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신용등급과 증권신고서가 동시에? 3·5년물 1000억 회사채 발행 …우리투자증권 단독 대표주관
조화진 기자공개 2012-01-31 19:34:40
이 기사는 2012년 01월 31일 19: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계열 종합부품 회사인 LG이노텍이 기업실사(Due Dilligence) 의무화 시행 하루를 앞둔 31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또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LG이노텍의 신용등급(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LG이노텍은 기업실사 의무화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회사채 발행 대표주관사를 맡은 우리투자증권은 LG이노텍에 대한 기업실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은 내달 9일 3년과 5년으로 만기를 나눠 각각 500억원씩 총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발행 금리는 3년물 4.32%, 5년물 4.90%로 결정됐다. 전일 종가 기준 LG이노텍의 개별 민평은 각각 4.19%, 4.64%인 것에 비해 높다. 우리투자증권이 단독으로 대표주관사로 나서서 1000억원 전액을 인수하기로 했다.
조달한 자금은 연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차환 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LG이노텍은 오는 2월9일 400억원, 3월5일 5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한다.
회사가 서둘러 발행에 나선 이유는 회사채 발행시장 정상화 방안 시행과 관련이 있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평이다. A 증권사 DCM 관계자는 "발행사 입장에서는 1월 이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기업실사라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으니 서두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상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는 증권사에 입찰에 참여하라는 제안서(RFP)를 돌리고, 팩스나 전화 등을 통해 발행금리와 발행금액에 대한 입찰을 실시해 인수단을 꾸리는 게 지금까지의 관행이다. 증권사간 인수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조달금리를 낮추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LG이노텍은 입찰을 생략하고 우리투자증권을 단독 대표주관사로 삼아 조용히 회사채발행 절차를 진행했다. B 증권사 인수담당자는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될 것을 미리 알아서 입찰도 진행하지 않고 증권신고서까지 제출했을 것"이라며 "일반적인 경우라면 입찰을 통해 발행 금리를 낮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LG이노텍과 우리투자증권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나오기 전에 이미 투자자모집부터 증권신고서 작성까지 모두 끝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용등급이 공시된 시간인 5시 50분 경 증권신고서 제출이 이루어졌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신용등급 공시가 이루어진 이후에 대표주관사가 기업실사를 통해 인수인으로서의 의견을 표명하고 투자위험에 대해 알려야 한다. 신용등급 공시와 증권신고서 제출이 동시에 나온 것으로 보아 그 같은 절차는 대부분 생략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최종 신용등급이 나오기 전에 예비등급을 회사측에 통보해 이의신청을 받는다"며 "등급 공시 이전에 주관사가 발행절차를 진행하는 지 여부는 신용평가사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신고서는 신용등급 공시 이전에 사전 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서에 포함된 인수인의 의견(분석기관의 평가의견) 작성일이 전날인 2012년 1월30일로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우리투자증권은 인수인의 의견을 작성하면서 기업실사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로 "본 사채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A+로 투자적격등급에 해당하며, 발행회사의 우량한 재무구조 및 실적 등을 고려했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명색이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 증권사에서 제도시행 하루를 앞두고 이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될 만큼 신용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면 신용등급이 높더라도 의무화 이전이라도 기업실사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신용등급이 나오기도 전에 발행절차를 진행하는 것 역시 회사채발행 제도를 개선하려는 금융감독당국과 증권업계의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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