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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한라공조 공개매수 참여 놓고 '고심' 공개매수 '정치적 부담' 고민…보유분 장내서 5% 이하로 줄일 수도

박준식 기자공개 2012-07-16 15:57:36

이 기사는 2012년 07월 16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한라공조 공개매수 참여를 두고 정치적인 고민에 빠졌다. 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면 공개매수에 응해야 하지만 노조 등의 반대와 국부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부담스러워하며 선뜻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라공조 지분구도 상 국민연금의 거래 참여 여부에 따라 공개매수 성패가 엇갈린다. 국민연금이 장고하는 사이 공개매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늘면서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국민연금은 오는 24일 공개매수 마감 이전까지 한라공조 보유 지분을 장내에서 5% 이하로 낮추고 입장을 끝까지 유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한라공조를 투자 자산에 편입한 위탁운용사들에 일부 지분의 매각을 사실상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관투자가는 "국민연금이 한라공조 공개매수 동의의 가능성을 유보하면서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한라공조 보유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했고,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일부도 공개매수 실패에 베팅하고 지분을 매각했다"며 "공개매수가 결정된 주식을 위탁운용사가 국민연금의 허용 없이 처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암묵적인 허용이 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라공조의 주가는 지난 5일 공개매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당 2만82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며 지난 13일에는 저가 기준 2만5600원까지 빠졌다. 통상 공개매수가 선언된 주식은 거래직전 일까지 매수가격(2만8500원)에 수렴한다는 걸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공개매수 실패 시 주가급락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분을 처분한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한라공조 매출
↑ 한라공조 매출액 추이 (ⓒ한라공조)

한라공조 지분 69.99%를 가진 최대주주 비스티온은 오는 24일까지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잔여지분을 공개매수하기로 선언한 상태다. 계열사인 한라공조를 100% 자회사로 편입해 상장을 폐지하고 경영효율화에 나서려고 이 계획을 세웠다.

이번 공개매수의 성패는 사실상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 지난 1분기 말을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 등을 통해 한라공조 지분 9.81%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9일 공시서류에 의하면 지난 4월16일자로 110여 만주를 장내에서 팔았고 지분율은 8.1%로 다소 줄었다.

비스티온이 공개매수에 성공하려면 국민연금의 보유분을 포함해 최소한 30.1%의 잔여 지분 중 25.1%p를 확보해야 한다. 증권관련 법규상 대주주가 9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상장폐지 요건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한라공조 보유분은 최고치보다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5%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동의 여부에 따라 거래의 성패가 갈린다고 볼 수 있다. 비스티온도 공개매수 요건에서 지분을 25.1%p 이상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번 공개매수 의사는 자동적으로 철회된다고 밝혀뒀다.

국민연금의 한라공조 매수단가는 1만 원대 초반으로 분석된다. 지난 2009년 5% 가량의 지분을 주당 8457원에 매수했고 이후 매매를 거듭했다. 국민연금이 이번 공개매수에 응해 보유분을 주당 2만8500원에 매각할 경우 약 1500억 원 이상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연금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주식운용팀은 공개매수 참여를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의사결정권을 가진 관리자급은 공단 내 리서치 조직 등을 통해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공조 노조가 구조조정 가능성 등을 주장하며 대주주 비스티온의 공개매수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비스티온이 100% 지분을 확보하면 이익잉여금 1조2000억 원을 배당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회사를 분할매각해 자본 이익만 챙기려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공적자금을 운영해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본분과 노조라는 정치사회 세력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는 공공기관의 위치에서 갈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매수 참여를 공표하지 못하고 운용사들의 장내 지분 처분을 지켜보고만 있는 것이다. 만약 국민연금의 한라공조 지분이 5% 이하로 준다면 지금 갖고 있는 애매한 정치적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이러한 모습이 자의건 타의건 일종의 책임회피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개매수가 실패할 경우 비스티온의 매수가격을 기대하고 주식을 매입했던 소액주주들은 주가하락에 따른 투자손실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연금은 일부 지분을 공개매수 가격에 준하는 수준에 내다팔아 결과적으로 수익을 적절히 헤지(Hedge)하게 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공개매수 성공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

비스티온 역시 공개매수가 실패할 경우 한국을 생산거점으로 삼아 투자를 늘리려던 계획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에도 국민연금은 외자유치를 가로막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한라공조 관계자는 "이미 70%에 달하는 지분을 가져 경영권을 행사하던 비스티온이 100% 자회사 편입을 결정한 이유는 세금절감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통한 투자확대 계획 때문이지 구조조정 목적이 아니다"며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 문제로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면 비스티온은 한국이 아닌 중국 등을 다른 투자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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