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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만으로는 살아나기 어렵다? 내수시장 위기 '심각'..르노-닛산 위주 사업구조 '딜레마'

김장환 기자공개 2012-07-18 11:32:05

이 기사는 2012년 07월 18일 11: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르노-닛산그룹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오는 20일 한국에 온다. '코스트킬러(원가절감 전문가)'라고도 불리는 그는 1999년 위기에 빠져있던 닛산자동차를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회생시킨 장본인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기까지 한다.

곤 회장의 방한은 최근 판매 부진에 시달리며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르노삼성을 위기로부터 구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지난달 방한했던 카를로스 타바레스 부회장이 언급했던 소형 크로스오버, 신규라인업 확대 등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의 방한 후에는 르노삼성이 내수시장 불황을 타개할 신모델 차종을 내놓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르노삼성이 단순히 신모델 차종을 출시한다고 해서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2011년 들어 가중된 수익성 저하 일면에 신모델 부재가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 모기업인 르노와 관계사 닛산의 배만 불려주는 르노삼성의 판매구조를 뜯어 고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규모델의 부재..내수시장 위기는 '심각'

르노삼성의 판매율은 지난해 부터 가파른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2011년 총 판매율은 10만9221대로 전년(15만5696대)보다 5만 대 가량이 줄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안좋다. 올 상반기 판매량은 총 8만3062대로 전년 동기(12만3516대) 보다 32.8%가 줄었다. 특히 수출은 늘었는데 내수가 말썽이다. 올 상반기 내수시장 판매량은 3만648대, 외수는 5만2414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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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시장에서 르노삼성의 판매율 부진은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라인업의 폭이 그만큼 적다는 게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쌍용차 등 경쟁사들이 신규 차종을 대폭 선보이고 있는 와중에 르노삼성은 뉴 SM7, SM5, SM3, QM5에 국한된 라인업이 전부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신규 모델을 내놓으면 르노삼성이 내수시장에서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르노삼성이 최근 유례없는 수익성 참패를 겪으면서 르노그룹의 르노삼성 철수설, 지분 매각설 등이 퍼지자 서둘러 방한했던 카를로스 타바레스 부회장이 "철수는 절대 없다"며 "앞으로 프리미엄 세단과 SUV 등 신규 차종을 서둘러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비슷한 이유로 해석된다.

하지만 르노삼성의 현재 부담은 단순히 내수판매 부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판매구조 하에서는 매출이 아무리 크게 발생하더라도 르노삼성으로 유입되는 수익이 너무 적다. 사업구조 자체가 매출이 크면 클수록 오히려 르노본사와 닛산의 배만 불려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수출 물량에서 유독 이 같은 현상이 크게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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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르노삼성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음에도 수익성 악화가 크게 심화됐다. 지난해 총 매출액은 4조98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흑자(34억 원)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2150억 원 적자, 346억 원이었던 당기순이익도 마이너스 2921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단 3.6%대 매출 감소폭에 비해서는 수익성 저하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지적이다.

사측에서는 지난해 '엔고' 현상이 적자가 심화된 원인이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닛산에서 수입해 쓰고 있는데, 엔고로 인해 부품 값이 '뻥튀기' 되다 보니 판매량이 줄었음에도 부품 매입비용은 오히려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현상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현재 르노삼성 완성차에 들어가는 부품에서 닛산 물량은 50%에 달한다.

실제 지난해 르노삼성의 부품매입 비용은 판매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년 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판매량이 5만 대가량 줄었음에도 부품매입비는 1조921억 원으로 오히려 약 300억 원이 증가했다. 특히 닛산으로부터 구입해왔던 부품매입비용 증가폭이 크다. 2010년 6861억 원이었던 닛산으로부터 부품매입비는 지난해 7499억 원)으로, 1년 사이 600억 원이 넘게 늘었다.

'엔고', '엔저' 뭐가 돼도 수익 악화 '딜레마'..르노, 닛산 배만 불리는 사업구조가 문제

그런데 '엔저'가 발생했어도 르노삼성의 수익성에는 '독'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르노삼성의 총 매출에서 닛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연간 매출이 매년 8~10%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르노삼성이 지난해 르노와 닛산을 통해 거둬들인 매출은 2조1425억 원이다. 지난해 총 매출액 4조9816억 원 중 절반 정도가 특별관계자들로부터 발생한 셈이다. 이중 닛산 매출은 4000억 원선으로 전체 매출에서는 약 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엔저가 있었다면 그만큼 닛산으로부터 오는 매출이 줄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엔고'여도 닛산에서 부품을 사니 지난해처럼 수익성에 부담이 오고, 반대로 '엔저'여도 닛산 관련 매출액이 줄어 순익에 타격을 입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셈이다. 르노삼성의 말처럼 지난해 수익성 저하를 단순히 "엔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만 보기가 어려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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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원인은 르노삼성이 해외 수출 시장에서 독자적인 딜러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 르노삼성은 르노와 닛산의 딜러망을 통해 유럽, 중국,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 75개국에 진출해 있다. 독자적인 딜러망을 가지고 있는 곳은 국내와 남미 단 두 곳뿐이다.

나머지 시장에서는 르노와 닛산에 완성차를 팔아 생산마진만 먹는 판매구조를 취하고 있다. 나머지 판매마진은 고스란히 르노나 닛산의 몫이라는 소리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모기업과 관계사에 생산마진을 최대화하는 수준에서 차를 팔기가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더군다나 부품을 르노와 닛산에서 대부분 가져오다 보니 해외시장에서는 차를 많이 팔면 팔수록 르노와 닛산의 배만 더 불려주는 현상까지 발생한다.

결국 르노삼성이 진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부품의 국산화, 독자적인 수출 딜러망 확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르노그룹에서 제시한 단순히 신규 모델 출시에 따른 내수시장 판매율 증가 계획만으로는 르노삼성이 안고 있는 수익 저하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르노 측에서는 부품 국산화와 독자 진출에서 모두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 역시 독자적인 해외 딜러망 확보를 요청했지만 르노그룹에서 회의적인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산화 부품 비율을 높이자는 것은 동의하고 있는데 이 역시 이미 대부분 부품의 국산화를 완료했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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