2%)을 더해 51%의 안정적 지분 확보에 성공했다.

쉰들러-현대엘리, 관계 악화 가능성..지분 매각으로 이어질까 ‘부담'

하지만 쉰들러그룹은 지난 8월 다시금 현대그룹에 2006년 넥스젠(Nexgen), 케이프 포춘(Cape Fortune), NH증권, 대신증권 등에 현대상선 지분을 넘기며 맺은 ‘현대상선 지분 관련 파생상품 계약조건'이 담긴 회계장부를 공개하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범현대가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뤄진 계약으로, 만기일에 현대상선 주가가 최초 매입가보다 낮으면 손실액 전액을 보상해주는 조건이 달린 계약이다.

이 같은 쉰들러그룹의 요구를 현대그룹 측이 거절하면서 쉰들러그룹은 결국 법정 소송으로까지 이번 문제를 몰고 간 상태다. 하지만 현대그룹 측에서는 여전히 "쉰들러그룹 회장이 2007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지분 대량매입은 투자목적이며 현대엘리베이터와의 협력을 위한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며 "또 이미 현대그룹과 관계사들이 안정적 지분(51%)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 내놓은 해석은 조금 다르다. 애초 쉰들러그룹이 과거 한국프랜지공업으로부터 지분을 매입했을 때부터 이같은 논란의 불씨를 가지고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쉰들러그룹이 2006년 KCC와 현대프랜지공업 등 범현대가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았다는 점에서 이들 간에 모종의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 양사의 문제는 단순히 쉰들러가 직접적인 지분 행사로 경영권을 흔들 가능성 보다는, 향후 어딘가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행위란 점에서 부담이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만약 범현대가 등으로 지분이 다시 넘어갈 경우 장중에 풀려있는 지분(21.7%)과 맞물려 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 지배권을 행사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주들에 손실을 끼치는 행동을 하지 마라는 경고차원에서 이뤄진 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쉰들러가 현대그룹과 분쟁으로 지분을 어딘가에 매각할 수도 있는 일인 만큼 향후 쉰들러의 지분 매각 움직임 등에 대해서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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