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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주의 환기종목 제도의 허점은? 잦은 최대주주 교체 막는 규제, 손자회사 대주주 교체로 악용 가능 높아

박제언 기자공개 2012-05-30 14:26:02

이 기사는 2012년 05월 30일 14: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이하 환기종목) 제도에 일부 허점이 발견됐다. 잦은 대주주의 교체를 규제하는 제도에 틈이 생긴 것이다.

회사 주인의 교체는 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때로는 기업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기업의 계속성은 훼손시킨체 기업 사냥꾼의 사리사욕만 채우는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환기종목을 지정하는 변수 중 하나로 대표이사와 최대주주의 변경을 넣고 이를 규제하지만 정작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후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꼼수'도 있어 향후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잦은 최대주주 변경의 위험성

올해 환기종목으로 정기 지정된 59개사 중 절반 가량인 24개사가 지난 1년간 1차례 이상 최대주주 변경이 있었다. 특히 아큐텍, 오리엔트프리젠, 클루넷, 디지털오션, 엔터기술, 유비컴, KJ프리텍 등 7개사는 1년 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2번 이상 회사 주인이 바뀌는 변화무쌍함을 보여줬다.

아큐텍의 경우 작년 5월부터 1년간 최대주주 변경만 4번, 대표이사 변경은 7차례나 있었다. 1년간 주가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해 5월초 5000원대에서 시작한 아큐텍 주가는 석 달이 채 안돼 1만1000원대까지 두 배 넘게 올랐다. 그러나 이후 회사는 감자와 채권압류 소송 패소 등 악재가 겹치며 300원대까지 떨어졌다. 1년 동안 10배 넘게 주가가 폭락한 것. 작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최대주주와 대표이사 변경이 각각 3차례씩 있었던 클루넷은 주식시장에서 퇴출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잦은 최대주주와 대표이사 변경을 환기종목 지정 변수로 넣은 이유도 바로 이런 까닭이다. 회사 주인이 자주 바뀐다는 사실은 기업 사냥꾼의 표적이 됐을 뿐 아니라, 안정적인 경영이 불가능해 기업 계속성을 유지하는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거래소는 환기종목의 최대주주 교체를 1년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기간 동안 최대주주를 바꾸면 즉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올리기 때문이다.

◇제도 허점...때론 투자자 피해 야기할 수도

문제는 최대주주가 바뀔 때다.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C라는 회사가 'A→B→C'의 지배구조로 됐다고 가정하자. 거래소는 1년간 B가 바뀌면 C를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올린다. 그러나 실질적 지배자인 A가 바뀌는 것에는 특별한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사의 최대주주 중에는 비상장사가 많다"며 "비상장사의 최대주주가 바뀌는 문제까지 거래소에서 관여하기엔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기업공개 직전 기업이나 상장사 업무를 관장하는 거래소 입장에서 업무 외적인 비상장사까지 들여다보기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최근 르네코는 최대주주인 에스엘앤피의 최대주주가 이승환씨가 아닌 금영이라고 정정신고를 했다. '단순착오에 의한 기재오류'라고 명기했다. 에스엘앤피는 기업인수·합병을 중개하는 업체로 노래방 기기업체 금영이 지분 100%를 취득했다. 이로써 사실상 르네코의 지배주주는 금영이 된 셈이다.

르네코는 올해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회사로 에스엘앤피가 금영에게 직접 르네코를 넘겼으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사유가 발생한다. 하지만 최대주주가 직접 바뀐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로써 금영은 16%의 지분으로 르네코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 행사하게 될 뿐 아니라 르네코의 자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아이디에스까지 통째로 삼키게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건실한 기업이 부실한 손자회사를 거두게 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껍데기만 남은 상장사를 사고팔 목적으로 투자주의 환기종목 제도의 허점을 노리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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