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회사채 등장 '개봉박두' SMD 합병시 이관분 1.2조…최고 인기 AAA 채권 '예고'
황철 기자공개 2012-02-09 11:15:56
이 기사는 2012년 02월 09일 11: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기업인 삼성전자가 8년만에 국내 회사채 시장에 곧 등장한다. 추진 중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합병이 성사되면 그간 발행된 1조2000억원 가량의 SMD 회사채를 조기상환하지 않는 한 삼성전자로 이름을 바꿔 달게 된다.신규 발행이 아니라 이관의 방식이라고 해도 삼성전자 회사채가 나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장에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01년 선언한 삼성전자의 무차입경영은 11년 만에 공식적으로 종지부를 찍는 셈이 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없었던 국내 신용등급도 새로 받아야 한다. 최고 등급인 AAA를 받을 것이 확실시되지만 신용평가사들이 어떤 분석을 내놓을지도 흥미거리다. SMD에서 발행된 채권의 가격은 일약 국내 회사채 중 가장 비싼 수준으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SMD 합병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재무정책이 바뀔 지 여부다. 삼성전자가 향후 정기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게 될 경우 최고 신용의 대형 발행사가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물론 신용등급별 금리 스프레드 등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 올 수 있다.
◇ 회사채 발행·유통 시장 '격변 예고'
삼성전자와 SMD의 합병이 성사되면 SMD가 발행한 채권 1조2000억원 어치는 삼성전자로 이관된다. SMD가 합병 이전에 조기상환을 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채권자집회를 개최하는 등 채권자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 그 와중에 법정분쟁 등의 돌발 변수가 등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무차입경영을 고수하기 위해 기존 채권을 조기상환하는 것도 현실적인 이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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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SMD와 합병을 자본시장에 재진입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외부자금 조달을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의 평가를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 사례처럼 피합병 기업의 채권이 모두 이관되면 말그대로 국내 최우량 크레딧물이 8년만에 시장에 등장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2001년 무차입 경영을 선언한 이후 회사채는 물론 은행권 차입에도 나서지 않았다. 마지막 발행물(169회차)은 2004년 10월 만기 상환했다.
삼성전자 채권이 부활하면 당연히 신용등급 평정을 새로 받게 된다. 이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발행자 신용등급(Issuer Rating)이 함께 진행된다. 삼성전자 신용도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AAA 등급이 거의 확실하다. 두 노치 낮은 피합병 기업의 재무 상태가 고려되겠지만 대세에 영향을 미칠 여지는 적다.
이 경우 이관 채권은 AA등급에서 AAA로 두 단계나 높아진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대외신인도까지 곁들어지면 사실상 특수채에 버금가는 고품격 채권으로 탈바꿈한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채권 투자자들이 벌써부터 합병 기대감에 환호성을 치는 이유다.
◇ 내부 재무전략 변화 기재로 작용
삼성전자 채권의 등장은 내부적 재무전략에도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올 기재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에도 종종 원화채 발행을 검토해 왔다. 최근에는 해외채권시장의 분위기를 살피는 등 무차입 경영에 대한 고집을 조금씩 풀고 있다. 향후 삼성전자 회사채 유통 과정에서 시장의 높은 인기를 절감하고 신규 발행조건의 윤곽이 드러나면 원화채 시장 진입을 좀더 진지하게 고민할 여지가 생긴다.
사업·재무적으로도 외부조달의 필요성이 큰 상태다. 업종 특성만 봐도 연간 수조원대의 투자자금이 소요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부문별로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전략이 성공하려면 적기에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세계 주요 IT기업들과 비교해 삼성전자는 현금성 자산이 너무 적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11조원 이상에 달하는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120조(개별)에 달하는 연간 매출액 대비로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처럼 상시적 투자가 필요한 업종에서는 위험 관리를 위해서라도 매출액 대비 최소 20% 이상의 현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미국 주요 IT업체들은 매출액 대비 40%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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