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7월 17일 08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의 의미를 액면 그대로 헤아리는 단순함이 필요한 요즘이다.뭇 상장사들은 '기업을 공개한다'는 사전적 의미보다 '자금 조달'이라는 실질적 의미에 더 치중하게 마련이다. 시장에 갓 입성한 새내기는 물론 상장한지 20년이 넘은 선배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돈이 투자자 주머니에서 나오는 걸 어찌하겠는가. 투자자 입장에선 기업이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에 앞서 대외 신인도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시장의 신뢰가 없으면 투자유치도 어렵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있었다. 국내 20대 그룹에 속한 동부의 모태인 동부건설이다.
올 들어 지난달 초까지 주로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다 쓴 동부건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과 유상증자 등 주식자본시장(ECM) 거래를 잇따라 결정했다. 건설경기 악화로 은행권 차입이 버거워지자 채권시장에 이어 주식시장에까지 손을 내밀게 된 것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증권사들이 미매각분을 사들인 덕에 자금조달엔 성공했지만, 50%에도 못 미친 BW 청약률은 동부건설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어느 수준인지 가늠키에 충분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시장 탓 만으로 치부하기엔 동부건설 스스로 투자자 불신을 자초한 바 크다는 지적이 일었다.
실권물량을 대거 떠안게 된 BW 인수단 측에선 "시장이 안 좋은 건 둘째 치고 동부건설 자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주가 관리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다"는 불만과 함께 "앞으로 동부와는 거래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1년 간 동부건설과 관련한 분석 리포트를 한 건도 내지 않았다. 한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에게 동부건설의 실적 전망을 물으니 "그 기업에 대해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간 기업설명회(IR)라고는 한 적이 없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BW 일반청약 참패를 경험한 동부건설은 유상증자에선 주주배정 방식을 택했다. 주주배정에서 발생한 실권주는 일반공모로 소화하되, 거기서도 잔여 주식이 발생할 경우 미발행 처리하기로 했다. 인수단 구성이 어려워 모집주선만 하기로 한 것. BW 발행 때 낭패를 본 증권사들이 등을 돌린 까닭이다.
동부건설은 이처럼 불리한 시장 환경에도 불구, 여전히 신뢰 회복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부건설이 지난달 29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올린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보면 자금조달의 목적이 '기타자금'이라고 기재돼 있다. 통상 자금조달의 목적이 시설투자면 '시설자금', 채무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이면 '운영자금'으로 명시한다. 동부건설의 이번 증자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이었다. 따라서 '운영자금'으로 표시해야 맞는데 이를 기타항목으로 분류해 투자자를 헷갈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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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사례 모두 재무 내용을 명확히 공시한다는 상장사 의무에 앞서 무리하게 자금조달부터 추구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동부의 심벌은 태양을 중심으로 햇살이 퍼져 나가는 모양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햇살은 질서, 사랑과 함께 '신뢰'를 상징하는 세 갈래 빛으로 구성돼 있다.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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