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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는 금리·물량 조정 가능…투자자는 번복 못해 [수요예측편]③1억원 단위 1bp 단위 단일가 방식 입찰

임정수 기자공개 2012-04-17 15:50:06

[편집자주]

2012년, 회사채 발행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사실상 무늬에 그쳤던 대표주관사의 수요예측과 기업실사가 의무화된다. 이로 인해 관행으로 굳어졌던 수수료녹이기나 바터(barter) 등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도입되는 발행절차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머니투데이 더벨이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2년 04월 17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발행금리와 발행액은 수요예측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수요가 강하면 금리가 낮아지거나 발행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수요가 적을 경우에는 미매각 부분을 대표주관사가 인수해야 한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투자자가 배정을 받게 되면 반드시 청약과 납입에 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지정돼 불이익을 받는다.

반면 발행기업의 경우에는 입찰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물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발행금리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뒀다. 금융투자협회에서는 평판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발행사가 무리하게 금리를 조정하려 들 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증권업계와 투자업계에서는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다.

◇ 1억·1bp 단위 단일가 방식 입칠…수요예측 능력에 따른 가중평균식 금리결정

발행기업은 대표주관사와 협의해 공모 희망금리의 범위와 발행물량을 제시하게 된다. 대표주관사를 선정할 때 리그테이블 등 트랙레코드, 채권 주관 및 인수능력 등과 함께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희망금리 등의 조건을 고려하기 때문에 희망금리는 사실상 대표주관사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수요예측 모범규준에 따르면 희망금리의 최저금리와 최고금리의 차이는 일정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고 되어 있지만 일원화 되어 있지는 않다. 대표주관사와 발행기업이 합의하되 업계에서 용인 가능한 수준에 대한 컨센서스가 필요해 보인다. 신용등급이 우량하고 정기적인 발행기업이라면 금리 밴드(band)의 폭은 40~50bp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신용등급이 낮고 발행이 드문 기업일 경우에는 밴드가 넓어질 수 있다. 그러나 등급이 낮은 경우에도 100bp를 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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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는 투자자는 금융투자업자 전문투자자 연기금 우정사업본부 등이다. 수요예측은 단일가 방식으로 전행된다. 입찰액은 1억원 단위, 금리는 1bp 단위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희망금리가 제시된다고 하지만 입찰을 할 때는 반드시 희망금리 내에서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입찰이 끝나면 유효수요 금리 범위 내에서 가장 높은 금리 수준에 발행금리가 결정된다.

◇발행기업이 수요예측 후에도 금리·물량 조정 가능… 투자자는 의사철회시 '불이익'

유효수요의 범주와 해석에 대해서는 증권업계와 투자업계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유효수요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발행기업이 금리와 발행물량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커 수요예측 의무화의 취지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A기업이 회사채 1000억원을 발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대표주관사는 우선 발행사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유효수요로 간주하는 금리 범위를 4.50%~4.55%정도로 잡았다. 투자자는 4.52%에 100억원, 4.53%에 300억원 4.54%에 300억원, 4.55%에 400억원이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이 경우 대부분 발행금리는 4.55%로 결정된다.

하지만, 발행사가 금리가 만족스럽지 않아 800억원만 발행하려고 한다면 금리는 4.54%로 결정된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회사채를 발행할 때는 발행액과 자금 소요처를 신고서에 기입하게 돼 있는데 이를 조정하면 정정신고를 해야 한다"며 "평판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실제로 발행금리나 물량을 쉽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산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는 "발행사가 제시한 희망금리 범위 내에서 발행량을 채울 수 있게 됐는데도 발행사가 금리와 물량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입찰을 하고 나서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철회하는 나쁜 사례가 제도개선 이후에도 지속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심지어 수요예측 자체를 무효로 하고 금리와 물량을 바꿔 다시 수요예측을 하는 것도 제도적으로 막혀 있지 않다는 게 금융투자협회의 설명이다. 이 경우 증권발행 자체를 철회하는 것인지, 수요예측 이전의 과정은 유효한 것으로 보고 정정신고만 하면 되는 것인지도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발행을 철회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표주관사는 투자자의 투자성향과 가격평가 능력 등을 고려해 금리결정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4.53%에 들어온 기관투자가의 가중치가 높다면 발행금리는 더 낮아질 공산도 존재한다.

발행기업과 달리 수요예측에 참여한 투자자가 배정을 받고도 납입을 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지정돼 한달간 모든 회사채 수요예측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융투자협회 프리본드가 아닌 다른 수요예측 시스템을 이용하더라도 이 제재를 벗어날 수 없다.

수요예측에서 미달이 발생하면 인수단이 잔존 회사채를 인수한다. 실제로는 대표주관사가 인수한 후 나중에 처분했을 때 손익을 분배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손익 분배의 방식에 대해서는 모범 규준에서 따로 정하고 있지 않다.

미매각 채권을 대표주관사가 인수할 때는 수요예측에서 제시된 가장 높은 금리에 들어온 기관투자가가 제시한 금리 밑으로 인수하지 못한다. 수요예측이 끝난 후에 별도의 수요조사를 하는 것은 금지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회사채를 담기 어렵게 된다"면서 "그만큼 수요예측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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