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산업가스, 회사채 미매각 최대 700억 발행금리 4.67%…1000억원 발행 목표에 응찰 500억원 그쳐
조화진 기자공개 2012-05-23 10:47:10
이 기사는 2012년 05월 23일 10: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성산업가스(A, 안정적)가 5년 만기 1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다. 비교적 높은 신용등급(A)과 대성산업의 에너지 자회사로 펀더멘털도 나쁘지 않아 발행에 무리가 없을 것이란 예상이 깨졌다.수요예측 결과 발행 예정물량의 절반 이상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대표주관사와 인수사의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대표주관사와 인수사들이 수수료를 녹여 미매각 채권을 매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발행사와 대표주관사가 제시한 희망금리 밴드가 지나치게 낮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수요예측이 의무화된 후 신규 발행물의 금리가 줄곧 낮게 형성되는 것에 쌓였던 불만이 드디어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게 중론이다.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수요예측에서 유효수요의 기준이 이매하다는 점을 악용해, 발행기업들이 낮은 금리와 수수료녹이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하고 있다.
◇ 투자자들 수요입찰 보이코트…금리 너무 낮다?
대성산업은 지난 18일 실시한 수요입찰에서 4.47~4.67%의 희망금리 밴드를 제시했다. 전일 종가로는 국고채 5년 금리에 100~120bp의 스프레드를 더한 수준이다.
그러나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3건, 500억원에 그쳤다. 그 중 한 건은 희망금리 밴드를 벗어난 4.7% 이상의 금리를 적어 냈다.
상황이 어렵게 되자 대표주관사인 KB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발행사와 협의해 금리밴드의 상한인 4.67%로 발행금리를 결정했다.이 금리는 대성산업가스의 개별 민평인 4.91%에 비해서는 24bp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2월 발행된 3년물이 당시 민평 보다 10bp 정도 낮은 4.50%에 발행된 것을 감안하면 무리하게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게 인수사들의 시각이다. 한 인수사 DCM 관계자는 "모든 기관투자가들의 요구를 맞출 수는 없다"며 "미매각이 발생했지만 대성산업가스의 금리는 적정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은 생각이 달랐다. 유통물 금리가 더 높아 신규 발행물을 기업이 원하는 금리 수준에 사게 될 경우 그 즉시 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결국 대규모 미매각이 발생해 대표주관사와 인수단이 떠안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대표주관사는 대신증권(300억원)과 KB투자증권(200억원), 인수사는 삼성증권, 하이투자증권,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 키움증권(각각 100억원씩)이다.
◇ 유효수요 논란 여전…발행사 '수수료 녹이기' 조장
수요예측에 참여한 물량은 500억원 이지만 유효수요 기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최대 700억원까지 미매각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
대표주관사가 지난 21일 공시한 발행조건확정 증권신고서를 보면 4.5~4.6%를 제시한 투자자는 한 건, 300억원뿐이다. 4.6~4.7%, 4.7% 이상이 각각 한 건씩 100억원에 그쳤다. 발행 금리가 4.67%이기 때문에 나머지 200억원에 대한 유효 수요 논란이 예상된다. 만약 4.6~4.7% 희망금리를 써낸 투자가가 4.67% 금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고, 4.7%를 제시한 투자가는 차라리 유효수요에서 제외되길 바랄 수도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성산업가스는 금리밴드 상단에서 발행 금리가 결정됐지만 대규모 미매각이 예상된다"며 "대표주관사와 발행사가 적정 유효수요 기준을 정하기 나름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수수료를 녹여서 유통시장에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입찰에 참여한 것은 채권 확보에 우선권을 가질 뿐 실제 투자 의무는 약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대표주관사의 주관적 결정에 따라 조정이 가능한 사항이라 일반화 시켜서 보기는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발행사들은 최대한 낮은 금리밴드를 제시하고 입찰 결과 미매각이나 유효수요에 포함되지 않는 물량에 대해 증권사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
증권사 커버리지팀의 고위관계자는 "낮은 금리로 발행하려는 발행사의 입장과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인수하려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증권사들의 수수료 녹이기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며 "유효수요에 대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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