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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기업이 '깔아놓은' 외교 테이블

이승우 산업1부장공개 2025-03-18 07:48:41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7일 07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젤렌스키와 트럼프 간 발가벗겨진 대화 장면은 이 시대 글로벌 지형도의 축소판이다.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각자 도생. 유럽연합(EU)이 버림받고 러시아가 미국의 선택을 받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글로벌 정세의 중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우리는? 최고 결정권자, 즉 대통령 부재로 인해 트럼프의 화살을 피해가고 있다는 웃픈 이야기로 위안삼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국만'을 노린 트럼프의 디테일한 전략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국방비 이슈가 걸리기는 하지만.

각자도생 아사리판에서도 기회를 엿보는 곳은 있다. 조선과 방산,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는 '한국과 같이 해보자'며 트럼프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미국으로 공장 이전을 추진하며 화답할 태세다. 트럼프 입장에서 보면 한국기업들이 '쓸만한 구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우리나라는 버림받지 않았다.

우방국의 영토 그린란드를 넘기라 윽박지르고, 화약고의 중심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2.0 시대. 자국 이익에 도움되지 않는 국가는 철저히 버림받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한가닥 동아줄이라도 쥐게 된 걸까.

외교의 결과물일까, 아니면 국가 차원 경제정책의 성공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기업인의 피땀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든다. 이 즈음 되면 기업인들을 존경하지는 않더라도 존중하게 된다. 여전히 깔려 있는 반기업정서에도 불구하고 외교 협상 최전선에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기대야할 게 많다.

이야기를 조금 돌려보면, 최근 몇년 사이 삼성 위기론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를 보면서 반기업정서의 가벼움과 이중성을 실감했다. 많은 쪽에서 삼성을 비판했지만 위기에 처하자 비판론자들마저 국가 경제를 우려, 그 존재감을 감추기 바빴다. '대마불사'를 전제하고 재벌 까기에 동조하던 여론의 기저와 이면에는 기업에 대한 존중과 지지가 있었던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 뿐일까. 현대자동차와 LG 가전제품, K-POP, K-푸드 등 우리기업 제품에 열광하는 이들은 트럼프 2.0 시대 외교력의 소중한 자산이다.

외교에서 정치는 사라지고 기업만이 남게 됐다. 아니 기업들이 깔아놓은 협상 테이블에 정치가 앉을 차례다. 정치에서 국민이 주인이라면, 외교의 중심은 기업인 시대가 왔다. 반기업 정서가 여전한 우리나라가 기업들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시각 전환과 교정의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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