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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과 선박담보 100%

이승우 기자공개 2012-02-20 10:09:12

이 기사는 2012년 02월 20일 10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년만에 은행 출입기자로 복귀했다. 사람들도, 그들을 둘러싼 환경도 참 많이 바뀌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지주회사 품 속으로 안겼고 하나은행은 만만치 않은 덩치의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흥미로운 게 또 있다. '차분하던(?)' 수출입은행의 변신이다. 정부 정책에 발맞추어 대규모 금융 지원에 열을 올리면서 사내 분위기가 그때와는 사뭇 달라져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일주일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던 홍보 자료는 하루가 멀다하고 생산된다. 공격적인 사업에 뒤따르는 부산물일 것이다.

그런데 그 역동성 뒤에 가려진 수출입은행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한번 생각해본다. 거의 매년 국민의 세금인 정부 출자를 받기에 그 어느 곳보다 리스크 관리에 신경써야 할 은행이다. 하지만 벌이는 사업 중에 시중은행들도 손을 대지 않는 리스크가 높은 것도 있어 놀랍다. 원전 사업과 녹색금융 등이 대표적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녹색금융 사업은 위험천만한 사업으로 정부의 압력에 한도를 두긴 했지만 실제 집행은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녹색금융에 수십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수출입은행과는 생각부터가 다르다. 태생적으로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금융의 중요한 덕목이 리스크 관리라는 점에서 국민 세금을 사용하는 수출입은행의 행보가 다소 가벼워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구설수에 오를 뻔했지만 묻힌 김용환 행장의 발언을 한번 끄짚어 내본다.

김 행장은 지난 6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해운사 대출에 대한 선박 담보가치(LTV)를 최대 10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에 처한 해운사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선박의 현재 시장가격과 동일한 금액만큼 지원을 하겠다는 뜻이다.

리스크 관리라는 관점에서 보면 무모한 발상이다. 해당 자산, 즉 선박의 시장 가격이 바닥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설령 그런 확신이 있다해도 자산담보대출에서 LTV를 100% 인정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70~80%가 통상적이다. 그런데 리스크 관리를 까다롭게 해야할 국책은행의 수장이 이런 발언을 하다니 다소 당황스러웠다.

김 행장의 이날 발언은 우발적인 실수도 아니었다. 은행 내에서는 "사전에 80% 수준을 강조했는데, 김 행장이 '질렀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일주일도 안돼 수출입은행은 해운사에 4000억원 한도로 지원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LTV를 80%까지만 확대할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재빨리 수습했다.

선박금융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해도 담보가치를 100% 인정해준다는 말은 과하게 들린다. 100%와 80% 사이 간극은 수출입은행이 떠안아야할 리스크로 채워진다. 김 행장이 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감독하던 기관 출신이라는 점이 무색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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